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2년만에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데 이어 사모 시장에서도 회사채 조달을 했다. 공모 자금 모집에 나섰던 HD현대중공업은 시장의 투자 수요가 넉넉히 몰리면서 적극적으로 금리를 낮췄다. 성공적인 공모 조달 전략 덕분에 연내 1조원 이상의 차환 수요를 앞두고 장기물 발행 여건이 우호적으로 형성됐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27일 HD현대중공업이 사모채 시장에서 3년 만기 회사채 500억원을 조달했다. 금리는 5.38%이다. 등급민평금리 보다 10bp가량 낮다. 공모 조달에서도 힘을 보탠 대신증권이 발행주관을 맡았다.
HD현대중공업은 이달 공모 자금 모집에서 6000억원을 웃도는 기관 투자 수요를 확인하며 추가 발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달 공모채 조달에서 금리를 성공적으로 낮추면서 12일을 기점으로 개별민평금리가 더 낮아졌다. 지난 2년간 공모채 발행이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금리가 역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기준 HD현대중공업의 3년물 개별민평금리는 5.352%로 3년물 등급민평금리 5.469%보다 11bp 가량 낮다.
HD현대중공업은 이달 2년만에 시장성 조달에 속도를 내 1.5년물 1020억원, 2년물 600억원, 3년물 380억원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총 1000억원을 모집했는데 증권사 운용부서와 리테일부서, 자산운용사, 보험사에서 적극적으로 응찰해 6000억원을 넘는 주문이 들어왔다.
코로나19 이후 해상 물동량 증가와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로 신규 수주가 크게 늘어나면서 수익성 상승이 가시화되자 투심이 탄탄히 형성됐던 것으로 파악된다. 덕분에 증액 발행이 이뤄지며 금리를 개별민평대비 1.5년물 -15bp, 2년물 -10bp, 3년물 -20bp 낮춰 각각 4.783%, 4.918%, 5.29%에 조달할 수 있었다. 조달 전략을 잘 세운 덕분에 HD현대중공업은 올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차환 수요를 앞두고 금융비용을 상당 부문 줄일 수 있게 됐다.
HD현대그룹 핵심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은 2021년 9월 기업공개 과정에서 유입된 1조원과 선수금 등으로 그동안 적극 차입금 상환을 해왔다. 차환을 포함해 2년간 은행대출 약 5조원, 사채는 3700억원 정도를 갚았다. 2020년 4조5000억원을 넘었던 총차입(리스부채 포함) 규모는 2022년 2조6481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가운데 절반 가량인 1조4447억원이 1년 내 만기가 도래한다. 은행 대출 등 차입이 1조3847억원, 회사채 600억원 등이다. 수주 물량이 확대되면서 건조 진행 물량이 늘어 운전자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당장 개별민평금리에서 10bp 이상을 절감한 덕분에 올해 1조5000억원의 차환을 앞두고 금융 부담이 상당 부문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년간 신용등급 스플릿(Split) 상태가 유지돼 온 이슈어(Issuer)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1년 2월 'A0, 안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한국기업평가는 같은 해 'A-, 긍정적'으로 한 노치(notch) 낮게 등급을 평가했다. 이후 등급 변동이 없이 스플릿 상태가 이어져 HD현대중공업의 금리는 장기물일수록 'A0'보다 'A-'에 가깝게 형성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