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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에 계열사 투자' HLB제약, 커지는 메자닌 무게감

지분투자·R&D 병행 유동성 소진… 영업현금흐름 '+' 전환 시기도 관건

최은수 기자  2023-04-24 15:25:19
HLB그룹의 제약 계열사인 HLB제약이 작년 적자전환에도 불구하고 올해 투자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자회사 베리스모(Verismo)에 170억원 추가 투자를 단행하고 도입 품목 및 제네릭·개량신약 중심 사업 구조 안착을 위한 생물학적동등성 작업 등의 R&D 지출도 함께 늘린 모습이다.

관건은 현금성자산 소진 추이를 감당하는 것이다. 2020년 HLB그룹에 인수될 당시 약 800억원에 달하던 유동성은 작년 말 240억원 가량이 됐는데 여기에 4분의 3 가량을 다시금 베리스모 투자에 할애한 셈이다. 작년 1000억원 매출 볼륨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현금흐름의 상당부분을 CB를 비롯한 메자닌에 의존하는 구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유동성 70% 투자해 'CAR-T 자회사' 배팅, 현금흐름에 나타난 '투자 일변도 전략'

HLB제약은 이달 초 베리스모에 170억원의 추가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회사가 공시한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등 포함)은 약 240억원인데 이 가운데 약 70%를 자회사 증자에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전이지만, 베리스모 증자금을 지출하기 직전 시점의 HLB제약의 현금성자산 추이는 작년 말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HLB제약의 영업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음(-)의 수치를 기록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20년 메디포럼에서 HLB그룹(최대주주 HLB생명과학)으로 오너십이 바뀐 이후 HLB제약은 재무 활동을 통해서만 현금 유입을 일으켰다. HLB그룹 합류 약 2년 간 빠른 외형성장에 성공하며 약 400억원 가량이던 연매출은 1000억원으로 늘었지만 이 기간 영업현금창출력은 외려 마이너스 폭이 늘었다.(2020년 -4억원, 2021년 -12억원, 2022년 -27억원)

보유 유동성의 상당 부분을 자회사의 미래와 R&D에 투자한 결과다. 베리스모가 개발 중인 CAR-T 치료제 후보물질 'SynKIR-110'은 미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지난해 9월 FDA로부터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으면서 본격적인 R&D 지출을 예고한 상태다.

이밖에 2020년 HLB그룹으로의 피인수 과정서 유입된 현금은 주로 향남공장을 비롯한 퍼실리티 관련 투자에 쓰였다. 더불어 아픽시반 함유 장기지속형 항응고주사제(HLBP-024)자체 임상 등으로도 보유 현금을 지속적으로 지출하면서 R&D 투자에도 무게감을 놓지 않은 모습이다.

◇'발행한도 총 3조' 높아지는 메자닌 활용 가능성

HLB제약은 본 사업인 제약 CSO 및 건기식으로 인한 본격적인 수익창출 전 단계에 있다. 이는 향후 회사 운영 및 사업 확장을 위한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미 발행한 차입금 규모 및 성격, 내부 유동성 상황 등을 고려하면 HLB제약의 재무 전략은 역시 메자닌을 활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HLB제약 정관에 규정한 메자닌 한도는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교환사채(EB) 각각 1조원씩이다. 추가 발행을 위한 룸 자체는 충분하다. 이에 따라 현재의 그룹 거버넌스를 유지하는 선에서 운용의 묘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HLB제약의 최대주주 HLB생명과학의 지분율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17.41%(작년말 기준)다. 이밖에 5% 이상 주요주주가 없는 만큼 지분 방어 우려는 낮은 편이다.

이미 작년까지 열다섯 차례에 걸쳐 CB 및 메자닌을 활용한 자금 조달을 진행했다. 마지막 자금조달(CB)은 작년 8월이다.(운영자금 200억원) 해당 자금은 조달 목적에 맞춰 사용을 마무리한 상태인 만큼 추가 발행 행보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재무적 자금 조달을 통한 현금흐름에 의존하는 현 구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업 전반에서 연착륙 및 턴어라운드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정중동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회사의 주력 사업은 의약품판매대행(CSO)인데 최근 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 확장에 나선 상태다.

HLB그룹 관계자는 "HLB제약은 그룹 편입 이후 기존 최대주주 대비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충한 뒤 그룹의 새 먹거리 발굴에 기여하는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고 있다"며 "턴어라운드를 비롯해 본사업을 통한 현금 창출(캐시 인) 시기 또한 서두르지 않고 중장기적 관점을 갖고 접근하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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