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 '위즈위드' 등을 운영하는 아이에스이커머스(ISE커머스)가 새 주인을 맞는다. 경영권을 포함한 구주 거래로만 1070억원이 오고간다. 매수자 측은 비상장 법인과 투자조합 등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연합군을 형성해 지분을 사들일 계획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ISE커머스는 경영권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ISE커머스 최대주주 '아이에스이네트워크' 등 특수관계인은 최근 보유 주식 1704만7493주(66.01%)와 경영권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다수의 FI들이 참여한 가운데 1주당 평균 매각액은 6276.6원으로 평가됐다. 총 거래금액은 1070억원이다.
매수자 측은 양영환 디엔씨민은(D&C민은)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고, 비상장 법인과 투자조합 등으로 인수 구조를 짰다. 양 대표는 전체 양수도 주식 가운데 800만주를 인수해 새로운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경영권을 포함한 주식의 양수도 금액만 448억원이다. 그 외 비상장 법인과 투자조합 등이 주식을 나눠 매수한다.
눈에 띄는 점은 매수자들이 공통적으로 부동산 관련 사업과 관련이 깊다는 점이다. 양 대표가 경영하고 있는 D&C민은은 분양 대행 및 부동산 개발, 건축 시행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또 다른 매수자 '㈜호태'는 부산에 본사를 둔 부동산 매매 및 임대사업을 주업으로 한다. ㈜엠디지홀딩스 역시 부동산 개발, 시행 및 분양 사업을 사업목적에 담고 있다.
2000년 8월 설립된 ISE커머스는 해외 의류 브랜드를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위즈위드' 등을 운영한다. SK그룹 내 계열사로 출발했으나 몇 차례 매각 절차를 밟아 2006년 4월 현재 최대주주인 '아이에스이네트워크'가 경영권을 인수했다. 아이에스이네트워크는 부동산 임대업 등을 영위하는 비상장 법인이다.
16년 만에 지배구조가 바뀌는 만큼 ISE커머스는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진출하면서 ISE커머스의 주력 시장인 이커머스 산업은 경쟁이 격화된 상황이다. 이에 ISE커머스도 지난해 매출액 215억원, 영업손실 78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22.9% 줄어든 수준이다.
매수자 측은 오는 24일 ISE커머스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에 입성할 전망이다. 이날 주주총회는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 등이 예고됐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ISE커머스 M&A가 구주 거래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전략적 투자자(SI)가 따로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코스닥 M&A 시장에선 원활한 자금 조달과 주가 변동성 등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FI나 투자조합을 계약 주체로 내세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