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페셜티가 자체 현금 창출력을 초과하는 배당을 지주사 SK로 집행하면서 차입 부담이 커졌다. 재무안정성보다 지주사로 투자 재원을 보태는 역할에 중점을 둔 재무 전략을 펴고 있다.
SK스페셜티는 지난 8일 15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했다. 각각 2년물(6-1회차) 400억원(이자율 4.543%), 3년물(6-2회차) 1100억원(4.809%)을 찍었다. 조달 자금은 모두 채무상환자금으로 쓴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차입 만기를 장기화하는 차환 전략 중 하나다. SK스페셜티는 1500억원을 단기차입금 상환에 투입할 예정이다. 상환할 단기차입금은 모두 은행 차입금이다. 만기는 지난 8일부터 오는 8월까지 분포돼 있다. 금리는 3.86~5.15% 수준이다.
SK스페셜티는 차입 만기가 단기화돼 있었다. 지난 1분기 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7813억원) 중 69%(5419억원)가 만기 1년 이내 유동성차입금이었다. 각각 단기차입금 3122억원, 회사채 2300억원로 나뉘어 있었다.
유동성차입금을 보유 현금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172원(단기금융상품 포함)이었다. 조달 여건을 활용해 만기를 연장(Roll-over)하거나 차환으로 대응해야 했다.
차입 부담은 지난 1분기 가중됐다. 단기차입금 늘리는 자금 운용을 하면서 지난해 말 대비 단기차입금이 223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92%포인트(p) 증가한 242%, 총차입금의존도는 14%p 증가한 61%를 기록했다.
SK스페셜티가 자체 현금 창출력 이상의 배당을 집행하면서 차입에 기댄 자금 운용을 할 수밖에 없었다. SK스페셜티는 지난해 결산 배당으로 1500억원을 지급했다. 배당금은 SK스페셜티 지분 100%를 보유한 SK가 모두 수령했다.
SK스페셜티는 지난 1분기 별도 기준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59억원 유입됐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172억원)을 합해도 1분기 자본적 지출(CAPEX) 508억원을 소화할 수 없는 유동성이다.
지난해 결산 배당 재원은 단기차입금으로 만들었다. SK스페셜티는 지난 1분기 별도 기준으로 재무활동현금흐름이 424억원 유입됐다. 단기차입금 순증액(2230억원) 에서 배당금 지급(1500억원), 사채 상환(300억원)을 제한 금액이다.
SK스페셜티는 2021년 12월 SK머티리얼즈에서 물적분할한 뒤 올해 첫 배당(지난해 결산 배당)을 지급했다. 지난해 배당성향은 연결 기준으로 93%다. 분할 전보다 배당성향이 높아졌다. SK머티리얼즈 시절인 2019~2021년 배당금총액은 356억~365억원, 연결 기준 배당성향은 28~32%였다.
SK스페셜티가 이자를 부담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레버리지 지표 악화를 감수하고 고배당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SK스페셜티는 분할 이후 20%를 웃도는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2160억원(이익률 28%), 318억원(20%)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금융비용은 각각 306억원, 81억원이었다.
SK스페셜티는 국내 전자산업용 특수가스 1위 업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만 생산해 제품 포트폴리오는 협소한 편이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우량 고정 거래처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성을 내고 있다.
배당성향을 유지한다면 단기간 내 레버리지 지표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다. 배당과 더불어 증설 투자를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잉여현금흐름(FCF) 창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SK스페셜티는 내년까지 SiH4(모노실란) 증설(2500억원) 등 설비를 확장할 예정이다. SiH4는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박막태양전지 제조 시 실리콘 증착에 사용(순도 99.9999%)되는 특수가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