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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 자금조달' 이창호 KCC건설 대표, 무차입기조 깼다

CFO 출신, 공격발행 모드 '재무 변동성 완화 관건'

성상우 기자  2023-04-21 16:28:17
이창호 KCC건설 신임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공격적인 조달에 나섰다. 9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으로 당장 올해 갚아야 할 단기 채무를 해결했다. 6년만에 무차입 기조가 깨진 상황에서 이뤄진 조달이란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CC건설은 지난 20일 900억원 규모의 제30회 회사채 발행을 확정했다. 지난 19일 이뤄진 수요예측에서 900억원 중 130억원의 주문만 받아 흥행엔 실패했다. 단독 주관사인 키움증권을 비롯해 KDB산업은행, KB증권, NH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대형 인수단이 미매각 물량을 총액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만기 2년물로 KCC건설의 2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개별민평 수익률 산술평균에 1.6%포인트를 가산한 금리 조건이었다. 회사 측은 당초 수요예측에서 -0.3~1.6%포인트의 넓은 금리 범위를 제시했다. 시장 반응이 저조했던 탓에 높은 금리가 적용된 셈이었다.

이번 공모 조달은 이창호 대표가 지난달 24일 대표이사직에 공식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딜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부사장 시절부터 재무파트에 해당하는 관리Ⅱ 부문을 총괄했다. 사실상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도맡아 수행해 온 인물이다.

이 대표의 전문 분야인 만큼 자금 조달 방식 및 시기를 직접 결정했다. PF 리스크와 미분양 공포 탓에 건설사 공모채가 아직 디스카운트되고 있는 여건에서 과감하게 시장성 조달 방식을 택했다. 개별 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감수하면서도 미매각분을 인수단이 모두 가져가는 조건으로 변수를 제거했다.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KCC건설은 급한 불을 껐다. 발행 자금 대부분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 상환에 쓰일 전망이다. 지난해 말 재무제표를 보면 올해 중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 총액은 1950억원이다. 이 중 당장 다음 달에 갚아야 할 하나은행, 우리은행 대출이 400억원 가량이다.

단기차입금을 제외하면 부채 상환 일정은 비교적 느긋한 편이다. 2025년에 전액 상환할 에정인 장기차입금 규모는 116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작다. 2021년 발행한 제28회 사채 발행금 500억원도 만기가 내년 이후다.

레버리지 관련 지표들의 경우 지난해 이후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는 점은 지켜봐야 될 필요가 있다. 2020년 당시 140%대까지 떨어졌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60% 이상 상승하기 시작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20% 선을 넘었다.

단기차입금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탓에 순차입금은 6년 만에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다. 무차입기조가 깨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실적 악화로 이익 규모가 줄어든 탓에 이자보상배율(EBITDA/총금융비용)은 처음으로 1배 미만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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