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삼성생명이 새 회계기준인 IFRS17 시행 첫해 변경된 제도에 맞춰 다양한 지표들을 선제적으로 공개했다. 삼성생명은 보험업계 1위 회사인만큼 새 제도 관련 데이터를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공개할지는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주주들에게 제도 변경의 영향을 알려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는 점에서 올해 첫 IR의 무게감이 남달랐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IFRS17이 시행됐지만 보험업계는 회사별 구체적인 수치 변화를 아직 명확히 드러내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각 회사별 산출 지표의 비교가능성이 부족한데에다 도입 첫해이다보니 표준으로 삼을만한 사례가 아직 나오지 않은 까닭에서다. 삼성생명의 행보가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김선 삼성생명 CFO 부사장(사진)은 '삼성생명 2022년 결산 컨퍼런스콜'에서 새 제도 관련 사안과 각종 지표들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까지 거듭 부연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진행된 삼성화재 실적 컨퍼런스콜은 올해 새로 CFO가 된 김준하 부사장의 모두발언으로 시작됐으나 대부분의 질의응답은 각 부문의 담당 임원이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된 것과 비교된다.
김선 부사장은 지난해 네 차례 실적 컨퍼런스콜과 IFRS17 관련 설명회를 이끈 바 있다. 사실상 새 제도 도입을 앞두고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로서 제도 변경에 관한 투자자와의 소통에 있어 최전방에서 역할을 해 온 셈이다. 이날도 각 질문과 실무진 답변이 끝난 후에도 잇따라 보충 설명을 하며 삼성생명의 안정적 자본, 손익 관리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 IFRS17 중심 각종 데이터 상세히 공개
삼성생명의 올해 첫 IR은 예상대로 IFRS17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김선 부사장은 "올해는 IFRS17 신 회계제도 도입을 통해 수년간 기울여온 장기 가치 중심 경영성과가 재무지표에 나타나는 매우 중요한 한 해"라면서 "IFRS17 도입 후 회사 손익은 이차익 신장과 함께 세전 이익이 큰 폭 상향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은 올해부터 매년 2조5000억원~3조원의 신계약 CSM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로서 보험업계에서 이같은 연간 추가 CSM 규모를 예상, IR에 제시한 곳은 없다. 또 신지급여력제도인 K-ICS 비율도 정확히 제시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K-ICS 비율은 200%를 상회하고 있다.
신제도 도입 후 자본 여력의 민감도에 대해서도 자세히 공개됐다. 보수적인 가정하에 금리가 100bp 하락한다고 하면, 3개년 평균 -150억원 내외에서 자본 감소가 예상된다. 김선 부사장은 "ALM개선, 공동재보험 추가 출재로 자본 변동성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항므로써 위기 상황에서도 K-ICS 비율을 18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목표도 공유했다.
◇ 예실차 지난해 500억 미만…신뢰도 높이기
삼성생명이 선제적으로 새 회계기준을 적용한 지난해 예실차(예상-실제값 차이) 규모를 공개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IFRS17은 과거의 보험 회계기준과 달리 상당 부분의 가정을 통해 가치를 산출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같은 값을 실제와 비교하며 맞춰 나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부터 정확한 가정을 통해 지표를 산출한 보험사는 향후 실제와 비교를 통해 신뢰도를 더 입증받을 수 있게 되는 식이다.
변인철 삼성생명 계리팀장은 컨퍼런스콜에서 "IFRS17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과 실제 차이인 예실 차이 관리 라고 판단하며 삼성생명은 지난해 예실차이가 500억원에 못미치는 수준의 조정만 있었다"면서 "예실차 제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현재 수준 정도에서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보완자본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약 25조원이다. 보완자본의 항목 구성도 공개됐다. 해약환급금 상당액 중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초과하는 부분을 보완자본으로 두게되며 삼성생명은 그 부분이 20조원에 달한다. 평가손익 중 일부 계약자 몫도 보완자본으로 두고 있으며 규모는 4조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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