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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투자유치 전략

엔씨소프트, 긴호흡으로 장기투자자 노린다

②블랙록·슈로더 등 긴밀관계 유지, MMORPG 강점부각…이장욱 IR실장 직접 해외 NDR

손현지 기자  2022-09-30 17:37:13

편집자주

게임업계가 큰손 투자자와의 관계 형성에 열성이다. 자금시장에 돈줄이 마른 상황에서도 게임산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블록체인과의 융합이 용이한 만큼 향후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하다. 게임사들도 투자유치를 위한 물밑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IR 등 대외 홍보역량을 강화하는 것부터 내실을 다지기 위한 R&D 등 다양한 행보를 조명해 본다.
올해 3월, 엔씨소프트의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 리스트에서 중대한 변화가 감지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 PIF(Public Investment Fund)가 지분을 9.3%까지 사들이면서 2대 주주로 이름을 새롭게 올린 것이다.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PIF의 대규모 투자 소식이었기에 게임업계가 들썩였다.

게임 섹터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큰 손 투자자 유치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블랙록이나 슈로더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리미티드 등 장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지닌 투자자들과는 더 긴밀한 소통으로 돈독한 관계를 쌓고 있다. IR에서는 지식재산권(IP)·개발 역량, 글로벌 전략 등 장기적 관점의 성장 로드맵을 어필하는 중이다.

◇"MMORPG가 뭐예요?"

엔씨소프트는 신규 장기투자자 유치를 우선순위 과제로 삼고 있다. 신작 출시때 반짝 흥행하는 단기적인 투자관점이 아닌,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 장기산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이다.

엔씨소프트 IR실 관계자는 "여러 나라에서 게임을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성장시키려는 기조가 만연하지만, 아직도 게임섹터에 대해선 신작 출시 초기 흥행 가능성만을 보고 접근하는 시각이 존재한다"며 "선입견을 극복하고 게임산업 장기 성장성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IR전략에서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게임업 '본질' 관련 소개에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투자자들의 장르, IP, 플랫폼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엔씨소프트 IR실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 장르에 대한 기초지식도 부족했던 한 유럽의 롱온니 펀드를 회상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과 리니지2M, 리니지W 등을 흥행시키며 과거 PC게임이 주를 이뤘던 온라인게임 중심축을 모바일게임으로 전환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게임사다.

IR실 관계자는 "누구라 특정하긴 어렵지만, MMORPG란 장르가 무엇인지, 게이머들이 어떤 이유로 MMORG를 플레이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해온 투자자가 있다"며 "오랜시간 차근차근 설명을 하는 바람에 미팅이 길어졌던 사례"라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시간은 꽤 걸렸을 지라도 결국 마음을 열었다, 지금은 누구보다도 전문적이고 예리하고 중요한 질문을 하는 주주로 자리매김했다"며 "대형 컨퍼런스 외에도 일대일 미팅, 이메일, 전화 등 수시로 IR실에 집요한 질문을 하는 투자자 일수록 규모있는 투자를 하는, 장기 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고 의견을 표했다.

엔씨소프트는 장기성향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긴 호흡으로 접근하고 있다. 단기간 성과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아닌, 장기적 성장 로드맵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를 발굴하려는 것이다. 글로벌 유저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해 한국, 대만 등 아시아권 외에도 다양한 국가를 공략할 만한 장르의 신작 준비과정을 소개 중이다.

◇외국인 지분 42%, 업계 최고…해외IR 집중 공략

엔씨소프트는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대면' IR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올해 2분기부터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해외 기관투자자의 국내 입국과 회사 방문율이 크게 늘었던 것이다. 해외 NDR(NDR·Non-Deal Roadshow), 증권사 투자자 컨퍼런스, 1대 1 미팅 등 투자자들과의 오프라인 접촉 기회가 대폭 늘어났다

지난 2년간 줌(zoom) 화상 회의, 웹박스(webex)를 통한 버추얼 컨퍼런스(Virtual Conference) 등의 비대면 미팅으로만 투자자 소통을 했던 설움을 씻어내고 있다. 엔씨소프트 IR실 관계자는 "IR은 사람이 만나서 소통하는 일이라 대면 미팅이 좋은성과를 내기 유리하다"며 "최근에는 하루 평균 3회 정도 투자자와 미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과의 대면 미팅에 집중하고 있다. 외국인 이탈세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외국인 보유 비율은 작년까지도 줄곧 50% 언저리를 유지해왔던 것에서 현재 42%까지 하락했다. IR실은 이메일, 전화, 미팅 등을 통해 주주들의 인사이트를 취합해 경영진에 가감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지난 6월부터는 해외 컨퍼런스 참가도 본격 재개했다. 상반기 중에만 국내외 총 19개의 IR행사에 참석했다. 최근에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그룹 미팅 기회가 늘어나는 추세다. 8월 한달 중으로는 총 5개의 IR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연간 미팅 투자기관수는 1000곳 정도로 관측된다.

◇'IR헤드' 이장욱 실장, 22년 소통 전문가

엔씨소프트 IR전략 중심에는 이장욱 전무가 서 있다. 지난 22년간 IR 노하우를 다져온 인물로 현재는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IR실을 총괄하고 있다.

해외NDR을 직접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유학파 출신으로 유려한 영어실력을 지녔다. 유독 외국인 주주 비중이 높은 엔씨소프트에서 IR실장이 통역이 아닌, 직접 소통을 하는 건 신뢰감 형성에 용이하다. 이 전무는 특유의 영국식 영어로 해외투자자들에게 '젠틀하다'는 이미지를 남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소액 주주들과의 소통에도 주력하는 인물이다. IR자료를 가독성이 좋은, 특유의 깔끔한 인포그래픽으로 개선시킨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게임사 중에선 특이하게 IR자료에 게임별 매출까지 상세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현 네오위즈)에서도 8년간 근무했던 만큼 게임업에 대한 혜안이 상당한 것으로 정평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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