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로보티즈 주가가 하반기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1월 고점 대비 30% 이상 빠지며 주춤하는 흐름인데요. 자율주행로봇 사업의 확장 속도에 주가 향방이 달려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2대 주주로 있는 LG전자와의 협업이 하반기 핵심 이벤트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로보티즈의 종가는 전 거래일(20일)과 같은 2만2400원을 기록했습니다. 거래량이 4만6690주였습니다. 하루 거래량이 10만주를 밑돌았던 지난 17일을 시작으로 5거래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주가 흐름은 6월까지 보면 용두사미의 흐름이었어요. 올해 1월 52주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이후 주가는 내림세였습니다. 최근 3개월 동안 17.34% 하락했습니다.
올해 1월12일 장중 3만5500원을 터치했는데요. 52주 신고가였습니다. 'CES 2024'의 키워드 중 하나인 로봇이 주목받으며 로봇사업을 영위하는 로보티즈 주가도 깜짝 반등했죠. 2대 주주(지분율 7.5%)로 있는 LG전자 영향도 있었는데요.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배송과 물류 등 로봇사업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었거든요. 배송과 물류는 로보티즈의 서비스로봇 사업 영역입니다.
다만 1월의 좋았던 흐름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실적이 아닌 기대감으로 상승했기 때문이죠. 최근 주가는 52주 최고가대비 36.9% 하락한 상황입니다. 깜짝 반등 이전인 1월 첫 거래일(1월2일) 종가 3만650원과 비교해도 26.9% 떨어졌네요. 3만원선에서 내려와 2만원 초반대까지 내려간 모습입니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 시총은 3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2923억원입니다. 1월 종가 기준 최고 시총을 기록했던 1월16일 4285억원과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최근 3년으로 시계열을 확대하면 최고 주가는 지난해 3월 기록했던 4만6450원이었는데요. 당시 시총은 5000억원에 육박했습니다.
◇Industry & Event 1999년 설립된 로보티즈는 로봇 전용 액츄에이터, 자율주행로봇 전문기업입니다. 액츄에이터는 감속기, 모터, 센서, 제어기 등이 일체화된 제품입니다. 로봇이 다양한 동작을 하는데 필요한 장치로 사람의 관절과 같아요. 액츄에이터는 의료·국방·항공우주 분야에서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에서도 쓰입니다. 물류 자동화 설비에도 활용되고요.
자율주행로봇은 '개미(GAEMI)' 브랜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실내용 '집개미'와 실외용 '일개미'로 구분됩니다. 실내용인 '집개미'는 호텔을 누비고 있어요. 로봇 호텔로 기네스북에 오른 헨나호텔 명동점에서 첫 상용화를 시작했죠. 코트야드 메리어트 타임 스퀘어, 메이필드 호텔,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 호텔 등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실외용 로봇 '일개미'는 리조트, 아파트 단지, 골프장, 캠핑장 등 다양한 실외 환경에서 배송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로보티즈는 올해 1월 국내서 처음으로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을 수여받았어요. 도보로 이동하려면 인증이 필요했거든요. '일개미'가 보행자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확보한 데 의미가 있습니다.
아직 자율주행로봇에서 많은 매출이 발생하지는 않는데요. 액츄에이터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전체 매출(291억원)에서 액츄에이터 비중은 99%에 이르고 있어요. 올해 1분기 기준 이 비중은 99%로 같습니다. 자율주행로봇 사업이 얼마큼 외형 확대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주가 향방이 달려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반기가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데요. 본격적인 로봇 판매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올해 로봇 목표 판매량은 500~1000대입니다. 주로 실내용 서비스 로봇인 '집개미' 판매에 주력하고 있죠. '집개미'는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보조금 지원 대상에 선정되며 호텔과 병원향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2대 주주로 있는 LG전자향 '일개미' 공급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9~10월 LG전자에 처음으로 '일개미'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Market View 가장 최근 리포트는 이달 24일에 나왔습니다. 양승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보티즈를 '글로벌 로봇기업의 심장'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심장'은 로보티즈의 액츄에이터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양 연구원은 "로봇 연구개발 증가로 로보티즈의 액츄에이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액츄에이터 매출은 전년비 25% 증가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양 연구원은 "로봇 AI 개발 확대의 최대 수혜 기업이다"며 "자율주행로봇 사업의 경우 LG전자 등에 하반기부터 납품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적었습니다. 캐시카우인 액츄에이터 사업에 자율주행로봇 사업이 가세하며 올해 매출을 400억원 규모로 예측했습니다. 지난해보다 100억원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그는 내년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전망했습니다.
지난 4일 하이투자증권의 이상수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신규 액츄에이터 제품(다이나믹셀Y), 커피전문점 실외 배송로봇 등의 매출 인식이 예정돼 있다"며 "올해 4분기 기준 흑자전환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휴머노이드 시장 확대에 주목할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협동로봇에는 6개 정도의 액츄에이터가 탑재되는 반면 사람의 신체 구조를 모방하는 휴머노이드에는 40~50개 액츄에이터가 필요하다"며 "다수 글로벌 휴머노이드 업체들이 다이나믹셀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휴머노이드가 협동로봇보다 큰 전방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Keyman & Comments 창업자인 김병수 대표가 로보티즈의 키맨입니다. 1969년생인 김 대표는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지능형로봇 석사, 고려대 경영대학원 EMBA를 취득했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말 기준 지분 27.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0월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하며 주주가치 제고 의지와 함께 기업 성장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더벨은 로보티즈 쪽에 김 대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요. 하반기 경영전략을 짜는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어 당장은 어렵다며 양해를 구해왔습니다. 지금 당장보다 로봇사업에서 주요 성과가 있을 때 인터뷰를 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IR 담당자를 통해 로보티즈의 주가 등에 관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하반기 핵심 사업 준비에 공들이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IR 관계자는 "로봇 테마가 주춤한 상황이고 환율, 금리 등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며 "3분기와 4분기 보여드릴 내용이 많아 부지런히 사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IR 담당자는 실외 로봇인 '일개미' 사업에 관해 "'커피에반하다' 무인 매장에 무인 제조와 무인 배송까지 진행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며 "LG전자에 초도 물량으로 30대~50대 납품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사용처에 관해서는 "구매자인 LG전자가 결정할 문제로 구체적인 부분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로보티즈는 하반기 로봇사업 확대를 앞세워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를 흑자전환 목표 시점으로 설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