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국내 공모 회사채 시장에 3년만에 다시 등장했다. 네이버가 국내 자본시장보다는 해외 조달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와 좀체 관계를 맺기 힘들다는 평이 자자했다. 이번에 3년만에 공모채 조달에 나서면서 국내 증권사의 커버리지 역량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공모채 조달을 위한 대표 주관사로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선정됐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이전 발행을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커버리지 확장을 위해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네이버의 자이언트스텝 지분 블록딜 등을 함께 하면서 신뢰를 쌓았다는 평이다.
◇ 3년만에 국내 공모채 시장 '등장' 최대 2500억 조달 IB업계에 따르면 오는 16일 네이버가 공모채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이번에 3년물과 5년물로 트랜치(만기구조)를 나눴고 각각 1100억원, 400억원을 모집한다. 기관 수요예측 결과를 보고 최대 2500억원 규모까지 증액 발행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2021년 2월에도 공모채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에도 3년물과 5년물로 트랜치를 나눠 각각 2500억원, 4500억원을 조달했다. 당시에도 네이버는 2015년 11월 이후 6년여만에 공모채 시장에 나서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1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요를 모았었다.
이번 발행은 2021년 발행했던 3년물의 차환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표 주관사단은 네이버의 자금 니즈를 미리 파악하고 발행을 제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 주관사단은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3곳으로 선정했고 인수단에는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이 포함됐다.
단순하게 보면 주관사단은 국내 부채자본시장(DCM) 상위 3개사지만 이번 발행 때 한국투자증권이 처음으로 네이버 공모채 주관사단에 포함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NHN과 네이버가 분할된 2013년 3월 이후 네이버는 2013년 9월, 2015년 11월, 2021년 2월 총 세 차례 국내 공모채 시장을 찾았었다.
◇ 한국증권, 네이버 본사 및 계열사 딜 꾸준히 참여 네이버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조달을 많이 해왔다. 특히 2019년 일본 자회사인 라인과 소프트뱅크 산하에 있던 Z홀딩스(야후재팬 모회사)와 경영통합을 결의하면서 일본계 은행을 통한 차입이 많아졌다. 미즈호은행이나 SMBC, MUFG 등이다. 2021년부터는 한국물(KP)을 통해 달러채, 엔화채권 등을 발행했다.
이 때문에 국내 IB들이 네이버와 인연을 맺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국내 최대의 플랫폼으로 포기할 수 없는 커버리지 중 하나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네이버 공모채 발행과 인연이 없었지만 커버리지 확장을 위해 꽤나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과 2015년 발행 때는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로 활약했고 2022년에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주관사였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최고재무책임자였던 황인준 CFO(현 라인 CFO)는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출신이었던만큼 주관사 선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발행 당시 CFO는 박상진 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다. 이 때 대표 주관사단에서 삼성증권이 제외되고 KB증권이 포함됐다. 현재 네이버의 곳간지기를 맡고 있는 김남선 CFO는 기존 주관사단에서 한국투자증권을 더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는 라자드, 모건스탠리, 맥쿼리 등을 거친 자본시장 전문가로 꼽힌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과거 네이버 공모채 관련해서 직전까지 주관사단에 참여하지는 못했었으나 회사채 말고도 꾸준히 다른 딜에 참여하면서 이번 주관사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2022년말 네이버가 자이언트스텝 지분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을 때 매각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네이버웹툰이 주요주주로 있는 와이랩 기업공개(IPO) 단독 주관사 역시 한국투자증권이었다. 와이랩은 성장성 추천 특례 상장제도를 활용한만큼 난이도가 높았지만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