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지주사인 SK㈜가 올해 두 번째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3·5·7·10년물로 3000억원을 찍어 차환에 활용한다.
더불어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신규 조달도 계획하고 있다.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 이 경우 반년 만에 공모채 약 1조원을 발행하는 신기록을 남길 전망이다.
여유 자금도 미리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SK㈜는 사업확장을 위해 막대한 투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AA+, 안정적'이라는 초우량 신용도를 보유한 만큼 조달 전략에 변화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3·5·7·10년물로 최대 6000억 조달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가 오는 19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 구조는 3년물 1000억원, 5년물 1000억원, 7년물 500억원, 10년물 500억원으로 나눴다. 총 30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나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30~+30bp'로 제시했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16일 기준 SK㈜의 개별민평금리는 3년물 3.983%, 5년물 4.162%, 7년물 4.47%, 10년물 4.787%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3.6~5%대의 금리로 발행을 마칠 전망이다.
대표 주관 업무는 SK증권,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인수단으로는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신영증권, 우리종합금융,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을 꾸렸다. 대규모 발행을 하는 만큼 주관사단 규모도 키웠다.
SK㈜는 지난 2월 공모채로 3900억원을 발행한 후 약 3개월만에 다시 시장을 찾았다. 당초 매 분기마다 공모채를 발행하는 정기 이슈어(Issuer)다. 지난 해에도 네 차례에 걸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공모채로 조달했다.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기업어음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의 일부는 기업어음 차환 용도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오는 5월과 6월 총 1300억원의 기업어음 만기가 도래한다. 나머지 자금(1700억원)은 회사채 차환에 쓸 예정이다.
이번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해 최대한도인 6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할 경우 반년 만에 약 1조원을 공모채로 조달하게 된다. 그간 한 해 전체 발행액이 1조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큰 규모다.
◇신규 투자 늘리며 차입금 의존도 '증가세'
SK㈜는 공모채로 증액 발행하는 자금도 운영 자금 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조달 전략에 변화를 준건데, 최근 신규 투자를 늘리며 차입금이 불어난 만큼 여유 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SK㈜의 회사채 신용등급과 전망을 'AA+,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SK그룹의 주력사인 SK이노베이션, SK E&S, SK하이닉스 등이 업계 내에서 확고한 영업기반과 사업 경쟁력을 확보해 가능했다.
주력 자회사들의 배당금이 증가하면서 2022년 말 기준 배당금 수익이 전년(7447억원) 대비 39.5% 불어나 1조38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조1807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면서 차입금이 늘어난 상황이다. 바이오, 첨단소재, 수소 등을 영위하는 유망기업에 신규 사업투자를 진행해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차입금의존도는 39.7%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약 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 결과 신용평가사가 제시한 하향 트리거에 근접한 상태다. 신용평가 3사는 SK㈜의 차입금 의존도 지표와 자회사 신용도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차입금의존도가 40%를 초과할 경우 등급 조정 가능성을 암시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그룹이 전반적으로 사업안정성과 재무안정성이 우수한 수준이지만 대규모 투자 소요 등으로 계열 재무 부담이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안정적인 현금 유입 여부와 자체 재무구조 변동폭 등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