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Tech) 기업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단가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큰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테크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추이에 따라 움직인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은 실적이지만,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신사업 전략 등이 방향성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은 평가한다. 더벨은 각 테크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밸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요인과 변수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DB하이텍이 팹리스 사업부(브랜드사업부) 물적분할을 추진하면서 지배구조 이슈가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배구조 이슈 외에 가동률과 자사주 매입 등 기업가치를 좌우할 다른 재료도 많은 상황이다.
가동률이 증가한 데다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는 것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지배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혼재하고 있어 향후 주가 향방 흐름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적분할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DB하이텍은 최근 내부 브랜드사업부(팹리스)를 따로 떼어내 신설법인 ㈜DB팹리스(가칭)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분할기일은 오는 5월 2일이며, 분할존속회사인 DB하이텍이 DB팹리스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다.
DB그룹은 이번 물적분할 결정의 목적으로 팹리스와 파운드리 각 사업부문별 전문성과 경영효율성 제고, 책임 경영체제 정착에 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는 팹리스를 떼어냄으로써 순수파운드리 형태에 가까워지고 팹리스는 독립 후 독자경영체제를 갖춰 각각 경쟁력을 크게 키울 전환점이 될 거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팹리스와 파운드리 분리가 DB하이텍의 기업가치에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를 두고는 일부 주주들과 그룹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소액주주들은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DB그룹이 약속을 번복하고 물적분할 후 DB팹리스 상장을 어떻게든 시도할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DB하이텍이 신설법인 분할 이후 5년 동안 상장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세우면서도 '불가피하게' 상장할 경우 DB하이텍의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얻도록 하겠다며 상장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다만 DB팹리스의 영업이익이 500억원 수준(지난해말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지난해 7687억원의 이익을 올린 파운드리에 비하면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다. 이 경우 가치가 떨어지는 사업부를 떼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DB하이텍의 기업가치에는 오히려 유리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게 DB그룹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또 DB그룹은 이번 물적분할 결정과 함께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진행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통상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책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일각에선 자사주 취득이 주가 상승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주주환원 정책이라기보다 기업이 기존 주주들에게 현금을 주고 주식을 매입하면서 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데 초점이 더 맞춰질 가능성도 있다.
◇가동률 증가, 실적 개선 기대감?
DB하이텍은 물적분할 결정 발표 다음 날 공장 가동률이 상승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주주 달래기 일환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서 파운드리 가동률이 6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지난 달 DB하이텍 가동률이 전력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80% 중반대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고객사들의 주문이 늘어난 데다 신규개발 건수가 증가하면서 가동률이 올라간 것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DB하이텍의 전력반도체 고객은 2010년 40여개에서 현재 약 240개로 크게 늘었고, 신규제품 개발 건수도 연간 200여건에서 약 600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에서 가동률 증가는 실적 개선을 점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나 지금은 지배구조 이슈와 맞물리면서 어떤 재료가 주가에 더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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