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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수익성 방어카드 '자사주'...소각은 없었다

④2014~2015년 '405만주' 매입, 6년째 평행선...글로비스 지분 스와프 염두

김서영 기자  2022-04-27 17:17:02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기아는 배당 목표를 수정하는 등 주주 친화 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 다만 또 다른 주주 친화책의 하나인 자사주 활용에는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2014년부터 2년간 자사주를 대거 매입한 이후 소각을 하지 않은 채 보유 중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기아 자사주를 사들이지 않은 것을 두고 지배구조 개편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수익성 하락에 '대규모' 자사주 매입, 6년째 자사주 규모 제자리

기아는 2014년과 2015년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했다. 그러나 그 이후 지금까지 6년 동안 자사주와 유통주식 수는 변함없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3년 기아가 보유했던 자기주식 수는 37만8116주로 전체 유통주식 수(4049만8523주)의 0.09%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듬해 2014년 100만주가량을 매입해 자사주를 130만5122주 수준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유통주식 수는 4040만5822주로 줄었다.

이듬해 자사주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2014년 130만5122주에서 2015년 443만1749주로 239.6% 뛰었다. 덩달아 유통주식 수가 크게 줄어 2015년 말 4009만3159주로 나타났다. 유통주식 수에서 자사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0.32%에서 2015년 1.11%를 기록했다.

당시 기아는 수익성이 급감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자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부양하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는 2014년 사상 첫 300만대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수익성을 잡진 못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과 러시아 화폐 루블화 약세 등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이익이 줄어들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1%, 19% 감소했던 것이다.

기아는 당시 사업보고서를 통해 "주가 안정을 위한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 405만3033주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며 "2014년 말 92만7006주를, 2015년 2월까지 312만9027주를 추가로 취득했다"고 밝혔다.

2015년 이후 기아는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2016년 자사주 298만2420주를 매입한 뒤 처분한 것이 전부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사주는 442만2084주, 유통주식 수의 1.11%다. 이와 반대로 현대차는 2018년 9600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부양한 바 있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높이는 가장 적극적인 행보로 꼽힌다.

◇정의선 회장, 기아 자사주 미매입...'지배구조 개편' 염두?

현대차와 기아 모두 현대차그룹의 대표 완성차 업체다. 이들 모두 주주 친화책 운영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정 회장이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는지에선 차이를 보였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맞닥뜨린 2020년 주요 계열사 자사주 매입에 발 벗고 나섰다. 자사주 매입 대상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였다. 정 회장은 현대차 자사주 58만주, 현대모비스 자사주 30만주를 사들였다. 이렇게 매입한 자사주는 817억원 규모에 해당한다.

기아 역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2020년 3월27일 주가는 장중 2만1500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10년간 주가 중 최저점에 해당한다.

그러나 기아는 자사주 매입에는 나서지 않았다. 또한 정 회장의 자사주 매입 리스트에 기아는 없었다. 이후 기아 주가는 애플카 협력 소식과 그룹 차원의 전동화 전략 발표에 힘입어 지난해 2월5일 장중 최고가인 10만2000원까지 올랐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여러 분석이 나왔다. 그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영향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다. 앞선 2018년 발표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서 기아의 역할은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17.33%)을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현재 20%)과 맞바꾸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계에서는 기아의 지분 가치는 '낮추고', 현대글로비스는 '높이는' 것이 일종의 공식으로 여겨졌다.

이에 기아와 정 회장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는 해석이다. 다만 올해 1월 정 회장과 사모펀드운용사 칼라일그룹의 지분 거래로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다시 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출처: 네이버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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