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새롭게 간판을 내건 르네상스자산운용은 비상장과 상장주식을 결합한 차별화 상품으로 업계에 안착한 헤지펀드 하우스다. 이후 상장사 메자닌으로 투자영역을 넓히는 한편 리스크 관리에 공들인 덕분에 이렇다 할 부침없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하우스 성장의 주된 원동력은 동갑내기 두 대표가 쌓아온 준수한 투자성과들이다. VIP자산운용 CIO(최고투자책임자) 출신의 이건규 대표가 상장주식 투자를, 신영증권 기업분석팀장 출신의 정규봉 대표가 상장사 메자닌 투자를 각각 책임지면서 강력한 투톱체제를 구축했다.
2023~2024년은 르네상스자산운용의 메자닌 투자가 결실을 맺게 되는 중요한 시기다. 여러 피투자기업의 엑시트를 계획 중인 르네상스자산운용은 이번 성과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운용역량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운용사·증권사 출신 동갑내기 합심…정예 백오피스로 리스크관리 르네상스자산운용은 2016년 9월 설립된 트러스톤멀티자산운용을 전신으로 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자회사였던 트러스톤멀티자산운용은 지난 2019년 2월 이건규 대표와 정규봉 대표가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르네상스자산운용으로 새출발하게 됐다.
빠른 77년생인 이 대표와 76년생인 정 대표는 약 10년 전부터 헤지펀드 운용사 공동창업에 뜻을 품고 바이사이드와 셀사이드에서 각자 역량을 갈고닦아왔다. 이후 실력이 일정 궤도에 오른 두 동갑내기는 트러스톤멀티자산운용의 지분을 각각 절반씩 인수해 르네상스자산운용의 기틀을 다졌다.
르네상스자산운용은 출범 직후 '비상장+상장주식'이라는 당시 시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차별화 상품을 내놓으며 개인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대표와 정 대표가 서로의 강점을 적절히 조합해 틈새시장을 공략한 결과, 약 1년만에 수탁고 13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업계에서 보기 드문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 2020년 업계를 움츠러들게 한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에도 르네상스자산운용은 꾸준히 외형을 불려왔다. 라임·옵티머스 여파로 비유동성자산 및 비상장시장이 외면받기 시작하자, 상장사 메자닌으로 투자방향을 빠르게 튼 게 주효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메자닌 투자펀드를 속속 결성하면서 2020년 말 1600억원, 2021년 말에는 2600억원의 수탁고를 달성하기도 했다.
비교적 빠른 확장세에도 불구하고 잡음이 없었던 것은 업계 전문가로 꼽히는 백오피스 인력들이 르네상스자산운용에 일찍이 포진했기 때문이다. 두 공동대표의 투자 프로세스도 엄격한 편에 속하지만 신영증권 출신의 이인수 부사장, 신영자산운용 출신의 김성기 감사 등이 2019년부터 르네상스자산운용 백오피스를 든든히 지켜준 영향 또한 컸다.
◇'투 트랙' 메자닌 끌고 상장주식 밀고...투자성과 속속 가시화 르네상스자산운용은 특유의 기업분석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상장사 메자닌에 단독으로 투자하는 프로젝트 펀드를 두루 설정하고 있다. 통상 헤지펀드 하우스들이 수억원 단위의 분산 투자를 집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뭇 다른 행보인 셈이다.
정규봉 대표는 그간 구축한 네트워크를 토대로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기업에 여러 전략적, 재무적 조언을 제공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으로 발행 메자닌을 배정받고 있다. 오래 눈여겨보던 회사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투자금 유치에 나서기 전, 납득할 만한 투자 로드맵을 역으로 제안해 알짜 딜을 독점으로 따내는 방식이다.
피투자기업에 추가적인 자금조달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사업 연계 가능성이 있는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해주는 등 중견기업과 벤처기업 사이에서 마중물 역할도 병행한다. M&A 기법 등을 활용해 피투자기업의 재무상황을 정상화시킴으로써, 보유 메자닌의 EOD(기한이익상실) 이벤트를 사전에 차단하고 투자원금을 회수하는 전략이다.
최근 메자닌 투자 사례로는 파마리서치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21년 10월 설정된 '르네상스미슐레5호일반사모투자신탁'은 올해 상반기에만 41.4%의 성과를 달성하며 이벤트드리븐 전략 수익률로 업계 5위에 올랐다. 설정원본 270억원의 대부분을 파마리서치의 1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했고, 지난해 10월 이후 파마리서치의 주가가 상승할 때 주식으로 전환해 대규모 매각차익을 실현했다.
르네상스자산운용의 투 트랙 중 나머지 한 축은 이건규 대표가 총괄 중인 상장주식 투자다. VIP자산운용 CIO 시절 저평가된 가치주를 선호하던 이 대표는 르네상스자산운용 출범 직후 투자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2010년 이후로는 PER이 낮은 종목이라 할지라도 좀처럼 주가가 반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자산운용이 정립한 상장주식 투자스타일은 시장의 실적 예상치를 웃돌 만한 기업에 선제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다. PER, PBR 수치에 연연하지 않고 산업 내에서 혹은 매출 발생구조에 있어 타사 대비 경쟁우위를 점했는지에 대해 더욱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대표적인 투자사례로는 TCC스틸, 한올바이오파마 등이 있다.
이 대표가 운용 중인 다수의 공모주, 코스닥벤처 펀드는 모두 준수한 성과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18년 5월 설정된 '르네상스코스닥벤처액티브일반사모투자신탁'은 현재 약 106.7%의 누적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 대표 특유의 공모주 및 상장주식 트레이딩이 안정감을 더한 덕분에 매해 20%에 가까운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한 상황이다.
◇투자 비히클 다변화 순항…엑시트로 새로운 원년 포부 신기사와 Co-GP(공동업무집행조합원)를 구축한 투자조합, 투자일임 비히클 등을 모두 합한 르네상스자산운용의 수탁고는 현재 약 3000억원 수준이다. 펀드 운용자산 순자산총액이 2300억원, 지난해 2월 개시한 상장주식 투자일임 비즈니스가 300억원, 신기술투자조합 운용규모가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르네상스자산운용은 출범 초기 비상장과 상장주식이 결합된 차별화 상품을 내놓은 뒤 메자닌, 상장주식이라는 투 트랙을 내세워 성장해왔다. 이후에는 투자 비히클에 일부 변화를 줬는데, 지난해 2월 투자일임업무를 신규 등록했고 같은해 5월에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의 공동 업무집행조합' 겸영업무를 보고했다.
비히클 다변화에 성공한 르네상스자산운용은 내년에 더 큰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긴 호흡으로 끌고 왔던 에이텀, DXVX 등의 투자종목들이 속속 엑시트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투자금 회수 및 리스크관리 역량을 재차 드러내는 한편, 준수한 성과로 투자역량을 부각시켜 수익자 폭을 더욱 넓혀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에이텀은 전원공급장치 부품 중에서도 전기에너지 전환 역할을 하는 트랜스 제조·공급에 강점을 가진 회사다. 르네상스자산운용은 지난 2019년 말부터 2020년 말까지 도합 16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등 에이텀의 성장 및 상장 과정에 큰 힘을 보탰다. 현재 신규상장에 따른 의무보유확약은 상장 후 1개월 또는 2개월로 설정돼 있다.
지난해 9월 취득한 180억원 규모의 DXVX 전환사채는 내년 9월부터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르네상스자산운용은 '르네상스보티첼리일반사모투자신탁'을 통해 해당 CB를 매입했는데, 풋옵션 이율만 연 15%에 달해 상당한 규모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주식 부문에서는 기관투자자의 비중을 더욱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일정 규모의 운용자산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수익률도 안정화된 만큼 여러 공제회의 출자계획에 지원할 준비를 마쳤다는 판단에서다. 기관투자자들의 빈번한 자금 유출입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그간 르네상스자산운용은 기존 수익자의 투자자산관리에만 매진해온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