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작았을 때는 매출 1조원에 1000억원 규모를 확장하면 10%가 늘어나는 거지만 2조원에 1000억원 확장하면 5%밖에 안된다. 단순한 캐파 확장으로는 예년수준만큼 성장을 이룰 수 없다.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할 때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달 초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눈 얘기다. '캐파가 곧 매출'이라는 CMO(위탁생산) 사업의 공식이 앞으로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고민이 묻어있다. 실제로 4공장의 부분가동까지 이뤄진 2022년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 성장률은 둔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별도 매출 2.4조 '역대 최대', 1조 돌파 2년만에 달성한 쾌거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별도 기준 매출 2조4373억원, 영업이익 96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와 비교해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80%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6868억원으로 같은기간 62% 확대됐다. 역대 최대 실적으로 설립 10년만에 첫 2조원 매출을 돌파했다.
3개 공장이 풀가동된데다 올해 6월 완공되는 4공장이 이미 작년 10월부터 부분가동 되면서 매출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월까지 1400원대로 치솟은 환율도 도움이 됐다. 압도적으로 높은 외화매출 구조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20년 첫 1조원 매출을 기록하고 2년만에 두배 실적을 거뒀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빠른 속도로 캐파 증설을 추진하며 실적 규모도 빠르게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년간 CMO 제품수는 57개에서 74개로 늘었고 수주금액은 61억달러에서 95억달러로 50% 확대됐다. 신성장 사업인 CDO(위탁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63건에서 101건으로 늘었다.
◇영업이익 증가율 둔화…판관비 축소, M&A 추진 대안역대 최대실적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다음 스텝을 고민하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영업이익률은 39.7%로 집계됐다. 2020년 25.1%, 2021년 34.2%와 비교하면 꾸준히 늘고있다. 그러나 10%포인트 이상 늘어나던 예년 수준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둔화됐다. 영업이익은 커지고 있지만 그 증가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매출총이익률로 따져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9.2%로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전년대비 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10%포인트가량 확대되던 예년 수준과 비교해 축소됐다. 매출규모는 커졌지만 이익으로 실현되는 규모가 그만큼 줄어다는 얘기다.
지난해 매출은 55%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은 80% 늘었다. 전년도인 2021년으로 보면 매출은 34%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더 많은 83% 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캐파 확장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고 그 연쇄 작용으로 영업이익도 확대되고 있지만 이 공식이 끝없이 이어질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성장둔화의 원인으로는 인건비 등 판관비 부담, 원가에 포함되는 감가상각비 영향 등이 꼽힌다.
이의 대안으로 우선 비용 감축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판관비율은 9.5%로 전년도 12.1%와 비교해 줄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인수합병(M&A)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올해 중 M&A를 추진한다는 다소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당장 1분기 내 모기업인 삼성물산과 함께 조성한 펀드를 통해 ADC 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합작사 바이오젠으로부터 지분 전량을 인수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