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비보존제약의 기업가치가 연초 대비 2배 이상 뛰어올랐다. 주력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인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VVZ-149)'의 국내 상업화 기대감이 커진 결과다.
비보존제약은 최근 오피란제린의 국내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하며 유효성(진통 효능)을 입증한 결과를 내놨다. 올해 상반기 내 신약 허가를 신청할 경우 이르면 연내 오피란제린 승인이 점쳐진다. 국내 첫 비마약성 진통제로 등재될 경우 기존 약물인 마약성 진통제(오피노이드)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피란제린, 국내 임상 3상서 안전성 및 유효성 입증 성공비보존제약은 지난 2020년 12월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오피란제린에 대한 임상 3상을 신청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5개 병원에서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오피란제린의 수술 후 통증에 대한 진통 효능의 확증적 평가 및 안전성 평가를 실시하는 임상이었다.
해당 임상은 2021년 2월 승인을 받은 후 같은해 7월 첫 환자가 등록되면서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이후 1년 4개월 동안 총 28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됐다. 실험군인 오피란제린 투여군이 141명, 위약 대조군이 143명이었다.
오피란제린은 이번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 지표인 투여 개시 후 12시간 통증강도차이합(SPID 12)에 대한 평가에서 유의성을 확보하며 진통 효능을 입증했다. 시험군(=26.8)은 위약군(=19.9) 대비 평균 35% 높은 통증 감소를 보였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p=0.0047)가 확인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수술 후 통증, 신경병증성 통증 등 통증이 극심한 환자에게 투여하는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는 중독성이 심해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대체제가 존재하지 않아 미충족 의료 수요가 매우 크다”며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식약처에 오피란제린의 품목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피란제린은 주사제 제형의 약물로 수술 후 통증을 비롯한 중등도 이상의 통증에 강력한 진통 효능을 지닌 비마약성 진통제다. 작용기전은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세로토닌 수용체 2A(Serotonin receptor subtype 2A)와 ‘글라이신 수송체 2형(Glycine transporter type 2)’을 동시에 억제하는 기전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비마약성 진통제가 임상에서 난항을 겪은 배경은 다중 타깃 기전 개발이 어려웠던 까닭"이라며 "오피란제린은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서 수용체 및 수송체를 다중 타깃해 억제하는 시너지 효과로 진통 효능과 안전성을 높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항암제 버금가는 조단위 시장 개척 가능성에 '초점'비보존제약은 작년 말 홈페이지를 통해 오피란제린의 국내 임상 3상 종료 후 해당 임상 데이터 입력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당시 회사 주가는 600원대 초반으로 시가총액은 15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해가 바뀌면서 연초에 임상 성공 기대감이 반영됐다. 주가는 830원(1월 4일 종가)까지 치솟았다. 이후 주가는 700원과 800원대를 오가며 횡보세를 보였는데 지난달 19일 다시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임상 데이터 정리를 마치고 탑라인 결과 도출이 곧 가능할 것이라고 시사하면서 임상 성공 기대감을 피력해 왔다.
전 세계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은 약 80조원으로 현존하는 적응증 가운데 항암제(약 100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다만 현재까지 완벽하게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해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약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은 정확한 규모가 집계되지 않지만 전 세계 시장 규모에 따라 항암시장에 버금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비보존제약의 임상 결과를 토대로 오피란제린의 상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기대감은 국내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8일)에는 장 시작 직후 상한가를 기록하며 52주 신고가(1475원)를 경신하는 데 일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혁신신약인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의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품목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이번 임상 3상의 성공을 통해 수술 후 통증 치료제로서 중독 문제로 많은 논란이 있는마약성 진통제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