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자닌(Mezzanine)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작년 전환사채(CB)에 이어 올해부터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한 콜옵션과 리픽싱 관련 규제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상향 리픽싱 조항 등 투자자에게 불리한 규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발행량이 급감한 모습이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PEF)들의 투자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투자 조건을 달 때 리픽싱 조항을 넣지 않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난 이후 풋옵션을 발동해서 원리금만 상환 받는 정도에 만족하는 곳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PEF들의 메자닌 투자 동향을 더벨이 살펴본다.
노앤파트너스를 비롯한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들은 올해 발행된 코스닥 상장사 상아프론테크 전환사채(CB)에 리픽싱(Refixing·가격재조정) 조항을 넣지 않았다. 국내 CB 발행에 있어 리픽싱 조항이 달리지 않은 점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금융당국이 상향 리픽싱 의무 규제를 실시하면서 리픽싱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 점이 반영됐다. 풋옵션을 통해 하방을 막긴 했지만 만기이자율(YTM)이 0%라는 점은 여전히 아쉽다.
이를 전환가액으로 상쇄하고자 한다. 다만 본격적인 주가 업사이드가 시작되지 않은 만큼 아직은 손실 구간에 걸쳐 있다. 향후 전방산업인 수소차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6회차 CB 600억 발행, 표면·만기이자율 0%
상아프론테크는 지난 5월 600억원 규모의 6회차 CB를 발행했다. 해당 CB의 만기는 5년이다. 전환가액은 3만1327원으로 설정했다. 전환 가능 주식 수는 191만5280주로 전체 주식 수의 10.7%에 해당한다.
해당 CB에는 노앤파트너스를 비롯해 다수의 FI들이 참여했다. 노앤파트너스는 KB증권과 함께 결성한 '케이비-노앤 그린 ESG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통해 해당 CB에 50억원을 집행했다.
상아프론테크 6회차 CB는 일반적인 CB와 달리 리픽싱 조항을 달지 않았다. 가격재조정을 의미하는 리픽싱 조항은 주가가 낮아질 경우, 전환가격 혹은 인수가격을 함께 낮춰 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CB 리픽싱 조항은 '리픽싱일 이전 5일 동안의 주가 평균이 전환가격보다 낮을 경우 그 주가 평균을 새로운 전환가격으로 정한다'이다. 전환가격을 계속 낮추어 이익을 보장해 줌으로써 투자를 유도하고자 한다.
과감하게 리픽싱 조항을 달지 않은 선택은 작년부터 적용된 '상향 리픽싱 의무'가 주효했다. 과도한 지분 희석 가능성 등을 포함한 메자닌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증권의 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며 실시했다.
향후 주가가 오르더라도 투자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발행사 입장에서도 굳이 리픽싱 조항을 넣을 이유가 없어졌다. 이전까지는 투자 유치를 위한 유인으로 작용했지만, 현재로서는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라는 평가다.
대신 투자자들의 하방은 풋옵션으로 막았다. 투자 이후 3년이 지난 시점부터 풋옵션을 발동할 수 있다. 다만 6회차 CB의 만기이자율은 0%다. 고금리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풋옵션 발동의 기회비용이 작지 않다.
◇주가 2만원선 유지, 업사이드 기대
전환가액을 3만1237원으로 설정한 이유다. 지난 4월 3만4600원을 찍었던 상아프론테크의 주가는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더니 최근에는 1만9000~2만원 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2021년까지만해도 7만원대를 유지한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세에 놓여있어 노앤파트너스를 비롯한 FI들은 현재 손실 구간에 있다. 다만 상아프론테크가 탄탄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기에 업사이드는 충분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상아프론테크는 2차전지 부품을 비롯해 멤브레인 소재 등이 주력이다. 멤브레인에 전해질을 코팅하면 고분자 전해질막을 완성할 수 있다. 이는 수소차용 연료전지에 사용된다.
향후 주가 상승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평가도 공존한다. 상상인증권 이준호 애널리스트는 상아프론테크의 올해 매출액을 전년 대비 9% 증가한 1976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 감소한 124억원으로 제시했다.
2차전지 부품 매출이 증가 추세인 점과 감가상각비가 증가한 점을 동시에 반영했다. 수소연료전지 내 필수 부품인 고분자 전해질막 생산 라인이 증설됐지만, 현재 시장의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시각은 보수적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상용화된 수소차 내 수소연료는 화석연료를 개질한 수소인데, LNG가 자동차 내 연료로 사용되기까지의 중간과정에 수소로 변환하는 과정이 생겨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 보다 단가가 높다"며 "생산단가는 수소경제 인프라가 확장된다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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