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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매물 분석

롯데손보, 새 회계기준이 불 붙인 '고평가 논란'

작년 1~3분기 순이익 2629억원 흑자전환, 당국 지침 따를 시 -57억 적자 지속

강용규 기자  2024-01-24 17:12:07

편집자주

M&A 시장에서 수면 아래에 있던 보험사 인수 매물들이 해가 바뀌면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보험사의 가치평가와 직결되는 새 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M&A에 미칠 영향도 예의주시 된다. 잠재적인 매물로 회자되는 보험사 수가 적지 않다. 각 회사별 자산 규모나 특징, 장단점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인수 의향을 가진 원매자들의 시선은 어디를 향할까. 더벨은 시장에서 거론되는 보험 인수 매물들의 히스토리와 강점, 약점을 살펴봤다.
롯데손해보험은 현재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보험사 가운데 기업가치 측정에 대한 시각의 편차가 큰 매물이기도 하다. 준수한 지급여력비율과 다소 높은 위험자산 비중에 따른 투자손실 가운데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롯데손보는 자산구조 조정을 통한 건전성 및 실적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효과를 거뒀다고 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새 회계기준 도입이 현재로서는 롯데손보 기업가치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불안정한 이익 창출력, 고평가 논란 주요 원인

롯데손보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지난해 10월 JP모건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롯데손보 매각을 준비 중이다. JKL파트너스는 특수목적회사 빅튜라를 통해 지난 2019년 롯데손보 지분 53.49%를 3700억원에 사들였으며 이후 36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77.04%까지 확대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롯데손보 지분 77.04%의 매각 가격으로 2조~3조원 수준이 거론된다. 롯데손보의 자본총계 1조3467억원에 확보 중인 보험계약마진(CSM) 2조2075억원을 더한 3조5542억원을 지분 100%의 가치로 본 것이다.

다만 이 가격은 고평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롯데손보 시가총액은 매각주관사 선정으로 매각 본격화 소식이 전해진 2023년 10월16일 이후로 7000억~8000억원 사이를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둘러싼 매각 측과 시장의 시각차가 매우 크다.

시장에서 롯데손보의 자본+기대이익 대비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롯데손보의 이익 창출능력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롯데손보가 순이익을 거둔 해는 2021년(1199억원) 뿐이다.

지난해는 3분기까지 누적 262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새 회계기준(IFRS17)이 발목을 잡았다. 작년 9월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이 IFRS17 도입에 따라 자산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과거를 소급하는 방식(소급법)이 아니라 효과를 당기부터 적용하는 방식(전진법)으로 장부를 기록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롯데손보가 2023년 1~3분기 거둔 순이익 2629억원은 소급법 기준이다. 전진법을 적용하면 -57억원의 순손실로 바뀐다. 이 기간 롯데손보는 무려 14.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나 새 회계기준과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급여력은 충분, 자산 리밸런싱이 급선무

롯데손보는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 3449억원을 거뒀다. 보험손익 4543억원과 투자손익 마이너스(-) 1094억원을 합친 수치다. 불안정한 이익 창출능력의 원인이 투자자산 운용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롯데손보는 가중부실자산비율이 0.81%로 국내 보험사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심지어 1분기 0.47%, 2분기 0.54%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대체투자 비중을 줄이고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나 큰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은 셈이다.

다만 롯데손보 측에서는 이를 향후 손실 가능성이 있는 일부 자산들과 관련해 평가손실을 인식하면서 지표와 손익이 동시에 악화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자산구조 재조정 작업을 통해 해당 자산을 정상적으로 처분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자산구조 이슈를 떼놓고 본다면 롯데손보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받을 여지도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손보는 작년 3분기 말 기준 경과조치 적용 후 지급여력비율(K-ICS 기준)이 208.4%로 당국의 권고기준인 150%를 한참 웃돈다.

같은 기간 손보사 평균치인 210.6%에는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인수합병시장에서 매물 보험사로 거론되는 MG손보(64.5%), KDB생명(134.1%), ABL생명(168.1%) 등보다는 확연히 높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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