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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LNG해운 인수전

HMM이 제시한 3000억, 인수금융도 손실 난다

대신PE 투자금 1500억 최우선 상환, '인수금융 2000억' 손실 범위

감병근 기자  2023-06-07 13:57:18
HMM이 예상보다 낮은 인수가를 제시하면서 현대LNG해운 매각 측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제시된 인수가로는 최대주주인 IMM컨소시엄이 에퀴티 투자금 전액을 포기해야 하고 인수금융 대주단도 일부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매각 연기, 해외 매각 등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LNG해운 본입찰에는 HMM과 해외 원매자 3곳을 포함, 총 4곳이 참여한 상태다. 이중 유일한 국내 원매자인 HMM은 3000억원 초반대 금액을 매각 측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HMM이 제시한 3000억원 초반대 가격이 예상을 밑도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는 IMM인베스트먼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로 구성된 IMM컨소시엄이 2014년 현대LNG해운 인수에 투입한 4000억원 가량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HMM이 제시한 가격을 IMM컨소시엄은 물론, 인수금융 대주단에서 수용할 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3000억원 초반대 가격에 매각이 이뤄진다면 IMM컨소시엄은 에퀴티 투자금을 모두 포기해야 하고 대주단 역시 일부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LNG해운 상환순위는 대신프라이빗에쿼티(대신PE)가 투입한 1500억원이 최우선순위로 잡혀 있다. 대신PE는 작년 초 1500억원을 투입해 상환전환우선주(RCPSP) 20.77%를 확보하면서 현대LNG해운 2대주주로 올라섰다.

뒤를 이어 인수금융 2000억원, IMM컨소시엄의 투자금 2000억원 순으로 상환이 이뤄진다. IMM컨소시엄의 투자 내역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IMM인베스트먼트의 메자닌 투자(1250억원)가 IMM PE의 순수 에퀴티 투자(750억원)보다 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에서는 인수금융이 상환 최우선순위를 확보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현대LNG해운의 경우 해외 추가 수주를 소화할 선박 확보를 위해 투자금이 신속히 필요하게 되자 인수금융 대주단이 대신PE 투자금을 최우선순위에 두는 것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상황에서 3000억원 초반대에 매각이 이뤄질 경우 단순 계산으로 대주단은 500억원 안팎의 손실을 입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4년 IMM컨소시엄 인수 이후 현대LNG해운에서 약 700억원 규모의 배당이 이뤄지긴 했지만 이는 대부분 인수금융 원금 상환이 아닌 이자 비용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금융 대주단 입장에서는 최근 현대LNG해운 실적이 급격히 늘고 있는 만큼 손실을 입으면서까지 당장 HMM으로 매각을 진행할 필요성이 낮다고 볼 수도 있다. 현대LNG해운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4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대주단이 당장 HMM으로 매각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IMM컨소시엄도 선택지를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을 전망이다. HMM에 매각하면 IMM컨소시엄 에퀴티 투자금이 전액 손실 처리되는 만큼 해운업계에서도 에너지 안보 등을 내세워 해외 매각을 막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IMM컨소시엄의 후순위 투자 펀드에도 주요 연기금, 공제회를 통해 국민의 돈이 대거 들어가 있다”며 “에너지 안보 등을 이유로 HMM에 현대LNG해운을 헐값에라도 매각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인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대LNG해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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