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가 동아쏘시오그룹의 든든한 사업 파트너사 역할을 하고 있다. 특수관계자로 분류되는 계열사와의 매입거래가 전체 매출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특히 지분관계도 없는 계열사와의 파트너십이 눈에 띈다.
동아오츠카가 생산하는 제품을 해외유통하는 사업을 하고 있고 에스티팜으로부터 원재료를 매입하고 있기도 하다. 사업의 협업 파트너로 또는 밸류체인 구축 차원으로 동아에스티가 동원되고 있는 셈이다.
◇2021년부터 원가 대비 계열사 비중 확대, 동아오츠카와 가장 많은 거래동아에스티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관계자들과 매입거래한 규모는 별도기준으로 173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1833억원 대비 소폭 줄었다. 그러나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상품 및 원재료 매입, 기타비용, 용역비 등의 지출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다르다. 이들 명목으로 쓴 지출은 지난해 1536억원이다. 전년도 1464억원 대비 72억원 늘었다.
동아에스티의 매출원가는 3124억원이다. 이 가운데 이들 특수관계자 즉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가 49%에 달한다. 2020년까지만 해도 45% 안팎 비중이었지만 2021년부터 50%에 달할 정도로 계열사 매입 규모가 커졌다.
세부적으로 동아오츠카로부터 가장 많은 638억원의 거래가 있다. 상품 및 원재료 거래라고 공시한 것으로 보아 동아오츠카가 생산하는 제품을 매입하고 유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오츠카는 포카리스웨트·오란씨·데미소다 등의 음료와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캔박카스를 동아오츠카로부터 조달받아 해외에 유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캔박카스를 유통해 939억원의 매출을 벌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상화 되면서 박카스 수출이 늘었다고 공시했다. 완제품을 조달받는 것인 만큼 유통하는 것만으로 단순계산으로 300억원의 마진을 남기는 것으로 추산된다. 동아오츠카에 매입채무를 10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다음으로 거래가 많은 곳은 에스티팜이다. 연간 약 262억원의 매입거래를 한다. 지난해 상품 및 원재료 매입에 249억원, 기타비용으로 13억원을 지출했다. 원료 의약품을 생산하는 에스티팜으로부터 원재료를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항결핵제 '크로세린' 원료인 'D-사이클로세린(D-cycloserine)'을 에스티팜으로부터 도입하고 있다. 연간 거래규모는 약 40억원 정도다. 이밖에 동아에스티가 판매하는 제네릭 제품의 원재료를 에스티팜이 공급하고 있다.
에스티젠바이오과 166억원의 매입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에스티젠바이오가 올린 매출 279억원의 약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에스티젠바이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영위한다. 동아에스티의 바이오시밀러 DA-3880, DMB-3115 등의 위탁생산을 맡고 있다. 동아에스티와 에스티젠바이오는 이들 파이프라인에 대한 독점적 생산 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에 주목된다.
이밖에 동아제약과도 105억원의 매입거래를 한다. 상품 및 원재료 매입에 68억원, 기타비용으로 24억원, 용역비로 13억원을 지출했다. 일부 건기식을 매입해 유통하는 사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IT를 담당하는 DA인포메이션과의 매입거래도 연간 43억원 정도다. IT 관련 일감 역시 계열사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동아제약에서 일부 건기식, 동아오츠카에서 캔박카스, 에스티팜에서 싸이크로세린(결핵치료제 크로세린 원료) 등을 매입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 매출거래는 '미미', 지분관계 없는 계열사 우군역할동아에스티가 계열사로부터 매입하는 규모는 1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상당하지만 발생하는 매출은 미미하다는 점에 주목된다. 지난해 특수관계자로부터 올린 매출은 총 235억원이다. 전체 6358억원 매출 가운데 3.7% 정도에 불과하다. 전년도 99억원, 전체의 1.7%와 비교하면 두배가량 늘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동아에스티는 지분관계도 없는 이들 계열사들에는 상당한 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려주는 이유는 동아쏘시오홀딩스와의 관계에 있다. 동아오츠카·동아제약·에스티젠바이오·에스티팜 등 동아에스티의 매입거래가 많은 곳들은 모두 그룹 지주사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최대주주인 곳이다. 동아에스티와는 지분관계가 전무하다.
캐시카우 사업인 동아에스티가 계열사에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하면서 실적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궁극적으로는 동아쏘시오홀딩스에 이익은 귀속된다. 긍정적으로 보면 밸류체인이 일원화 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달리 보면 계열사를 밀어주는 거래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만 공정거래법에서 보는 위법한 내부거래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동아에스티 역시 이를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 공시한 증권신고서에 특수관계자로부터의 매입의존도가 매우 높다고 적시했다. 특수관계자의 업황 또는 실적에 따라 동아에스티의 영업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