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명예회장의 동아쏘시오그룹 내 지분은 표면적으로 모두 증여가 이뤄진 상태다. 이미 수년여 전 4남인 후계자 강정석 회장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단 하나, 그룹 내 남아있는 자산이 있다. 바로 외국인 주주들과의 공동의결권 계약이다.
강 명예회장이 타계한 데 따라 해당 계약의 향방에 관심이 몰린다. 공동의결권은 일신전속 계약일 수 있기 때문에 상속보다는 재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산적 권리로 보면 상속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동아쏘시오그룹측은 계약의 세부내용은 알 수 없지만 강정석 회장의 의결권으로 이어지는 수순일 것이란 입장이다.
◇강신호 명예회장 지분 전무, 외인주주 '공동보유자' 계약 유일한 '자산'
동아쏘시오그룹은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를 정점으로 지배구조가 구축돼 있다. 강 명예회장의 경영권을 이어받은 강정석 회장이 지분 29.38%로 압도적 최대주주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10년 전인 2013년 강 명예회장의 지분 5% 증여 등을 통해 강정석 회장으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현재로선 강 명예회장이 그룹 내 보유한 지분은 없다. 가족간 불협화음이 있기는 했으나 경영권 및 지분 승계가 안정적으로 이뤄진 상황이다. 그 누가 개입할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한 강정석 회장 체제가 구축됐다.
하지만 눈여겨 볼 지점이 있다. 바로 외국인 주주에 대한 의결권이다. 영국 제약사 글락소 그룹(Glaxo Group Limited)이 6.45%, 오츠카 파마슈티컬(Otsuka Pharmaceutical)이 3.91%, 한국오츠카제약이 1.61%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주주들은 '공동보유자'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로 분류하고 있다.
글락소 그룹은 2010년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유치한 500억원어치의 지분이다. 일본 오츠카 파마슈티컬은 2007년 보통주 매입을 통해 주주로 유입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오츠카제약도 동원됐다. 모두 동아쏘시오그룹과 업무적인 협업관계를 맺고 있는 우호적인 파트너사들이다. 그룹 내 경영권 갈등이 있었을 당시 표대결에서 강 명예회장의 편에 섰던 이들이다.
이들 외국인 주주들은 강 명예회장과 공동의결권 계약이 맺어져 있다. 일본 오츠카제약과 한국오츠카제약과는 2009년, 글락소 그룹과는 2010년 맺은 계약이다. 사실상 강 명예회장의 의사대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으로 백기사 역할이다.
공동보유자로 특수관계자 분류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계약으로 강 명예회장은 그룹 내 지분이 단 1주도 없는 상황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룹 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했다.
하지만 강 명예회장이 타계한 데 따라 해당 계약은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합쳐서 12%에 달하는 적잖은 지분이기 때문에 지주사 의사결정에서 큰 무게감을 갖는다. 이들 지분이 특수관계자에서 빠지게 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42.3%에서 30%로 줄어든다.
◇사적계약 '유조건 불확실', 일신전속권 vs 재산적권리
공동의결권은 사적계약이기 때문에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 및 조건이 포함됐는 지에 따라 향방이 갈릴 수 있다. 유고시 누구에게 권리가 양도된다거나 등의 특약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확답하기 어렵다. 공시에는 계약 상대방은 강 명예회장으로만 적시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공동의결권 계약 역시 포괄 승계 대상이 된다. 유고시에 대한 조건이 달리지 않았다면 이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게 된다. 공동의결권이라는 계약 자체를 단순한 사적계약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재산적 권리로 볼 것이냐에 따라 방향도 달라진다.
'의결권'이라는 건 단순한 사적계약이 아닌 재산권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이다. 주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재산적 이익에 가깝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역시 자산으로 볼 수 있어 상속대상이 될 수 있다. 유족들과 합의 하에 누구를 공동의결권 대상자로 지정할 지 결정할 문제가 된다.
하지만 일신전속권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단순한 재산적 이익이 아닌 계약 당사자와의 신뢰 관계 속에서 맺어진 계약이라는 얘기다. 특정한 주체만이 향유할 수 있는 권리인 것으로 승계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러한 논리로 보면 계약 당사자의 부재는 계약의 종료로도 볼 수 있다. 새로운 인물, 즉 후계자인 강정석 회장과는 개별 계약을 추가로 다시 맺어야 할 수 있다.
동아쏘시오그룹 측은 외국인 주주와 강 명예회장간 공동의결권 계약의 세부적인 내용은 파악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계약맺을 당시 강정석 회장도 함께 당사자가 됐던 만큼 강 명예회장의 타계로 인한 계약 상대방은 강정석 회장이 되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강정석 회장 개인 의결권만 기존 29.38%가 아닌 41.35%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대략 과반의 지배력을 보유한 막강한 최대주주가 되는 셈이다.
동아쏘시오그룹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들과의 공동의결권 계약은 사적으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외부에선 알 수가 없다"면서도 "확인해 본 결과 해당 계약에 강정석 회장도 당사자로 묶여 있어 자연스럽게 강정석 회장의 의결권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