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의 이사회에 지주사 대표이사가 참여한다. 지주사 전환 후 대표이사였던 오너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던 관행이 사라진 지 거의 7년만의 일이다. 현재 동아에스티가 신약개발을 위해 새로운 사장을 영입하는 등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의 감시감독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동아에스티는 다음달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재훈 동아쏘시오 대표이사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선임할 계획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동아에스티 지분 23.3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013년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와 제약사업을 담당하는 동아에스티로 나뉘었다.
동아에스티의 이사회에 동아쏘시오홀딩스 임원이 참여한 건 2016년까지다. 당시 지주사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해 대표이사가 기타비상무이사로 동아에스티의 의사결정자로 참여했다.
당시 참여한 인물은 오너 3세이자 최대주주인 강정석 회장이었다. 오너의 이사회 개입이 자연스러웠던 재계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동아에스티의 이사회에 변화가 생겼다. 불법 리베이트로 강 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내려오면서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고 동아에스티는 지주사와는 독립된 계열사로 자리매김 했다. 2018년부터는 동아에스티의 이사회에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물론 그 외 외부인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자리하던 관행 자체가 사라졌다.
이처럼 수년에 걸쳐 나름의 이사회 진화를 이룬 동아에스티가 다시 지주사 임원을 이사회에 입성시키는 건 꽤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특히 동아에스티가 수년간의 정체를 딛고 변화를 꾀하는 시점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뤄진 그룹 의사결정이라는 데 주목된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초 박재홍 연구개발(R&D) 총괄 사장을 영입하며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했다. 뿐만 아니라 박 사장을 사내이사로까지 선임하며 주요 의사결정자 라인에 앉혔다. 외부인사지만 박 사장의 리더십에 힘을 싣는 차원이었다.
현재 동아에스티는 신약개발을 필두로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 및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경영상 중대한 의사결정이 올해부터 집중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감안해 모기업 대표가 직접 감시 및 감독을 하는 차원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입성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만한 점은 정 대표의 직급이다. 그는 부사장 직급으로 동아에스티의 사내이사들인 김민영 사장과 박재홍 사장보다 낮다. 감시감독을 위해 기타비상무이사로 자리하더라도 동아에스티의 경영 리더십에 크게 개입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이번 주총 이후로 동아에스티 이사회 전열은 변화를 맞는다. 사내이사는 단 두명에 불과하고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 등 외부 인사는 총 5인이 된다. 기존 사내이사였던 이성근 경영관리본부장은 3월 임기를 끝으로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