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올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은 그룹 임직원은 물론 투자자 사이에서도 큰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계열사 확대를 비롯한 성과를 냈고 금융위원장으로도 유능한 면모를 보였죠. "우리금융의 숙원을 풀어줄 CEO다"라며 주식을 미리 사두라 추천한 금융권 관계자도 다수 있었습니다.
취임 반년이 지녔지만 주가를 놓고 보면 '임종룡 효과'는 아직입니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지난 13일 종가 기준으로 1만2250원입니다. 우리금융이 지주사 체제로 복귀하고 재상장한 2019년 2월 13일 종가는 1만5300원이었습니다. 재상장 이후 주가가 19.9% 하락한 상태이고 임 회장 취임 후에도 추세 반전은 요원해보입니다.
우리금융지주의 주가 부진을 국내 증시의 전반적인 금융주 약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금융지주 재상장 이후 다른 은행금융지주 주가를 보면 사뭇 다른 흐름입니다. 이 기간 KB금융 주가는 20.3% 상승했습니다. 금융주가 시가배당률 5%를 웃도는 고배당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상승률입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는 1.8%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마이너스(-)는 면했습니다. 신한지주는 이 기간 15.2% 하락했는데요, 조단위 유상증자라는 주가 악재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주가 악재로 작용할 만한 별다른 이벤트가 없었음에도 신한지주보다 하락폭이 더 컸습니다.
주가 부진으로 시가총액 차이는 더 벌어졌습니다. 우리금융지주 시총은 지난 13일 종가 기준으로 9조3166억원입니다. KB금융(22조3949억원), 신한지주(19조493억원), 하나금융지주(12조734억원)과 적게는 2조7000억원, 많게는 13조원 차이가 납니다. 1등 KB금융과 비교하면 시총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4대 금융'으로 묶기에도 체급차가 벌어졌습니다.
기대감 부재가 주가 부진 요인으로 꼽힙니다. 2020년 초 코로나19 유행으로 금융주도 주가 폭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익 기대감으로 금융주 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가 올 상반기 당국의 공공성 강화 요구로 잠잠해질 때도 우리금융지주는 줄곧 잠잠했습니다. 주가에 기대감이 반영돼 있지 않아 우려가 부각될 때도 크게 하락하지 않는 것이죠.
◇Industry & Event
기대감 측면에서 임 회장의 취임은 중요한 이벤트였습니다. 우리금융지주가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이후에도 별다른 전기를 마련하지 못한 배경에는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간 갈등이 있었습니다. 거물급 외부 인사인 임 회장의 취임은 갈등을 봉합하고 새로운 경영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가 나왔죠.
임 회장은 지난 3월 취임과 동시에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2달에 걸쳐 4명의 후보를 공정하게 평가해 CEO를 선정하기로 했죠. 조병규 우리은행장 취임으로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이 막을 내린 뒤에도 나머지 후보들을 키맨으로 중용하겠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임종룡 체제 진용이 온전히 갖춰진 것입니다.
조 행장을 포함한 은행장 후보 면면을 보면 법인 영업에 특화돼 있습니다. 조 행장은 우리은행에서 대기업 영업 수완이 가장 뛰어난 인물로 꼽힙니다.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은 임원으로 IB그룹을 이끌었고 이제 법인 영업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은 중소기업 영업을 맡기로 했습니다.
우리은행의 법인 영업 강화 행보는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달 강 부문장 주관으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를 열고 2027년 기업금융 1위 탈환을 선언했습니다. 매년 대기업 대출 30%, 중소기업 대출 10%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죠.
우리은행의 가세로 은행권 법인 영업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졌습니다. 기존에는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간 대결 구도에 하나은행이 뛰어든 형국이었죠. 특히 하나은행은 마진을 줄이더라도 우선 고객과의 관계를 맺어 대출 자산을 늘리는 전략을 써 다크호스로 떠오른 상태입니다.
강 부문장은 하나은행의 행보를 의식한듯 간담회장에서 "마진이 없으면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우량 자산이 아니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비교적 체급차가 명확한 KB국민은행, 신한은행보다 하나은행을 먼저 따라잡겠다는 의중으로 읽힙니다. 다만 대출 서비스 질이 비슷해져 금리 외에 차이를 만드는 건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Market View
증권업계는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난 2분기 경영실적 발표 후 19개의 리포트가 나왔는데요, 모두 우리금융지주 매수(Buy) 의견을 냈습니다. 19개 리포트가 제시한 평균 목표 주가는 1만5263원입니다. 현 주가보다 3013원(24.6%)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다만 증권사들이 내놓은 목표주가는 우리금융지주 재상장일(2019년 2월 13일) 종가였던 1만5300원을 회복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다기보다 재상장 이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극복하고 하락한 주가를 회복하는 것 정도로 전망되고 있는 것입니다.
증권업계의 보수적인 평가에는 증권사 인수합병(M&A) 지연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경쟁사와 달리 증권사가 없어 종합금융그룹으로 진용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죠.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부각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M&A를 적극 추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경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연말 배당수익률이 8.6%에 달하는 만큼 주가 하방 리스크는 제한적이나 뚜렷한 상승 모멘텀도 부재하다"며 "내년에는 이익 기저효과와 시장에서 기대하는 M&A 모멘텀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좀 더 긴 호흡에서의 접근을 추천한다"고 평가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우리금융지주가 단기간에 주가를 반전시키려면 M&A를 성사시켜야 합니다. 은행업계는 과당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다른 금융지주와 큰 차이를 만들어내기 어렵죠. 대출을 늘려 외형을 키운다 해도 적정 마진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결국 비은행 M&A를 성사시키는 게 관건입니다.
M&A를 성사시킬 키맨은 임 회장입니다. M&A 최종 결정은 과점주주 추천 인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내리지만 임 회장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임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한 경험이 있어 증권사 M&A를 성사시킬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임 회장은 M&A에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전에 섣불리 뛰어들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증권사가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에 노출된 것에 비해 몸값이 높게 형성돼 있는 게 인수를 마다하는 요인입니다. 보험사 역시 몸값 대비 효용을 따질 때 적당한 매물이 마땅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과의 시너지를 고려하면 증권사 선택지는 더 좁아집니다. 우리은행은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 고객풀이 풍부한 은행입니다. 반면 리테일 영업이나 자산관리 역량은 경쟁사에 비해 부족합니다. 우리은행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려면 자산관리 고객이 많거나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등 IB 영업이 가능한 증권사여야 합니다.
더벨은 증권사와 보험사 M&A 구상을 임 회장에 물으려 했으나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임 회장을 대신해 통화에 응한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증권사를 위주로 검토하겠다는 기존 원칙에 변화가 없다"며 "근시일 내에 M&A 방향성이나 속도나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우리금융지주 비은행 M&A는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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