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이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화에 나섰다. 코빗은 기존에도 호가를 채우기 위해 메이커 주문을 내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고 오히려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전략을 짜 왔다. 수수료는 시장가 주문 기능을 쓰는 고객에게만 수취했었다. 앞으로는 어떤 거래 방법을 쓰던 수수료 없이 거래하게 한다.
코빗의 이런 결정은 한발 먼저 수수료 무료를 시행한 빗썸을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빗썸은 이달 초부터 수수료 전면 무료를 시행 중인데, 10%대에 머물던 점유율이 20%대로 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 코빗은 빗썸과 코빗의 고객군이 유사하다고 판단, 더 이상 고객을 빼앗기지 않도록 승부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코빗이 얼마나 이 정책을 끌고 갈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생긴다. 지난해 말 기준 코빗 유동자산 중 현금 또는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은 350억원 가량이다. 수수료를 통한 수익은 43억원에 불과했다.
◇코빗, 빗썸 '0%수수료' 후 거래량 줄어들자 제로 수수료 선언 코빗은 지난 20일 거래 수수료 전면 이벤트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책은 같은 날 오전 9시 시작됐으며 별도의 절차 없이 모든 고객에 0%의 거래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기한은 정해두지 않았다. 별도의 공지 전까지 제로 수수료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여기에 업계 최초로 도입했던 '마이너스 수수료' 정책도 계속 이어간다. 코빗은 지난해 5월 시장가 거래가 아닌 지정가 매매 주문을 생성한 고객에게 수수료를 수취하지 않고 거래대금의 0.05%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거래 유동성을 공급해 편의성을 제공하고, 코빗을 사용할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코빗이 수수료 무료를 시행하는 이유는 빗썸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코빗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당사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점유율을 추가 확보하고자 전격 시행했다"며 "빠르게 결정된 내용으로 종료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서는 점유율 1위인 업비트(두나무)를 따라잡기 시작한 빗썸의 제로 수수료 정책이 되레 코인원과 코빗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10월 3일 가상자산 정보제공 플랫폼 코인게코 기준 439억4390만원을 기록한 코인원의 24시간 거래대금은 빗썸이 수수료 무료를 시작한 직후인 5일 263억8706만원으로 급감했다.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이면서 20일 407억원을 회복했지만 다음날 다시 230억원대로 내려왔다.
코빗도 상황이 다르지않다. 3일 34억7400억원이던 거래량은 5일 15억6685만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8일에는 7억원까지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10월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한 이후에는 비트코인 강세와 이벤트 효과가 합쳐져 거래량이 소폭 증가했다. 20일 96억원, 21일 43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에도 전격 시행…"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관건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시행한 제로 수수료 정책을 코빗이 얼마나 이어갈 수 있는지다. 코빗은 이미 지난해 중순부터 메이커 주문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면서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작년 코빗의 매출은 43억3001만원이다.
규모를 키운 탓에 영업비용은 매출을 크게 상회한다. 같은해 코빗은 401억7156만원의 영업비를 지출했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건 마케팅 비용이었다. 주현영, 마동석 등 유명 배우를 모델로 기용하고 TV 광고를 진행하면서 143억원을 지출했다. 모델 계약은 올해 상반기 중 종료돼 마케팅 비용은 줄일 수 있지만 타 영업비용은 당장 규모를 줄이기 어려워 보인다.
2022년 말 기준 코빗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744억원이다. 이 중 536억원은 고객 예치금으로 코빗이 실제 운용 가능한 현금은 200억원에 불과하다.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상품은 228억원 상당인데, 여기에도 손실보전준비금 70억원이 질권설정돼 있다. 이에 따라 코빗의 가용 가능 자산은 350억원이라고 볼 수 있다.
재무적 부담감에 대해 코빗 측은 "내부 검토 후 수수료 무료를 결정했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