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인 원익IPS가 재고자산 중 원부자재 비중을 늘린다. 반도체 장비 기업 재고자산에서 재공품은 단기 수요, 원부자재는 중장기 수요를 예측하는 지표다. 장비 납품 리드타임 증가 영향도 있겠으나, 추후 고객사에서 진행될 중장기 수요에 맞춰 재고 구성을 변화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원익IPS는 삼성전자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은 협력사로 분류된다. 삼성전자에서 자본적 지출(CAPEX) 규모를 줄이지 않기로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원익IPS도 다른 동종 기업보다 반도체 산업의 CAEPX 감소 영향권에서 빠르게 벗어날 것으로 기대받는다.
◇중장기 반도체 캐파 대응, 원재료 규모 총액 전년비 2배 이상 증가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원익IPS 재고자산은 3859억원 규모다. 지난해 3분기 대비 1.42배 많은 것으로, 재고자산회전율이 1.85회로 하락하며 재고자산회전일수는 101.7일에서 197.1일로 길어졌다.
재고자산 세부항목에서는 원부자재 비중이 늘었다. 반도체 장비는 통상 수주에 맞춰 제품 셋업이 진행된다. 때문에 재공품, 원재료 항목 증감 등으로 기업의 시장 수요 예측을 가늠할 수 있다. 원익IPS 재고자산 내 원재료 비중은 전년도 3분기 13.1%에서 올해 동기 23.3%까지 늘었다. 원재료 규모 총액도 354억원에서 898억원까지 늘었다.
반면 재공품 규모는 같은 기간 2343억원에서 2940억원으로 늘었으나, 비중은 전년 동기보다 10.2% 포인트 줄었다. 올해 1, 2분기와 비교하면 규모 총액 역시 200~400억 감소했다. 반도체 장비의 재공품은 가까운 1~2분기 내 매출을 투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유지하지 않고 줄인 것은 단기 수요가 크지 않다고 예측한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 등 주요 고객사의 장비 수주 집행은 내년 하반기쯤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원익IPS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완성품 출고 실적은 307대로, 지난해 3분기의 78.9%에 불과하다. 반도체 장비의 경우 출고 실적이 118대나 감소했다.
◇삼성 주요 협력사 위치, 인프라 투자 선행 후 상대적 수주 수혜 예상원익IPS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핵심 협력사 중 한 곳이다. 지난해 매출 1조2323억원의 60%에 달하는 비중이 삼성으로부터 발생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차세대 트랜지스터 양산에도 제미니(GEMINI) 설비를 활용한 PECVD 공정 등을 적용시키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원익IPS와 원익홀딩스에 각각 324억원, 308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해 각각 7.5%, 4.6%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를 제외하면,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 중 손꼽힐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맺은 셈이다. 업계 및 증권가에서 원익IPS가 동종기업 대비 CAPEX 감소 영향에서 빨리 탈출할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등 다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설비투자 계획을 유보 또는 이월하다보니 관련 소재, 장비 업계도 활력이 떨어졌다"면서도 "삼성전자의 경우 일시적인 이월은 발생해도 투자 철회나 유보 가능성은 낮은 만큼, 수주 비중이 높은 장비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을 것으로 기대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