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토즈소프트가 인기게임 '미르의전설2·3' 필두로 중국 재공략 시동을 걸고 있다. 위메이드와의 오랜 저작권 분쟁을 해소한 만큼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단숨에 기업가치를 키울 수 있는 분기점인 만큼 자회사에서 대규모 차입까지 일으키며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이다.
◇액토즈소프트, 위메이드와 '미르의전설2' 분쟁 봉합 액토즈소프트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두 곳의 자회사로부터 463억원을 단기차입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진전기에서 330억원을, 액토즈소프트홍콩에서 133억원(1000만달러)을 빌린다. 진전기는 '미르의전설2·3'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 사업을 전담하는 법인이다. 액토즈소프트홍콩은 홍콩 현지 사업을 담당한다.
이번 단기차입금 증가 배경에는 위메이드가 있다. 액토즈소프트는 20년 넘게 미르의전설2·3 IP를 두고 위메이드와 분쟁을 빚었다. 특히 미르의전설2는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최초로 개척한 게임으로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미르의전설2 저작권은 공동 개발사인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와 절반씩 나눠 갖고 있다.
양사는 2000년대 초반 중국에 진출하면서 현지 게임사인 '셩취게임즈'에 미르의전설2 유통(퍼블리싱)을 맡겼다. 하지만 2003년부터 계약상 이견으로 셩취게임즈와 갈등이 발생했고,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 관계까지도 삐그덕거렸다. 2004년 셩취게임즈가 분쟁 상대인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하면서부터는 갈등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달 위메이드와 셩취게임즈 모회사인 '세기화통'이 물밑합의에 성공하면서다. 세기화통 손자회사인 액토즈소프트는 위메이드에 매년 계약금 1000억원을 지급하는 대가로 미르의전설2·3 중국 독점권을 확보했다. 반대로 위메이드는 미르의전설2·3 중국 사업을 내려놓는 대가로 해마다 1000억원을 받는다.
◇자회사서 463억 차입…중국 모회사 든든한 '뒷배' 문제는 액토즈소프트가 당장 위메이드에 계약금(1000억원)을 지급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액토즈소프트 현금성자산 보유고(별도)는 199억원에 불과했다. 위메이드에 건넬 계약금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590억원)을 상회할 정도로 큰 금액이었던 만큼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리기도 부담스러웠다.
그만큼 액토즈소프트는 자회사로부터 차입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자체적으로 최대한 자금을 끌어모으는 상황이다. 나머지 자금은 미르의전설2·3 IP를 이용할 중국 게임사로부터 받는 계약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위메이드와 합의를 맺을 당시부터 자금 마련 계획을 구상했을 만큼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가 중요하다. 만약 액토즈소프트의 미르의전설2·3 라이선스 사업 성과가 신통치 않다면, 내년도 계약금(1000억원) 지급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모회사의 모회사인 세기화통이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액토즈소프트 고성장 자신감…텐센트와 협업 가능성 아울러 액토즈소프트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미르의전설2·3 IP 라이선스를 통해 최소 위메이드에 지급할 계약금(1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벌어들여야 한다. 나아가 위메이드보다 더 큰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2000억원 넘는 현금을 창출해야 한다. 지난해 액토즈소프트 매출액(590억원)의 3배를 상회하는 규모다.
액토즈소프트는 오랜 중국 공략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현지 네트워크가 넓은 모회사와도 더욱 긴밀하게 협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최대 게임사인 텐센트가 세기화통 2대 주주라는 점도 기대감을 키운다. 만약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액토즈소프트는 앞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는 저작권 분쟁 중인 게임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있다"면서 "이제 미르의전설2·3 저작권 분쟁이 해소된 만큼 텐센트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