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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매도행렬' 대보마그네틱, 반등 '언제쯤'

2차전지 소재 임가공 사업, 추가 수요 기대

서하나 기자  2024-04-23 15:43:54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대보마그네틱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차전지 산업 내 코스닥 상장사의 전반적인 저평가 국면이 영향을 미쳤단 평가입니다.

대보마그네틱 주가는 23일 오후 2만4100원으로 전일보다 약 2.03%(500원)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습니다. 주가는 최근 1년간 줄곧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24일 주가는 7만1300원으로 이날보다 3배가량 높았습니다. 비교 범위를 최근 3년으로 늘리면 지난해 3월 24일 주가는 9만6200원으로 이날보다 4배 가까이 높았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지속적인 매도 행렬이 주가 하락을 이끈 상황으로 보입니다. 최근 1년간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 비율은 지속적으로 줄었습니다. 주가가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3월 24일 외국인 투자자 보유율은 약 4.30%(보유 주식 수 33만6138주)를 보였지만 이날 보유율은 약 0.68%(5만3153주)로 감소했습니다.

줄어든 거래량도 달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대보마그네틱의 최근 10일간 평균 거래량은 2만2430주에 불과했습니다. 이날 기준 시총은 약 1894억원으로 코스닥 시총 순위론 451위권을 보이고 있습니다. 1년 전 주가 기준 시총이 5603억원까지 불어났던 것과 대비하면 무려 3709억원 규모 시총이 증발한 셈입니다.

대보마그네틱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우선 대보마그네틱이 지난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거둔 일이 투심을 식힌 요인 중 하나였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게다가 지난해 말부터 2차전지 가장 큰 수요처인 전기차 판매 감소 등 대외 환경이 악화하면서 코스닥에 상장한 2차전지 기업 전반에 영향을 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대보마그네틱은 2차전지 제조를 위해 필수적인 탈철 공정용 전자석탈철기(EMF, Electro Magnetic Filter)를 제조하는 기업입니다. 탈철 공정은 음·양극재뿐 아니라 전구체, 셀 등에서 철을 제거해 니켈 순도를 올리는 공정을 말합니다.

대보마그네틱은 1991년 세계 최초로 비철금속 선별기를 상용화했습니다. 2007년 삼성SDI와 건식 EMF를 국산화하면서 본격 성장궤도에 올랐습니다. 원래 일본 기업이 독점하고 있던 EMF 개발에 성공하면서 삼성SDI, LG화학, 에코프로, 비야디(BYD)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했습니다.

EMF는 2차전지 소재에 함유된 철(Fe)을 PPB 단위(Parts Per Billon, 10억분의 1미량의 농도 측정 단위)까지 제거할 수 있는 자력 선별기입니다. 2차전지에 금속 이물질이 유입되면 주요 발화 원인이 되기 때문에 탈철 공정을 거쳐 화재 가능성을 줄이고 수율 개선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EMF 작동 원리는 2차전지 소재를 높은 곳에서 스테인리스 원통 내부로 떨어뜨리면 소재가 격자형으로 쌓인 자기장이 형성된 스크린(필터)를 통과합니다. 이때 소재는 아래로 떨어지고 철은 스크린에 달라붙으며 소재와 철이 분리되는 원리입니다. 자기장의 모양과 크기, 스크린의 간격과 굵기, 극의 개수와 분포 등이 자기학 이론에 맞게 제작돼야 해 정교한 작업이 요구됩니다.

대보마그네틱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습식 EMF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건식 EMF와 달리 슬러리(Slurry, 액체와 고체 상태 혼합물) 상태의 소재를 탈철하는 습식 EMF는 한층 고품질 소재를 생산할 수 있지만 그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됩니다. 최근 2차전지 시장에선 배터리 성능 고도화가 이뤄지면서 고순도 니켈을 생산할 수 있는 습식 EMF의 수요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대보마그네틱은 2차전지 소재 임가공 사업을 신규 먹거리로 점찍었습니다.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리튬(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을 건조, 분쇄, 탈철, 포장해 고순도의 리튬으로 재가공하는 기술력이 신사업 진출의 배경이 됐습니다. 특히 수분 함량을 제로에 가깝게 만든 무수수산화리튬은 유수수산화리튬보다 부피가 작고 성능이 좋지만 그만큼 가격도 비싸 이익 기여도가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보마그네틱은 연간 10만톤(t) 규모 2차전지 소재 생산능력(CAPA)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 4월 충북 음성에 8000톤(t) 2차전지 소재 임가공 공장을 지었다. 2022년 8월과 2023년 1월 각 85억원, 130억원 등 총 215억원을 투자해 연간 3만5000톤(t) 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또한 전방 산업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추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2차전지 임가공 소재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021년 1.1%(5억원)에서 지난해 13%(53억원)으로 올라섰습니다. 급격한 성장세엔 대보마그네틱이 2022년 10월 약 30억원을 투자해 중국 현지법인 '대보 뉴에너지 머티리얼즈(DAEBO NEW ENERGY MATERIALS(WUXI) CO.,LTD)' 지분 100%를 취득하면서 사업을 확장한 영향도 있습니다.


◇Market View

대보마그네틱은 최근 1년간 증권가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1년간 주요 증권사에서 발간한 리포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거래량 증가와 함께 주가가 상당히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대목입니다.

한국IR협의회는 지난해 5월 대보마그네틱을 전자와 전기제품 섹터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코스닥 상장사로 분류하고 한 편의 기업분석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새롬·이나연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대보마그네틱은 기존 음극재, 양극재 생산라인에서 주로 사용하던 EMF 장비가 최근 전구체, 셀 라인 등으로 확대되면서 여전히 견조한 수요처를 보유중"이라며 "셀 라인의 경우 대보마그네틱이 국내외에서 독보적으로 보유한 습식 EMF 장비가 적용돼 높은 이익 기여도가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2차전지 소재 임가공 사업도 기대되는 부분으로 꼽혔습니다. 해당 사업부의 매출은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했습니다. 대보마그네틱이 향후 대형 고객사 수요에 발맞춰 양산에 돌입하면서 CAPA를 늘리고 있는 점과 향후 LFP 배터리와 폐배터리 시장으로 진입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됐습니다.

다만 보고서상의 예상 매출과 실제 매출 사이엔 괴리가 컸습니다. 보고서는 대보마그네틱이 지난해 1181억원의 매출과 28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하지만 대보마그네틱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약 400억원을 거두며 2022년 1086억원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습니다. 2022년 265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억원 수준으로 줄었고 219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 역시 82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적자전환했습니다.

향후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우선 EMF 시장은 2차전지 수요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점차 커지는 추세입니다. 특히 미국 IRA법안 통과와 유럽 RMA(원자재법안) 통과 움직임으로 국내 2차전지 부품 제조사들의 추가 수주 증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EMF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폐배터리 시장에도 적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돼 장래가 유망한 업종으로 꼽힙니다.

또 전문가들은 최근 탈철 적용 공정이 양극재와 음극재를 넘어 전구체, 셀 라인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셀 생산 라인엔 습식 EMF 장비가 필요한데 이 장비 판가는 1억원 수준으로 건식 EMF 장비 대비 이익 기여도가 높아 수익성 개선에 보탬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Keyman & Comments

대보마그네틱은 내부적으로도 주가에 대한 고민이 컸던 상황으로 풀이됩니다. 올초 휴림 출신 박정일 재무이사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신규 영입하기도 했죠.

박 이사는 1975년생으로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이건산업 재경팀, 네오세미테크 회계팀, 에스에이티 인사총무팀, 아토웨이브 경영지원팀, 나눔테크 관리이사를 거쳐 대보마그네틱 합류 직전엔 휴림네트웍스 기획법무팀에 재직했습니다.

더벨에선 박 이사에게 대보마그네틱의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과 향후 실적, 업황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하지만 박 이사는 연이은 회의로 좀처럼 인터뷰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는 "대보마그네틱은 주가 부양을 위해 내부적으로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는 짧은 대답을 우선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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