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침체기를 겪던 윈스의 주가가 모처럼 반등했습니다. 발행주식의 10%에 달하는 자기주식 취득과 소각을 결정한 덕분입니다. 주식 취득 방법은 공개매수입니다. 윈스는 1주당 1만6000원에 주식을 사들일 예정입니다. 발표 이후 1만3000원대였던 윈스의 주가는 1만5000원대로 10% 이상 상승하는 등 거래에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보안기업인 윈스는 오랜 기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주목받았지만 기세를 이어가진 못했습니다. 이듬해에는 회사 매각설이 돌면서 주가가 지탱됐지만 이후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자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얼어붙은 거래량입니다. 윈스가 올해 일일 거래량 10만주를 넘은 것은 6월 25일(10만9196주), 7월 30일(10만9763주), 11월 5일(57만5137주) 등 3거래일뿐입니다. 지난 5일까지 올해 206거래일 동안의 일평균 거래량은 2만2885주에 불과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거래량이 더 줄었습니다. 10월에는 월간 거래량 11만9396주, 일평균 거래량 5970주까지 감소했습니다.
거래량이 적다 보니 주가 변동 폭도 미미했습니다. 연초 일시적으로 1만1000원대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반등해 1만2000~1만4000원대의 가격대에서 횡보를 이어왔습니다. 최근에는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는데요. 지난 7월 말 1만4000원대까지 상승했던 주가는 10월 말 1만2000원대로 떨어졌습니다.
지지부진하던 윈스의 주가가 반등한 것은 지난 11월 5일입니다. 윈스는 4일 장 마감 이후 지분 10%에 달하는 자사주 공개매수 후 소각을 발표했는데요. 공개매수 가격은 11월 4일 종가 1만3190원에 21.3%의 프리미엄을 가산한 1만6000원입니다.
윈스는 자사주 공개매수·소각을 기업 밸류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함이라고 밝혔는데요. 발표 이후 윈스의 주가는 11월 5일 전거래일 대비 14.6% 오른 1만5120원에 거래됐습니다.
◇Industry & Event 윈스는 네트워크 보안을 위한 장비 중 하나인 침입방지시스템(IPS) 분야 국내 1위 기업입니다. 1996년 설립한 윈스테크놀로지가 전신입니다. 보안 사업을 전개한 것은 1998년부터입니다. 코스닥에는 2003년 상장했습니다.
쭉 보안 외길을 걸어온 것은 아닙니다. 윈스는 2007년 나우콤을 흡수합병하며 사명을 나우콤으로 변경했었는데요. 나우콤은 아프리카TV로 익숙한 숲(SOOP)의 이전 상호명입니다. 두 기업은 보안과 인터넷 사업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합병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2011년 인적 분할을 하며 각자의 길을 걸어가게 됐습니다.
두 회사의 분할 과정에서 존속법인은 나우콤이었습니다. 때문에 지금의 윈스 법인은 2011년 새출발을 하게 됐는데요. 같은 해 5월 코스닥에 재상장했습니다.
분할 후 윈스는 국내 네트워크 보안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IPS가 주력 제품이지만 이외에 방화벽, 안티 디도스(DDoS) 등 네트워크 보안을 위한 제품 다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 기준 안랩, 시큐아이, 이글루코퍼레이션에 이은 4위인데요. 국내에서 네 곳뿐인 연 매출 1000억 클럽 기업 중 하나입니다. 이글루코퍼레이션과는 매출 차이가 극히 미미해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입니다.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여타 기업들에 비해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인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윈스는 2019~2020년 해외 매출액 100억원 이상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안랩, 시큐아이 등도 이루지 못한 성과입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068억원, 영업이익 23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5.3%, 5% 늘어난 수치인데요. 매해 2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급감했습니다. 매출액 229억원으로 전년 동기 305억원에서 24.8% 줄었는데요. 영업이익도 39억원으로 57.4% 감소하는 등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영향으로 상반기 누적 매출액,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습니다. 기술지원, 보안관제 등 용역 매출은 늘었지만 핵심 사업인 제품 판매 매출이 줄어들었습니다. 경기 불확실성 증가로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눈에 띄는 소식은 2대주주였던 사모펀드(PEF) KCGI의 지분 매각입니다. 지난 10월 7일 KCGI는 조합을 청산하면서 보유 중인 지분 17.07% 전량을 최대주주인 금양통신에게 넘겼습니다. 1주당 가격은 2만812원으로, 2021년 매수 당시 가격인 1만9000원보다 9.5%가량 높은 금액대입니다.
KCGI의 지분까지 넘겨받으면서 금양통신이 보유한 윈스의 지분은 37.63%로 늘어났습니다. 김을재 회장과 김대연 전 대표, 김보연 대표 등이 보유한 지분까지 더한 최대주주 지분은 45.45%입니다. 윈스가 보유 중인 자사주 9.38%까지 포함한다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사주 공개매수와 소각이 이뤄진다면 최대주주 지분율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Market View 윈스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는 2020년을 끝으로 발간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8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총 5건의 리포트가 발간됐는데요.
IBK투자증권이 4건, 나이스디앤비가 1건을 작성했습니다. 신규 제품인 100Gbps급 차세대 IPS 출시와 대규모 일본 수출이 맞물린 시점입니다. 도쿄올림픽을 앞뒀던 일본은 윈스의 차세대 IPS를 대량 주문했었습니다.
◇Keyman & Comments 윈스의 핵심 키맨은 김보연 대표입니다. 김보연 대표는 윈스의 최대주주인 김을재 금양통신 회장의 아들입니다. 1976년생인 그는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해 캘리포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수료했습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NH농협은행에서 근무했습니다. 2013년 윈스에 합류했고 2018년 임원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습니다. 대표직에 오른 것은 2022년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2세 경영과는 과정이 다릅니다. 김보연 대표 이전에 윈스를 이끈 것은 김을재 회장이 아니라 그의 사촌 형인 김대연 전 대표입니다. 김대연 전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며 사업을 가꿔왔고, 2022년 김보연 대표가 이를 잇게 됐습니다.
김보연 대표는 외부 활동을 삼가는 '은둔의 경영인'으로 평가받습니다. 그가 대표직에 오른 직후 윈스의 매각설이 돌기도 했는데요. 그는 대표 취임 이후 외부 소통을 단절했습니다. 외부 행사가 있을 때면 박기담 부사장 등이 대신 참석하는 중인데요.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정부 행사에도 이수현 상무가 대신 참석했습니다.
더벨은 지난 5일부터 자사주 공개매수·소각을 비롯해 경영 전략과 사업 추이 등을 묻기 위해 대외 활동을 맡고 있는 박기담 부사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이틀 연속 "회의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문자가 되돌아올 뿐 통화를 하지는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