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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든든한 삼성SDI, 일등공신은 '단기금융상품'

단기금융상품 증가 폭 1조원↑…이자수익 꾀하는 재무 전략 구사

이호준 기자  2023-08-22 08:03:17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삼성SDI가 쥔 현금이 2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분기 현금 보유량이 2조6142억원에 달했으니 불과 6개월 만에 급격한 변화가 생긴 셈이다.

그런데 속사정은 좀 달랐다. 대신 단기금융상품 보유량을 1조원 넘게 늘렸다. 단기금융상품은 정기예금·적금 등 만기가 1년 이내인 금융상품을 말한다. 보유 현금의 상당 부분을 단기금융상품으로 전환해 이자수익을 꾀하는 재무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활동현금흐름 두 배 급증…'단기금융상품에 집중'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1조9621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2조6142억원에서 25% 감소한 금액이다.

'버는 돈'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지난해 말 1조3500억원이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이 기간 1조4500억원으로 불어났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재무활동현금흐름도 순유입 규모가 200억원에서 5446억원을 껑충 점프하는 등 원활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연결기준, 전자공시시스템

현금 순유출 규모가 컸던 건 투자활동현금흐름이다. 올 상반기 투자활동현금흐름에서만 2조6758억원의 현금 순유출이 집계됐다. 작년 말(1조30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따져보면 투자활동에 따른 현금 유출 가운데 단기금융상품의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삼성SDI의 단기금융상품 증가 폭은 1조192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작년 말(4830억원)과 올 1분기 말(5540억원)에 비해 두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돈을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수익 창출을 노리는 데 열중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 기간 단기금융상품의 처분을 통한 현금 유입은 1700억원에 그쳤다. 단기금융상품은 자금운용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만기 1년 미만의 금융상품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와 환매조건부채권(RP), 어음관리구좌(CMA) 등이 대표적이다.

◇이자수익 1년만에 3배↑…달라진 현금 운용전략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현금 운용전략이다. 삼성SDI는 그간 현금 확보를 우선시해 왔다. 실제 작년 말까지만 해도 보유 현금이 단기금융상품을 1조원 이상 웃돌았다.

하지만 이젠 효율적인 자금 운용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시장은 금리 상승으로 안정적인 현금 확보의 필요성이 높아진 점에 주목한다.

삼성SDI의 올해 상반기 현금흐름표상 이자지급 규모는 약 1244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300억원)보다 무려 네 배 이상 늘어났다. 대규모 조달이 어려운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대비해 이자성부채인 단기차입을 8000억원 늘리며 유동성을 확보한 탓이 컸다.

전자공시시스템

그러나 이 기간 세 배 가까이 늘어난 423억원의 이자수익도 챙겼다. 조달 환경이 빠른 시일내 회복될 수 없다고 판단해 힘들다고 판단, 현금 보유량을 줄이고 단기금융상품을 늘리는 식으로 기대 수익을 키운 덕이다.

이에 삼성SDI의 재무상태는 아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의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영업현금흐름(1조4500억원)에서 유형자산 취득액(1조4950억원)을 제한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479억원이다.

다만 단기금융상품 증가 폭(1조1920억원)을 감안하면 빌린 돈을 상환하거나 배당 및 주주환원, M&A 등에서 쓸 수 있는 잉여 자금은 여전히 플러스(+) 상태로 볼 수 있단 관측이다. 부채비율도 안정적인 수준인 78.3%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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