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이 신사업 육성을 위한 공격적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부터 정형외과 의료기기 기업과 의약품 유통 체인 기업을 차례로 인수한데 이어 피부미용 의료기기 기업에도 500억원을 투자한다.
투자 초기임에도 동화약품의 수익 다변화 전략은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GSK와의 판권계약 종료 이후 줄었던 매출을 단기간에 회복 했고 의약품 매출에 대한 의존도도 점차 낮아지는 중이다. 기존 피부과 관련 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하는 포인트다.
◇미래에셋벤처투자PE 등과 SPC 설립…실사 후 세부 조건 확정 동화약품은 9일 공시를 통해 미용 의료기기 전문기업 '하이로닉' 인수를 밝혔다. 하이로닉의 최대주주인 이진우 씨 및 특수관계인 이은숙씨가 보유한 보통주 838만3277주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될 신주 558만8154주를 약 1600억원에 인수한다. 구주매입과 신주매입에 각각 1200억원, 4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된다.
투자는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해 이뤄진다. 동화약품 외 미래에셋벤처투자PE 등이 함께 참여한다. 정확한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동화약품은 5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세부적인 계약 내용은 연말까지 예정된 실사를 통해 확정된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실사 전 현재 시가총액 등을 기준으로 가격을 설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후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재는 약 500억원 정도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로닉은 HIFU(고강도 집속 초음파)와 RF(고주파) 기반의 피부미용 의료기기를 개발, 제조 및 판매하는 기업이다. 병원용과 개인용 의료기기 모두 취급하며 글로벌 시장을 아우르는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은 151억원으로 작년 동기 139억원 대비 8.6% 늘었다. 국내 매출이 72억원으로 47.7%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 매출은 이보다 많은 7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작년 상반기 11억원에서 28억원으로 이익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다.
동화약품은 하이로닉 인수를 통해 단순한 신시장 진출을 넘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현재 동화약품 내 미용 의료기기 사업은 없지만 계열사를 통해 정형외과 의료기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화장품, 피부연고 등 미용관련 상품도 취급하고 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척추 임플란트 통해 의료기기 사업을 하고 있고 피부과 전문 의약품 영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며 "병원 관련 네트워크를 미용 의료기기 영업에 활용하는 등 업무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GSK판권 종료 후 매출 감소, 사업 다각화로 위기 타개 M&A를 통한 수익 다변화는 2020년대 동화약품의 핵심 경영 정책으로 부상했다. 2019년말 글로벌제약사 GSK와의 일반의약품 10종 판권 계약이 종료되며 매출 공백이 생겼다. 당시 3029억원이었던 매출은 이듬해 2662억원으로 12.1% 줄었다. 1243억원 규모의 상품 매출이 657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어든 영향이었다.
동화약품은 타개책으로 신사업 진출을 선택했다. 2020년 정형외과 의료기기 기업 '메디쎄이' 인수를 시작으로 작년 베트남 약국체인 운영기업 '중선파마(TRUNG SON Pharma)'도 인수했다. 각각 195억원과 390억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메디쎄이는 척추 임플란트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의료기기 업체다. 관련 분야 국내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메디쎄이 인수 첫 해 44억원의 정형외과용 임플란트 의료기기 매출을 창출했고 이듬해인 2021년 201억원으로 매출 규모가 늘었다. 2022년과 작년 각각 235억원, 250억원으로 매출 규모를 점차 늘려나가는 중이다.
작년에 인수한 중선파마는 베트남 남부 지역 내 140여개 약국체인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동화약품은 작년 말 기존 중선파마의 대주주 'TS Care Joint Stock Company'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360억원의 의약품 유통 체인 매출이 새롭게 반영됐다.
적극적인 M&A 투자에 힘입어 동화약품의 매출은 2022년 3219억원을 기록하며 2019년 이후 다시 3000억원대로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작년 매출은 3430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 역시 작년 동기 1894억원 대비 23.6% 증가한 2340억원을 기록했다.
의약품 제품 매출에 대한 의존도도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의약품 제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2.2%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말 74.13% 대비 11.93%포인트 축소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