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가 그간 보유했던 투자기업, 자회사 지분 매각에 성공하며 포트폴리오 성과를 점진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지난 7월 SK쉴더스에 대한 EQT파트너스 투자 유치를 마무리한 것에 이어, 한차례 미뤄졌던 나노엔텍 매각과 위메이드와의 SK플래닛 지분 교환도 성사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다량의 현금을 확보한 만큼, 리밸런싱도 힘을 얻게 됐다.
최근 주가를 꾸준히 올린 SK하이닉스도 SK스퀘어의 포트폴리오와 실적에 빛을 비춘다. 올해 초 주당 7만3000원선까지 하락한 밸류가 13만원 수준에 근접하는 등 상당히 제고됐다. 주가에 반영된 기대감과 연동해 올해 하반기 SK하이닉스의 실적 회복도 예측되는 만큼, 지분법손익 영향을 받는 SK스퀘어도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1조1000억원 가까운 현금 확보, 리밸런싱 총알 든든하게 충전 SK스퀘어는 7~9월 최근 3달간 보유한 포트폴리오 지분 매각에 성공하며 투자 성과를 올렸다. 지난 7월엔 SK쉴더스의 일부 지분 매각에 성공했으며, 이달 초에는 나노엔텍 보유 주식 전량 매각을 성사시켰다. 이어 같은 달 중순에는 위메이드와 SK플래닛을 낀 지분 교환에 합의하기도 했다.
올해 현재까지 SK쉴더스의 최대 엑시트 성과로 볼 수 있는 SK쉴더스 지분 매각의 경우 EQT파트너스가 원매자로 나섰다. EQT파트너스는 스웨덴 발렌베리가의 글로벌 투자사다. 86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매각 절차가 완료되면서, SK스퀘어는 한순간에 4100억원 현금을 일시 확보하게 됐다. 남은 4500억원은 2년에 걸쳐 유입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조달력도 갖춰졌다.
이어 진행된 나노엔텍 지분 전량 매각은 약 550억원 규모 현금유입을 발생시켰다. SK스퀘어에서 보유했던 나노엔텍 지분은 지난 2011년과 2013년 SK텔레콤에서 총 328억원을 투자해 매입했던 몫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SK스퀘어는 이번 나노엔텍 주식 전량 매각으로 약 2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보게 됐다.
위메이드와의 지분교환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3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주식 등을 맞교환한 형태다. 다만 SK스퀘어의 경우 SK플래닛 보유 주식 약 12%가량을 위메이드에 매각했고, 위메이드 주식 매입은 SK플래닛에서 진행했다. 따라서 SK스퀘어 입장에서는 별도기준 350억원 상당 현금이 유입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됐다.
이를 발판으로 SK스퀘어는 올해 9월까지 약 1조1000억원에 가까운 현금유입 성과를 거두게 됐다. 2년에 걸쳐 유입되는 SK쉴더스 매각대금 4500억원과 2분기까지의 SK하이닉스 배당금수익 등을 모두 합친 값이다.
상당한 크기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 만큼, SK스퀘어는 앞으로 진행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됐다. 현재 SK스퀘어는 그룹 내 관계사 등과 함께 소부장, 반도체 유망 기업을 물망에 올리고 투자 대상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꾸준한 SK하이닉스 밸류 회복, 지분법손익 정상화 기대감↑ SK하이닉스의 밸류가 올해 초 대비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점도 SK스퀘어에겐 긍정적이다. SK스퀘어는 실적 상당 부분에서 SK하이닉스의 배당금 수익 등에 영향을 받는다. SK하이닉스가 현재 보유한 주요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덩이가 큰 사업체인 만큼, 주가와 사업 현황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상반기 기준 SK스퀘어의 SK하이닉스 지분은 20.1%다.
올해 초 최저 주당 7만3100원까지 떨어진 SK하이닉스 주가는 상당히 회복됐다. 하반기 중반인 현재 주당 12만원 내외를 오간다. 8월에는 주당 최고 12만9000원으로 13만원 문턱을 넘보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반도체 특수효과를 누렸던 2021년보다는 낮지만, 올해 초 대비 64% 이상 상승한 밸류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SK스퀘어는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만큼, SK하이닉스 매출과 영업이익을 지분율 만큼 실적으로 반영하는 지분법평가손익법을 회계에 적용한다. 따라서 SK하이닉스의 주가 회복이 회계 상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요인은 낮다. 하지만 밸류 상승은 결국 SK하이닉스와 반도체 업황의 반등에 대한 기대감과 예측을 반영한다.
이를 감안하면 SK하이닉스의 실적 제고가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SK스퀘어 역시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해 볼 법하다. 반도체 업황이 한창 불안했던 상황에서 벗어나 D램, 낸드 등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점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반도체) 공급 업체들의 대규모 감산 이후 최근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고객사의 구매 스탠스에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며 “SK하이닉스의 4분기 DRAM 영업이익률과 낸드 영업적자 폭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