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의약품 개발사 에이프릴바이오가 상장 후 사업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작년 7월 코스닥에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상장 후 9개월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파이프라인의 첫 자체 임상에 돌입했고 이를 위해 추가 외부 조달을 단행했다. 상장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IR담당 임원도 영입하는 등 회사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상장 10개월만에 임상자금 추가조달…150억 CB 발행에이프릴바이오는 비상장기업이던 2021년 덴마크 룬드백(Lundbeck)에 총규모 4억4800만 달러(5370억원)의 기술이전을 이루며 주목받았다. 특히 선급금 비율이 3.57%(1600만 달러)로 눈길을 끌었다.
미국 FDA 임상 1상 계획을 승인받은 상태의 'APB-A1' 물질을 룬드벡에 넘겼다. 2021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성사된 해외 기술이전 가운데 임상 1상 물질 거래는 총 5건이었는데 대부분 1% 안팎의 선급금 비율인 가운데 에이프릴바이오만 3.5%를 기록했다.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는 A, BBB의 등급을 획득했다. 한국기업데이터와 나이스평가정보에서 평가받았다.
에이프릴바이오의 기술이전 성과는 일부 상장사도 해내지 못한 규모라는 점에서 각광받았지만 상장공모가는 기대만큼 인정받지 못했다. 희망공모밴드 2만원~2만3000원에서 하단보다 저렴한 1만6000원에 상장했다. 시리즈 C 프리밸류가 1750억원 정도였는데 상장 프리밸류는 1614억원 정도로 할인했다.
당초 밴드 하단 기준으로 총 333억원을 모집해 운영자금에 65억원, 연구개발비에 250억원 가량을 배정할 생각이었지만 밴드 하단보다 낮은 공모가에 총 207억원 가량을 조달하는데 그쳤다. 연구개발을 위한 추가 외부조달은 불가피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상장 후 약 10개월만인 이달 19일 15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발표했다. 하이투자증권, 이현자산운용, 레이크자산운용, 한국투자증권이 투자했다. 전환가는 2만5655원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작년말 687억원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보유했지만 선제적으로 CB 발행에 나선 점이 눈에 띈다.
에이프릴바이오 관계자는 "(당사는) 연간 150억원을 R&D에 쓰고 있으며 관리비까지 합하면 연간 200억원 가량을 소진하고 있다"며 "이번 조달은 1년치 살림을 더 할 수 있는 금액을 선제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사는) 수년내로 주가가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 아직 주가가 낮을 때 CB를 발행해 상환 압박을 줄이려는 의도다"고 설명했다.
◇상장 당시 임상단계 파이프라인 전무…올해는 2개 완료 예상에이프릴바이오 관계자는 "상장할 때에는 임상을 시작한 파이프라인이 없었는데 올해는 임상 1상이 두개나 끝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데이터를 통한 파이프라인 자산가치 입증으로 추가적인 L/O 딜을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다.
"국내에서 L/O 사업모델을 확립한 회사들로 '플랫폼' 기술을 가진 레고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이 언급되는데 여기에 에이프릴바이오도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에이프릴바이오의 핵심 플랫폼 기술은 부작용을 줄이면서 효능은 키우고 약물의 반감기(작용기간)를 늘리는 'SAFA'다. 이 SAFA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7가지 파이프라인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연구개발이 가장 진전된 프로젝트는 룬드벡에 기술이전한 APB-A1이다. 룬드벡이 2022년 3월 임상 1상을 시작해 현재 진행 중이다. 연중 1상 완료가 예상된다. 룬드벡의 연구 데이터로 에이프릴바이오의 물질발굴 능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마일스톤 기술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에이프릴바이오가 자체적으로 연구개발하는 APB-R3는 올 3월 호주 임상 1상 투약을 개시했다. 상반기 중 투약을 완료하고 올 9월까지는 임상을 완료할 계획이다. 기술수출도 계속 타진하고 있다.
기술이전을 위한 사업개발(BD)는 이재흥 개발본부 본부장(상무)이 맡고 있다. 이 상무는 2020년 에이프릴바이오에 합류했고 룬드벡에 기술이전을 이룰 때의 주역이기도 하다. 주요이력으로 이수앱지스 해외사업팀 팀장을 8년간 지낸 이력이 있다. KT&G 생명과학 라이선싱팀 팀장, 아키젠바이오텍 아웃소싱팀 팀장(상무보)를 역임했다.
한편 APB-R3는 IL-18BP(binding protein) 융합 단백질 의약품이다. IL-18은 인체내 존재하는 단백질인데 CD8 T세포와 NK세포를 자극해 염증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INF-y의 생산 및 발현을 촉진한다. IL-18이 과발현되면 스틸병, 대식세포활성화증후군 등 다양한 자가염증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IL-18을 타겟하는 약물이 아직 시장에 없는 점에서 계열내 최초(first-in-class) 신약으로 APB-R3를 개발하고 있다.
◇'상장 후 3년간 보호예수' 조건으로 임원진 이탈 '제로'에이프릴바이오는 차상훈 대표가 2013년에 설립했다. 차 대표는 1963년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캠퍼스에서 면역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면역학 분야에서 30여년간 연구하며 에이프릴바이오의 SAFA 플랫폼 기술을 개발한 장본인이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국립대학인 강원대학교의 의생명과학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상장 전후로 에이프릴바이오의 주요 주주는 변함 없이 차 대표와 유한양행이다. 작년말 기준 차 대표는 20.95% 지분을 보유했다.
유한양행은 에이프릴바이오 시리즈 B 부터 전략적투자자(SI)로 함께했다. 상장 후 3년의 보호예수 기간 때문에라도 에이프릴바이오 주식을 한주도 팔지 않고 107만7875주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후 임직원의 스톡옵션 발행 등으로 유한양행 지분율은 10.25%에서 10.21%로 소폭 축소했다.
주요 임원의 상장 후 이탈도 없다. 임원진도 마찬가지로 상장 후 3년의 보호예수 기간이 적용됐다. 변화라면 IR 담당 이사가 새롭게 합류한 점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상장 5개월만인 작년 11월 신임 IR 이사로 진홍국 전 알토스바이오로직스 CFO를 영입했다. 에이프릴바이오 재무총괄은 변함없이 2019년부터 상장 과정 전반을 살펴온 김진택 CF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