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공단은 올해 신임 자금운용단장(CIO)을 맞이했다.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백주현 단장이 새로운 CIO로 선임됐다. 그는 수출입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해 전임자인 서원주 전 단장처럼 삼성생명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 자산배분, 리스크관리, 대체·유가증권 투자 등을 두루 섭렵했다.
백 단장은 취임 후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가 취임하던 시기는 이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되기 시작한 때로 안정적인 운용 성과를 위해 치밀하고 복합적인 대비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그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도 투자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차별화할 포인트가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보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장기 계획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조정하면서 글로벌 관점에서도 전술적으로 기회를 창출할 방침이다.
◇"위기 상황 차별화 포인트 면밀 관찰, 중장기 자산배분 전략 지속 추진"백 단장은 올해 금융시장이 불확실성이 연속이었다며 내년도 쉽지 않은 한해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물가 수준과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성이 관건이기에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 단장은 "글로벌 경제가 이념적으로 비슷한 그룹끼리의 블록화되고 에너지·식량 안보, 반도체 불황, 중국경기 변동성 등으로 고물가 속에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백 단장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3가지 차별화 포인트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지역별, 투자자산별 차별화가 발생하리라 전망했다. 아울러 금융시장과 경기의 움직임이 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각국 경제의 체력, 부채 구조를 볼때 내년에 해외보다는 국내 금리가 선행적으로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자산별로는 신용시장과 사모시장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높아 질 것"이라며 "많은 전문가의 예측대로 글로벌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나 금융시장은 회복 국면에 먼저 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가 정점을 통과하고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태에서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최악의 이벤트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금융시장은 내년 상반기를 전후해 조심스럽게 회복세를 타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단장은 "공단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향후 5년간의 금융시장 흐름, 투자 목표 및 자산별 속성을 고려해 전략적 자산배분(SAA)을 수립하고, 각 자산별 전술적 자산배분을 가미해 장기적인 관점의 목표 수익 달성에 노력하고 있다"며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으로 시장성 자산이 크게 조정되며 단기적인 가격 매력도가 높아졌지만, 시장 예측에 기반한 섣부른 방향성 투자나 단기적인 이익 추구보다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금융시장 변화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 관점의 자산배분 전략을 일관되게 실행하며 전술적으로 투자 기회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식·채권 해외 중심 조정, 대체투자 '꾸준한 확대' 나설 것"앞으로 백 단장은 신중한 포트폴리오 분산, 전체적인 위험 수준 통제, 손실·비용·실수를 줄이는 내용을 중점으로 투자 방식의 전환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공단의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세부 자산군 단위까지 점검했다.
그는 "지난주 2023년도 전술적 자산운용 계획을 확정했다"며 "공단의 목표 수익률에 부합하는 현금흐름성 고금리 자산을 꾸준히 확보하면서 가격 메리트가 높아진 주식성 자산도 잘 선별해 장기적으로 성과 변동성을 줄이는 건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주식의 경우 글로벌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국내와 해외 비중을 조정하고 시황 변화에 맞춰 전술적으로 자산을 배분할 방침이다. 채권은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투자 매력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보수적 관점으로 접근해도 장기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하는데 유리한 여건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는 "주식, 채권 등 전통 자산은 완전경쟁 시장에 가깝기 때문에 시장을 이기는 액티브한 플러스알파(+α) 전략을 추구하기보다는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으로 투자 방식을 점차 전환해 액티브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식·채권은 간접운용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시장 추종 형태의 직접운용 비중을 높이면서 일정 범위 내에서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인핸스드 인덱스(Enhanced Index) 전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해외 주식·채권 경우에는 당분간 간접운용 중심으로 진행한다. 다만 패시브 전략에 일부 액티브 전략과 특화 펀드를 가미하는 방식도 가미할 방침이다.
백 단장은 대체투자는 공무원연금이 그간 꾸준히 확대해온 자산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공무원연금은 올 11월 내부적으로 '대체투자 중장기 운용전략'을 수립했다.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고 향후 5개년 간의 운용 전략을 설정하기 위해 오랜 내부 검토 과정을 거쳤다.
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수입이 물가와 연동되는 자산군과 , 대출 자산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며 "인프라는 안정적인 인컴게인(Income Gain)을 통해 수입을 통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모투자펀드(PEF), 벤처캐피탈(VC)은 어느 정도 옥석이 가려진 상황에서 저가 매입의 기회가 찾아 올 수 있으며 부실채권(Distressed Debt)도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존의 코어(Core) 오피스 중심의 부동산 투자에서 벗어나 섹터와 전략을 다변화하는 기회도 유심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 단장은 대체투자와 관련해 국내외의 우수한 운용사(GP)를 지속 발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어려운 환경이기는 하지만 꾸준한 시장 참여를 통해 투자시점(Vintage)의 분산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GP 선정에 있어서는 과거 위기 사이클이나 경기 둔화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으며, 어떠한 성과를 올렸는지, 그리고 현재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라며 "향후에는 단순히 대형사 위주의 선정에서 벗어나 공단의 투자 목적에 부합하는 실력 있는 국내외 운용사를 규모와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선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백 단장은 국내 4대 공적연금인 공무원연금의 자금운용을 총괄하는 만큼 책임감을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낀다고 밝혔다. 고객(연금가입자)의 관리자로서 고객 자산의 가치를 지키고 증식하는데 소명 의식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금융시장이 급변하더라도 고객에게 노후자금이 안전할 것이라는 신뢰감를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올해와 같이 어려운 시장에서 성과 제고에 노력하고 있는 자금운용단원들과 함께 잠재 수익원을 늘리고 위험을 관리해 고객의 기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성원들의 실력과 전문성을 높이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행할 것"이라며 "아울러 제한된 인력과 조직으로 시장과 경쟁하기 위해 내부 투자기준과 절차 개선 작업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백주현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CIO) 프로필△한국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MBA)
△1995년~2002년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
△2002년~2007년 삼성생명 투자사업부 선임운용역
△2007년~2012년 삼성생명 뉴욕투자법인 수석운용역
△2012년~2021년 삼성생명 투자전략/재무심사/글로벌사업 파트장
△2022년~현재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C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