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환 컴투스 대표가 주주가치 제고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을 언급해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컴투스는 자사주 소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최근 부진한 주가흐름에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당근책을 꺼내든 모습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유의미한 주가부양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만큼 자사주의 전략적 활용 가치 역시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만큼 단기적 주가부양책보다는 기업가치 제고라는 근본적인 방향을 목표로 자사주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주환 대표, '자사주 소각' 이례적 언급
이 대표는 지난 12일 컴투스 홈페이지에 게시한 주주 안내문을 통해 "기업의 성장과 중장기적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자 심도 있는 고민과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며, 공식적인 1분기 실적발표 자리를 통해 해당 내용을 말씀드리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자사주 소각을 언급한 이유는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컴투스 주가는 지난해 초까지 15만원대에 달했지만, 현재는 절반 수준인 7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컴투스 소액주주들은 주주연합을 구성해 지분을 모으면서 경영진 상대로 책임을 묻고 있다.
컴투스 소액주주 연합인 '컴투스 주주행동모임'은 지난 11일 기준 합산 지분 3.91%(50만3520주)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주주행동모임에 참여한 개인주주 수는 28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투스 최대주주인 컴투스홀딩스 지분이 29.38%(378만308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물량이다.
컴투스 주주행동모임은 컴투스를 상대로 자사주 소각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태다. 컴투스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 이후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각대금(657억원)으로 다시 자사주를 매입하고 추가 소각하라는 입장이다. 통상 자사주를 소각하면 총발행주식수가 감소하면서 주당가치가 높아져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자사주 소각한다고 무조건 주가 오를까
앞으로의 관건은 컴투스의 선택이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단기적인 주가부양책이라는 점에서 컴투스가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반짝' 현상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기업가치와는 무관한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 주가 회복 대책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이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부양을 이유로 지속해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다 보면 유통주식수가 적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유통주식수가 적으면 거래량이 부족해져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오히려 저평가되거나, 주가하락 폭이 커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일각에서는 컴투스가 자사주를 무조건적으로 소각하기보다는 기업가치 제고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방어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 기조는 유지하되, 쌓아둔 자사주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기업이 외부투자 유치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활용하면 신주가 발행돼 기발행 주식의 가치가 희석된다. 주가가 하락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상증자 대신 자사주를 투자자에게 지급하면 기발행 주식 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투자금도 끌어올 수 있다. 자사주를 기초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전략도 구사할 수 있다.
◇사업영역 넓히는 컴투스, 자사주 활용가치도↑
최근 컴투스가 단순 게임사에서 벗어나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있다는 점도 자사주 소각을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일 것으로 보인다. 컴투스는 지난해 메타버스와 같은 다양한 신사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매출이 발생한 덕분에 창사 이래 최대 매출(7171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컴투스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메타버스에 신경을 쏟고 있다. 지난해 메타버스 플랫폼인 '컴투버스'를 설립한 것이 상징적이다. 금융을 비롯해 문화, 라이프,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업들과 유기적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컴투버스에 대한 외부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컴투버스는 최근 하나금융그룹과 교보문고, 교원그룹, SK네트웍스 등으로부터 총 16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컴투스가 자사주까지 활용한다면 더욱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자사주 소각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재무적인 변화도 고려 대상이다. 특히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 다만 자사주 매입은 잉여현금을 투입하는 것인 만큼 현금성자산 감소가 불가피하다. 회계적으로는 자사주 매입분이 기타자본으로 차감돼 자본총계 감소로 이어진다. 자본총계가 감소하면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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