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진단의 필수과정인 '핵산추출' 역량을 보유한 제놀루션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산을 대폭 키운 곳 중 하나다. 40억원에 불과한 매출이 800억원대로 치솟는 호재를 기반삼아 부동산 자산을 확대했다. 이는 연구개발 역량 강화 및 조달 창구 마련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엔데믹의 대응전략이 됐다.
신성장 동력은 그린바이오에서 찾는다. RNAi(Ribonucleic Acid Interference) 기술을 바탕으로 농약 및 동물용 의약품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피부미용 등 전혀 해보지 않던 분야도 넘보는 잡식성 확장본능이 눈에 띈다. 외부역량 강화를 위한 타 바이오벤처와 잇단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인력영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자산총액 절반 '유형자산' 송도·마곡 연구소 및 사옥 확보 제놀루션은 인체로부터 유래된 시료를 추출할 수 있는 핵산추출시약과 시료로부터 RNA 및 DNA를 자동으로 추출할 수 있는 자동화핵산추출기기 사업이 주력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을 판별하기 위한 PCR 검사의 전단계가 핵산추출 작업이기 때문에 제놀루션 역시 수혜를 받았다.
당시 벌어들인 돈으로 제놀루션은 부동산 자산을 확보했다. 제놀루션 자산총계는 팬데믹 이전 13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 118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 중 약 절반인 430억원이 토지 및 건물 등 유형자산이다.
마곡과 송도에 각각 사옥과 연구소를 확보하면서 연구기지를 마련하는 건 물론 조달창구로의 재원도 확보할 수 있었다. 마곡 사옥은 이미 입주가 끝난 상태고 송도 연구소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삼는다.
그린바이오는 마곡에서, 분자진단은 인천송도에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문성 및 독립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원화를 결정했다.
이 같은 부동산 자산은 제놀루션 입장에선 조달창구가 되기도 한다. 올해 6월 말 기준 한국산업은행에서 차입한 195억원이 송도 부지 및 건설중인 자산을 담보로 작년 대출받은 건이다. 엔데믹으로 적자 실적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나름의 영리한 조치였다.
실제로 올들어 실적은 적자전환 됐다. 상반기 매출 54억원을 벌어 29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분기순손실은 10억원이다.
◇'허니가드-R액' 품목허가 기대, 동물의약품 및 미용의료기기 등 진출 성장동력으로 겨냥한 건 핵심이 그린바이오다. 창업주 김기옥 회장의 딸 김민이 전무가 추진하는 건이다. 김 전무는 제놀루션의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다. 예일대학교 분자세포발생생물학 박사 출신의 재원이다.
그린바이오의 중심에는 꿀벌사업이 있다. 세계 최초로 '꿀벌 낭충봉아부패병(유충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 유전자 치료제인 '허니가드-R액'을 개발 중이다. 올해 3월 임상을 마쳤고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품목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 3월께 허가를 득할 것으로 기대한다.
품목허가 이후에는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 및 글로벌 양봉시장까지 치료제를 확대보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꿀벌은 UN이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로 지정할 정도로 전세계 식량 및 생태계보호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학농약을 감축하기 위한 EU(유럽연합) 중심의 프로젝트 'Horizon Europe 컨소시엄'에 유일한 비(非) EU국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해외 유수의 기업들과 'dsRNA공급 및 분석역할'을 수행 중이다. 약 5년에 걸쳐 진행되는 연구로 관련 시장에서의 경험과 노하우 등은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분자진단 역량 강화를 위한 잇단 파트너십 행보도 눈에 띈다. 핵산추출, dsRNA 합성 서비스 등의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 하기 위해 한국바이오래드와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분자진단의 미국진출을 그리는 차원에서 랩지노믹스, 엑세스바이오의 자회사 웰스바이오와 협약을 맺었다. 랩지노믹스는 클리아랩을 통해 미국진출 교두보를 마련했고 웰스바이오의 경우에는 모기업 엑세스바이오가 이미 미국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상황이다.
이외 피부미용의료기기 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저온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로 빠르면 내년께 매출이 발생토록 한다는 복안이다. 당장 할 수 있는 사업을 통해 캐시카우 기반을 다진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한편 R&D 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 보강도 눈길을 끈다. 올해 녹십자, 씨젠 등에서 근무하던 이순신 상무를 시스템 기술지원 파트 총괄로, 진단 신사업 기획을 총괄하는 인물로는 마크로젠, 싸이토젠 출신 박정훈 상무도 같은 기간 영입했다.
제놀루션 관계자는 "레드 및 그린바이오를 타깃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 중 가장 빠른 성과로 꿀벌 낭충봉아부패병 품목허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