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신작 성과 아쉬운 엔씨소프트, 이자부담 줄인다

현금사정 여유, 수익성 악화로 일부 등급하향 트리거 발동

안정문 기자  2024-01-16 07:57:18
엔씨소프트가 넉넉한 현금사정을 바탕으로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한다. 작년 3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가운데 12월 출시된 신작의 성과마저 아쉬운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해 이자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26일 만기가 돌아오는 1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현금상환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금리를 포함한 경기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엔씨소프트의 넉넉한 곳간사정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현금성자산은 2조1278억원, 차입금은 6451억원, 순차입금은 -1조4828억원이다. 사실상 엔씨소프트는 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많은 무차입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들어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자비용 상승은 특히 뼈아플 수 있다. 12일 기준 엔씨소프트 2년, 3년, 5년물 회사채의 KIS자산평가 민평금리는 각각 3.825%, 3.849%, 3.983%다. 상환 회사채의 금리가 2.232%라는 점을 고려하면 차환 시 1.6~8%p 정도 금리가 늘어난다. 연간 이자비용으로 환산하면 17억~19억원이 증가한다.

엔씨소프트는 7월5일 700억원의 회사채의 만기도 맞이한다. 해당 회사채의 금리는 1.798%로 더 낮다. 엔씨소프트는 이와 관련해 "만기일에 맞춰 다각도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답했지만 이 역시 상환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채 시장을 찾았을 때 수요예측에서 원하는 금리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근거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올해 안에 분위기를 바꿀만한 동력도 없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1334억원으로 전년동기 4분의 1수준이다. 엔씨소프트는 8년 만에 가장 적은 영업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15년 23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2016년 3288억원, 2017년 5850억원, 2018년 6810억원, 2019년 5569억원, 2020년 8248억원, 2021년 3752억원, 2022년 5590억원을 거뒀다.

그 밖의 실적도 부진하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누적 매출 1조3421억원,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2187억원, 순이익 1887억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33.7%, EBITDA는 62.9%, 순이익은 59.8% 줄었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잉여현금흐름은 -397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65억원이었다는 고려하면 1년 만에 5000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등급하향 트리거도 일부 발동된 상황이다. 다행히 크레딧업계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하향검토기준인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안정성 악화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엔씨소프트 신용등급 하향 검토 조건으로 EBITDA 6000억원 미만 등을 들었다. 2023년 9월 말 기준 수치가 2187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준치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한국신용평가는 영업이익 5000억원 이하를 트리거로 제시했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이 1400억원선일 것으로 추정하는 만큼 이 역시 발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입모아 엔씨 목표주가 내려

부진을 털어낼 동력이었던 신작 게임 'TL'은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출시 이후 줄줄이 목표주가를 내리고 있다. TL이 정식출시된 12월7일 이후 5곳의 증권사가 7개의 엔씨소프트 리포트를 냈다. 해당 증권사들은 모두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특히 삼성증권은 작년 12월12일과 올 1월15일, 다올투자증권은 12월20일과 올 1월15일 한달 사이 두번의 리포트를 내놨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TL은 매출 75억원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며 "마케팅비용 증가 등으로 4분기 영업이익은 63억원에 그치겠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은 1조7680억원에서 1조743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400억원에서 1060억원으로, 순이익은 2000억원에서 1170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영업이익이 57억원, 전년동기대비 88%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이용자의 기대를 자극한 신작이 확인되지 않아 반등의 동력이 없다고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