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주주환원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기업이었다. 한때 당기순이익 규모를 넘어서는 배당을 하면서 배당성향이 300%대까지 치솟았다가 30%대로 뚝 떨어지는 등 들쑥날쑥한 그래프를 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은 배당성향이 매년 17%대 전후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기순이익이 우상향하면서 배당성향도 안정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회사인 삼성전자와 달리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에 대해선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실적악화에 배당성향도 '들쑥날쑥'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비율을 말한다. 삼성전기는 중간배당 없이 결산배당만 하고 있는데, 2018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5년간은 배당성향이 최소 12%에서 18%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평균은 약 16%다. 하지만 과게에는 삼성전기의 배당성향은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8년 40.2%였던 배당성향은 이듬해 20.9%로 절반으로 뚝 떨어진 뒤 그 이후로는 10%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2015년에는 배당성향이 다시 338.4%로 치솟았다. 그해 당기순이익(연결회계기준 지배기업소유주지분)이 112억원에 불과했으나 배당금(별도 재무제표기준)으로 379억원을 지출했기 때문이다.
당기순이익이 147억원을 기록했던 2016년에도 전년과 같은 액수를 배당하면서 배당성향은 257.8%로 높은 숫자를 유지했다. 2017년에는 당기순이익 1617억원에 총 배당규모는 568억원으로 배당성향은 35.1%로 떨어졌다.
배당성향이 지금처럼 안정되고 일된 흐름이 보이기 시작한 건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2018년부터다. 당기순이익 6562억원이었던 2018년에는 배당금으로 총 757억원을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11.5%였다. 이후 배당성향은 2019년 16.2%, 2020년 17.5%, 2021년 17.8%, 지난해 16.2%로 평균 17%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에는 당기순이익이 5143억원으로 다소 줄긴 했으나 그 이후로는 2020년(6040억원), 2021년(8924억원), 지난해(9806원)까지 꾸준히 우상향했다. 적자를 내며 전체 사업부 실적을 갉아먹던 패키지솔루션(반도체 패키지기판 생산) 내 PLP(패널레벨패키지·Panel Level Package) 사업 매각, 쿤샨법인 가동 중단과 주력 사업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성장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다.
◇중장기 배당정책 없는 이유 삼성전기는 배당기조의 큰 틀만 제시할 뿐 중장기배당정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 "배당정책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경영실적, 캐시플로우(현금흐름) 상황 등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배당금 규모는 경영실적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최소 배당성향 10%를 유지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장기 배당정책이나 주주들이 배당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삼성 전자계열사(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중 삼성전기가 유일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7년 10월 3개년(2018년~2020년) 주주환원정책을 처음 발표한 뒤 2021년에도 3개년(2021년~2023년) 계획을 내놓았다. 3년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게 골자다.
이어 삼성SDI는 지난해 처음으로 중장기 배당 정책을 확립했다. 삼성SDI의 3개년(2022년~2024년) 주주환원정책의 핵심은 기본배당금을 1000원으로 설정하고 매년 FCF의 5~10%를 추가 지급하는 것이다.
삼성전기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배당성향을 20% 이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목표만 제시했다. 통상적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꾸준히 재투자가 필요해 지출 규모가 불확실한 기업의 경우 연간 단위로만 주주환원정책을 결정한다. 삼성전기의 경우 순이익 규모가 커지고 안정적 흐름을 보이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장기배당정책을 확립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삼성전기의 순이익이나 현금흐름 규모는 과거와 달라졌다. 몇 년간 순현금 기조를 유지하는 등 탄탄한 재무기반을 마련한 데다 영업이익률도 2018년 이후로는 두자릿수를 유지하며 수익성 개선 또한 성과를 내고 있다.
FCF 추이를 보면 2020년 6805억원, 2021년 6904억원으로 순유입됐다. 지난해에는 304억원으로 쪼그라들긴 했으나 순유입세를 유지했다. 캐펙스(CAPEX·설비투자액)가 얼마나 늘어나느냐가 변수이긴 하지만, 중장기배당정책도 기대할 만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