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L중앙(이하 SLL)이 독자적 IR(investor relations) 조직을 갖췄다. 그동안 SLL은 모회사인 콘텐트리중앙의 IR조직이 SLL까지 지원하는 형식으로 IR을 진행해왔는데 SLL이 이번에 자체적으로 IR파트를 신설했다.
투자자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SLL은 JTBC의 드라마만 만드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톱티어 스튜디오’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다. 동시에 프리IPO 투자 유치, 회사채 발행 등으로 시장성 조달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와 소통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5월 IR조직 신설…투자자와 소통 강화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SLL이 올 5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IR파트를 신설했다. IR파트는 경영지원실 아래 재무팀 산하 조직이다. IR파트 직원은 2명이다. 다만 조직은 신설했지만 파트장이 콘텐트리중앙과 IR업무를 겸직하고 있다.
모회사인 콘텐트리중앙과 별개로 IR조직을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SLL은 사세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기업설명회를 개최한 적은 없다. SLL은 2007년부터 드라마 외주 제작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해 2019년 12월 JTBC드라마 제작부문을 통합, 본격적 프로덕션 하우스 체제를 갖췄다.
지난해 4월 사명을 JTBC스튜디오에서 SLL중앙으로 바꾼 뒤에도 IR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콘텐트리중앙의 실적발표 때나 기업설명회 때 SLL도 다뤄지는 방식으로 시장에 알려졌다.
그러나 SLL을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갈수록 커졌다. SLL이 2021년 한 해에 26편의 작품을 제작해 매출 5589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거둬 매출면에서 스튜디오드래곤을 제치면서 주목도는 한결 더 높아졌다.
정경문 SLL 대표이사가 지난해 4월 미디어데이를 열고 “올해(2022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3조원을 투자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키워 2024년에는 연매출 2조원 이상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것도 이런 실적에서 비롯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당시 야심찬 포부를 밝힌 것처럼 SLL은 경쟁력을 입증하며 흥행작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드라마 시청률이 다소 부진했지만 연말 ‘재벌집 막내아들’을 시작으로 올해 ‘대행사’, ‘신성한, 이혼’, ‘닥터 차정숙’, ‘나쁜엄마’ 등 드라마로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시청률과 이익 인식의 시차로 올 상반기까지는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SLL은 올 1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190억원을 냈는데 2분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성 조달 확대에 IR 필요성 더 커져 더군다나 SLL은 회사채 등을 발행해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으로 조달창구도 점차 넓히고 있다. SLL은 신용보증기금에서 지원하는 프라이머리CBP(P-CBO)는 물론 사모 회사채와 공모 회사채를 가리지 않고 발행하고 있다.
2021년에는 JTBC스튜디오라는 사명으로 공모채를 발행했지만 지난해와 올해에는 SLL로서 수요예측을 치러 공모채를 찍었다. 성적도 양호했다. 올 2월 SLL은 모집금액 250억원에 1000억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하며 공모채를 최종 500억원으로 증액발행할 수 있었다.
2021년에는 프리IPO 성격으로 총 4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사모투자펀드운용사(PEF)인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로부터 3000억원, 중국 IT기업 텐센트로부터 1000억원 등을 투자 받았다. 이는 종합스튜디오 체계를 만들어 연간 수십편씩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비로 쓰였다.
덩치가 커지고 투자규모가 불어나면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만큼 IR조직을 갖춰 시장과 소통에 힘써야 한다는 경영판단을 내렸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