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사태의 나비효과가 바이오업계에도 영향을 미칠까. 특히 파두가 기술특례상장 과정에서 불분명한 매출 추정치를 내놓은 게 당국이 대대적 제도 개편에 착수하게 된 트리거가 된 점에 이목이 쏠린다.
바이오텍은 그간 기술특례상장으로 가장 많이 수혜를 입은 섹터로 꼽힌다. 특히 제도 개편이 업체에 우호적이기보다 한층 보수적이고 엄정한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에 암운이 드리우는 모습이다.
◇직전 5년 간 바이오텍이 기술특례 70% 차지, 제도 개편에 직접 영향 파두 사태로 인해 당국이 대대적인 칼질을 요구한 기술특례상장은 파두와 같은 반도체 및 제조업보다는 바이오로직스 기반 업체들이 주로 선택한 트랙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술특례상장 기업 21개 중 16개, 2019년 22개 중 17개, 2020년에는 25개 중 16개가 바이오텍일만큼 트랙 선택 비중이 높았다.
타 섹터에서 촉발된 이슈지만 바이오업계 역시 파두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특히 내년 초로 예정된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편을 앞두고 정부 및 당국과 '규제 완화'를 놓고 지속 교감하던 업계에선 파두 사태가 여러모로 달갑지 않다.
현재로선 이번 파두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시행세칙 개정과 더불어 '기업실사' 전반을 강화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당초 기술특례상장 개정안에서 제시한 풋백옵션으로 주관사 책임을 강화할 계획이었만 이 역시 후속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투자자의 손실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주는 패널티보다 사전 감독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는 파두가 올해 3분기엔 3억대, 2분기 실적은 5900만원에 불과한 매출을 낸 사실이 알려지며 이슈가 됐다. 당초 파두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올해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로 1202억원을 제시했지만 올해 3분기 누계(별도)는 180억원에 그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주요 증권사 IB헤드를 소집하며 기업실사 과정의 질적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했다"며 "면밀한 실적을 추정할 수 있도록 분·반기 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는 기업이더라도 잠정 실적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여러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바이오텍도 파두와 다르지 않다…" 악화하는 글로벌 업황 속 제도 향배 예의주시 문제는 이같은 기업실사 강화가 바이오텍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통상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향후 추정매출을 시장에 공개하게 돼 있는데 상장 당시 제시한 수치를 달성한 바이오텍은 사실상 전무한 영향이다.
파두의 경우 상장 직후인 올해 2·3분기 실적이 고꾸라지며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3분기 누계(180억원)은 파두가 상장 과정에서 제시한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1202억원 3분기 누계 환산)의 20%에도 미치지 못한 점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문제는 앞서 상장한 바이오텍의 추정 매출 추이 또한 파두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기술특례상장 바이오텍 역시 통상 4년의 관리종목 지정 유예를 부여받는 과정에서 향후 3년 간의 재무사항 예측치를 내놓는다. 현재로선 이에 근접한 실적을 낸 곳조차 손에 꼽을 만큼 예측치와 실적 간 괴리율이 크다.
바이오텍이 상장과정에서 매출치를 현실화하는 것 자체가 녹록하지 않은 환경으로 바뀐 영향이다. 바이오텍의 경우 제조업과는 달리 라이선싱 베이스로 한 번에 큰 수익을 인식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L/O환경이 악화되고 바이오텍 및 바이오벤처 수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협상력이 대폭 올라간 점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L/O 시장이 구매자 우위(buyer’s market)로 급격히 변한 것도 바이오텍들이 제시했던 매출 전망을 달성하지 못하 주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이 과정에서 거래소 및 금융당국의 실사가 보수적으로 바뀌면 상장 과정에서 원하는 수준의 몸값 책정도 어려워지고 심사 문턱을 넘는 것도 쉽지 않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