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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새 주인을 찾던 '아이에스이커머스(ISE커머스)' 경영권 매각 작업이 결국 중단됐다. 경영권과 주식 양수도 금액만 1070억원으로 책정돼 눈길을 끌었던 만큼 후폭풍도 예상된다. 일부 계약은 효력도 유지돼 예단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김응상 대표 등 오너일가는 이번 거래로 수억원의 현금을 챙긴 상황이다. 일부 계약 당사자는 차익 실현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코스닥 상장사 ISE커머스는 지난 25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상정된 안건 모두를 의결 정족수 미달로 부결 처리했다. 동시에 지난달 초 체결된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도 일부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양영환 디엔씨민은(D&C민은) 대표 외 5인이 체결한 계약 건이다. 양 대표 등 인수자가 전날 예정됐던 잔금을 납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 대표 외 5인은 ISE커머스 최대주주인 '아이에스이네트워크' 등으로부터 주식 1460만주와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했다. 계약 당일 전체 금액(817억6000만원)의 10%를 치렀으나 주주총회 전날(24일)까지 잔금을 입금하지 않으면서 최종 거래가 파기됐다. 이로써 계약 체결 후 한달 넘게 이어졌던 경영권 손바뀜은 당분간 안갯속으로 빠지게 됐다.
2000년 8월 출범한 ISE커머스는 온라인 의류 플랫폼 '위즈위드' 등을 운영하는 곳이다. 모회사 아이에스이커머스는 서울 명동과 강남 등에 보유한 부동산 임대 사업이 주력이다. 2006년 4월 ISE커머스를 인수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김 대표 등 오너일가는 현재 아이에스이커머스를 통해 지배력을 구축했다.
다만 이번 ISE커머스 경영권 매각 추진을 두곤 숱한 논란이 일었다. 구주 거래만으로 1070억원이란 양수도 금액도 눈길을 끌었다. 코스닥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경영권 매각이 통상 500억~600억원 규모에서 이뤄지는 만큼 전체 양수도 금액뿐 아니라 인수자 측의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여기에 수많은 계약 당사자들이 각기 다른 금액으로 구주를 인수한다는 점은 논란을 증폭시켰다. 특히 매수자 '㈜호태'의 경우 경영권을 포함한 주식이 아님에도 주당 1만1350.5원에 구주 204만7493주를 인수하기로 했다. 양 대표 외 5인이 경영권을 포함한 주식을 5600원에 사기로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란 평가다.
주식 양수도 시점이 상이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매수자 중 '오주현' 씨는 주식 양수도 계약 체결 후 잔금까지 치르며 40만주를 넘겨받았다. ISE커머스 주가가 매수가격인 5000원을 웃도는 만큼 차익 실현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 모든 거래가 해제된 것은 아니다. 매수자 ㈜호태는 잔금 일정을 오는 9월로 계약했다. 다만 경영권을 포함하지 않은 ISE커머스 주식이 거래 대상인 만큼 경영 참여 등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부결됐던 주주총회 안건에는 ㈜호태의 신혜현 대표, 신성호 사내이사 등도 포함돼 있었으나 표결에도 붙이지 않았다. 아직 변수가 남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ISE커머스 손바뀜이 안갯속으로 빠진 가운데 오너일가는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특히 김 대표 등 오너일가 및 특수 관계인은 한 달 사이에 계약금만으로 수억원의 현금을 챙긴 상황이다. 통상 주당 거래액의 10% 수준을 계약금이라고 산정하면, 최대주주인 아이에스이네트워크는 60억원에 가까운 현금이 유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ISE커머스 관계자는 "매수자 측의 잔금 미납으로 경영권을 포함한 주식 양수도 계약을 해제된 상황"이라며 "그 외 거래는 이미 진행됐거나 계약의 효력이 유지되고 있으나 현재로선 기존 계약과 관련한 주주총회는 열리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의 현재 입장은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