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기아의 주주 친화 시스템은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주주추천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자동차와 닮은꼴이다. 오히려 현대차보다 7년가량 먼저 윤리위원회(현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앞서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올해 신현정 카이스트 교수를 두 번째 주주추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지속가능경영위 전신 '윤리위원회', 2007년 신설...규모·역할 '확대'
지난해 3월 기아 이사회 내 소위원회 가운데 하나인 투명경영위원회는 명칭을 바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재탄생했다. 그간 투명경영위원회는 내부거래 투명성 및 주주권익의 보호를 위한 경영 사항을 검토하고 의결해왔다. 여기에 최근 재계에서 ESG 역량 강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역할이 추가됐다. 기존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됐던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대표이사도 위원으로 추가돼 규모가 커졌다.
기아는 현대자동차그룹 내 어느 계열사보다 주주 친화 시스템을 발 빠르게 도입한 곳이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의 초기 모델은 바로 윤리위원회다. 기아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7년 3월 윤리위원회를 신설했고,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윤리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꾸려졌다. 사외이사 퇴임으로 한때 4인 체제로 운영됐던 2010년을 제외하면 줄곧 5인 체제로 이뤄졌다. 이러한 구성은 2020년 말까지 이어졌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한다는 사외이사의 역할에 힘이 실렸을 뿐만 아니라 전체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기아 윤리위원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명칭을 윤리위원회에서 '투명경영위원회(Corporate Governance & Communication Committee)'로 변경한 것이다. 투명경영위원회는 기존 윤리위원회의 역할인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 △공정거래 자율준수 이행점검 △윤리경영 및 사회공헌 정책 점검 △윤리규범 제·개정 및 이행실태 평가 등 4개 항목에서 '주주권익 보호'가 추가됐다.
그로부터 2년 뒤 기아의 주주 친화 시스템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바로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주주들이 자신을 대리해 주주권익 보호에 나설 사외이사를 직접 선임하는 제도다. 주주추천으로 선임된 사외이사는 투명경영위원회 위원으로 속해 주주권익 보호 활동을 펼치게 된다.
◇주주추천 이사 '세대교체', 남상구 이사에서 신현정 교수로
이듬해인 2019년 기아는 주주추천 사외이사로 남상구 이사를 선임했다. 2018년 말 사외이사 외부평가 자문단을 꾸리고 주주로부터 직접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받았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자 확정을 거쳐 남 이사로 최종 결정됐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보다는 기존에 주주권익 보호 담당으로 활동해왔던 인물이 그대로 자리를 맡게 됐다.
남 이사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간 기아에서 투명경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왔다. 1946년생인 그는 재계에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통한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2대 원장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SK텔레콤 사외이사로 재직할 당시 SK그룹은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여러 의견을 교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남 이사는 주주추천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3년 전인 2016년부터 주주권익 보호 활동을 전담해왔다. 기아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매년 거버넌스 NDR(기업설명회)을 개최해 거버넌스 정책을 설명하고, 해외 투자자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이를 담당한 남 이사는 싱가포르, 홍콩, 영국, 미국 등지를 오가며 NDR을 이끌었다.
이달 말 남 이사는 임기가 만료되며 지난 10년간 이어온 기아 사외이사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남 이사의 바통을 이를 사람은 바로 신현정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사진)가 낙점됐다.
1974년생인 신 교수는 미국 MIT 기계공학과에서 학사부터 박사 과정까지 밟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2005년부터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 교수는 학술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6년부터 2년간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이사를 지냈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미래인재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주주추천 사외이사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며 "이를 통해 지난달 말 신현정 교수를 주주추천 사외이사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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