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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자금조달 그 후

좁아진 조달 선택지…다가오는 '매각의 시간'

③자금 수요 많지만 배당수익 감소…석유화학 자회사 줄줄이 유동화 후보

이호준 기자  2023-12-20 16:39:34

편집자주

'6245억원'. SK이노베이션이 3개월 만에 감축한 차입 규모다. 대규모 자금을 단기에 조달하기 위해 기획한 조단위 유상증자의 성과답게 상당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채무 상환에 배정된 돈은 사실상 다 지출했다고 보는 게 맞다. 돈 들어올 구멍이 또 있을지, 계열사들을 지원할 여력은 있는지, 새 수장 박상규 총괄사장은 어떻게 대처할지 등 회사가 마주한 고민을 다시 곱씹게 한다. SK온 수혈과 유상증자 후 바뀐 SK이노베이션은 어떤 상황일까. 더벨은 전환점이라 부를 수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사업적·재무적 변화를 진단해 본다.
SK이노베이션의 자산 매각은 SK엔무브(옛 루브리컨츠) 지분 40%를 매각한 2021년에서 2년째 멈춰있다. 물론 올해도 유형자산(10억원)을 팔거나 장기투자증권(141억원)을 처분하긴했지 소소한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의 석유화학 사업 중간 지주사다. 기업공개(IPO) 혹은 지분 매각 등으로 유동화가 가능한 자회사를 여럿 거느리고 있다. 자금 소요가 많은 상황인 만큼 SK이노베이션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형자산 일부 팔았지만…현금 유입 '미미'

SK이노베이션에서 '자산 매각'이란 단어는 조금 멀어진 단어가 됐다. 2년 전만 해도 SK엔무브 지분 매각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기업공개(IPO) 구주매출로 각각 1조1000억원, 1조3500억원을 확보했었지만 이후로는 자산 유동화의 흐름이 끊기면서 현금 확보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의지는 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가령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당시 SK지오센트릭 지분 49%와 페루 광구를 유동화해 3조원 이상의 추가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흥행 저조와 페루 정부의 불허 등으로 실패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후 자금을 조달할 때 외부 차입 등으로 현금을 마련할 뿐 종속기업과 관계기업에는 손대지 않았다. SK㈜와 SKC 등 자산 매각으로 해마다 차익 실현과 사업 재편을 서둘러 온 그룹 내 지주사 성격의 다른 계열사들과 다른 흐름이었다.

물론 팔 수 있는 게 있다면 팔기는 했다. 건물이나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을 처분해 지난해와 올해 각각 55억원, 1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장기투자증권도 팔았는데 지난해와 올해 각각 335억원, 142억원의 투자 차익을 실현했다.

(단위:백만원)

그러나 유입된 현금은 나간 돈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작년과 올해 3분기 말 별도 기준 자본적지출(CAPEX)은 각각 1010억원, 700억원 규모다. 이밖에 종속기업·공동기업투자 취득으로는 각각 1조1480억원, 1조1650억원이 쓰였다.

◇워낙 많은 자금 수요…'유동화' 카드 내밀까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엔무브 △SK어스온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온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한송유관공사 △행복키움 등을 거느리고 있다.

웬만한 그룹보다 외형이 크지만 이들로부터 얻는 배당금 수익은 점차 줄고 있다. 실제 2021년 배당금 수익은 1조11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280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3분기까지는 3870억원만 확보했다. 자회사들의 지출은 늘고 살림은 팍팍해지면서다.

(단위:백만원)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자금 수요가 많다. 2021년부터 '카본 투 그린' 전략의 일환으로 친환경 투자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올해 5월엔 탄소 포집 기술을 보유한 '에어레인'에 투자하기도 했다. 보유 자산을 유동화해 현금을 확보할 필요성이 높아졌단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올해 6월 유상증자를 발표했기 때문에 한동안 자금 조달의 선택폭이 좁을 것으로 보인다"며 "친환경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 비전략자산을 매각하는 걸 우선순위로 둘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당수의 SK이노베이션 계열 계열사는 유동화를 위한 잠재후보로 여겨진다. SK이노베이션이 전통적으로 행해오던 사업을 수행 중인 SK지오센트릭(화학제품)과 SK엔무브(윤활기유) 등이 대표적이다.

전통의 정유·석유화학 기업인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도 예비후보다. 이 중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 2019년 IPO 형태로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이 추진된 바 있다. 그러나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최종 단계에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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