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이사회 분석

YG엔터, 사외이사 비중 확대에도 독립성 우려 '여전'

김동현 선임으로 사내·사외이사 '동수',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아직'

이지혜 기자  2023-03-20 17:03:16
YG엔터테인먼트가 사외이사진을 확대할 예정이다. 원안대로 김동현 후보가 선임되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각각 3명으로 동수를 이루게 된다. YG엔터테인먼트 사상 처음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ESG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했는데 이런 노력을 지속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독립성이 제고됐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현역 사외이사들이 YG엔터테인먼트의 중요 의결사항에 반대표를 행사한 적도 없어서다.

◇사외이사 비중 확대, 사내·사외이사 ‘동수’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24일 25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날 정기 주총에서는 △2022년도 별도·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와 보수한도 승인의 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감사 신규 선임의 건 등이 의결된다.

사외이사 신규 선임에 이목이 쏠린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김동현 유니퀘스트 고문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원안대로 가결될 경우 김동현 고문의 임기는 2026년 3월 정기주총까지다.


김동현 고문은 1968년 1월 26일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라자원 전자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그나텍 대표이사를 거쳐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첨단반도체 솔루션 공급업체인 유니퀘스트 매그나텍디비전 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YG엔터테인먼트는 김동현 고문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배경에 대해 “매그나텍 대표이사와 유니퀘스트 매그나텍디비전 총괄에서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며 “현재 유니퀘스트 고문으로 회사에 기여하는 모습으로 보아 전문성을 가지고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라 판단해 사외이사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김동현 고문이 선임되면 YG엔터테인먼트 사외이사는 총 3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YG엔터테인먼트는 다른 사외이사로 조영봉 이사와 홍용준 이사를 두고 있다. 2022년 조영봉 이사는 재선임, 홍용준 이사는 신규 선임되면서 두 사외이사의 임기는 2025년 3월까지가 됐다.

YG엔터테인먼트가 사외이사를 늘리면서 다양성 제고에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YG엔터테인먼트가 콘텐츠와 투자, 법률 전문가에 이어 경영과 기술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확보하게 돼서다.

조영봉 이사는 스틱인베스트먼트 팀장,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 NHN인베스트먼트 상무 등을 지내고 현재 이엔캐스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엔캐스트가 글로벌 콘텐츠 기획과 제작, 배급 등 IP사업을 아우르는 종합스튜디오라는 점에서 조영봉 이사는 콘텐츠와 투자에 조예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용준 이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를 지내고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맡고 있다.

김동현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놓고 YG엔터테인먼트가 거버넌스 개혁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YG엔터테인먼트가 사상 처음으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동수로 구성해서다. 일반적으로 사외이사 비중이 확대될수록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진 감시기능이 제고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예년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YG엔터테인먼트는 2012년 이래 단 한 번도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같은 수로 구성한 적이 없다. 2016년과 2017년 이사회 구성원이 9명으로 사상 최대 인원을 기록했을 때에도 사내이사가 사외이사보다 많았다. 2022년에도 마찬가지다.

YG엔터테인먼트는 2022년 11월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거버넌스 개혁에 힘썼는데 이번 사외이사 확대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사외이사에게 외부통제와 제어력 등 관리와 감독 역할을 부여해 YG엔터테인먼트가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토록 할 것"이라며 "이사회 구성 변화는 의사결정의 균형을 맞추고 경영선진화를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사회 독립성 ‘의문’, 견제기능 ‘부족’ 지적도

다만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견제기능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YG엔터테인먼트의 이사회 의장을 양민석 대표이사가 맡고 있어서다.

더욱이 현재 사외이사진은 YG엔터테인먼트 경영진에 반대권을 행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홍용준 이사는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래, 4월 이사회에 한차례 불참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2019년부터 업무를 수행했던 조영봉 이사도 이사회 불참을 빼면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행사했다.

심지어 조영봉 이사는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재선임될 당시 주요 기관투자자로부터 반대를 받기도 했다. 한국ESG기준원 의결권정보광장에 따르면 기관투자자 8곳 가운데 4곳이 조영봉 이사의 선임을 반대했다.

당시 사학연금공단은 “이해관계가 있는 법인의 임직원으로, 사외이사로서 독립성 훼손 우려가 존재함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이런 맥락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조영봉 이사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엔캐스트가 YG엔터테인먼트의 기타특수관계자로 분류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