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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주춤한 엔씨소프트, 현금성자산 '사상 최대'

1조4000억 넘어서, 당장은 개발비 위주로 사용…M&A 가능성 열려 있어

황선중 기자  2023-08-17 07:48:16
엔씨소프트의 현금 보유고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실적 뒷걸음질 속에서 나타난 변화라는 점이 눈에 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로 인한 유탄을 맞고 있다. 핵심 매출처였던 '리니지'의 위상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그만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포스트 리니지' 확보에 총력을 쏟는 모습이다.

◇실적 후퇴에도 현금곳간 '풍족'…새로운 자산 취득 줄여

엔씨소프트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분기 말 연결 기준 1조428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539억원(3.9%)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현금성자산은 1337억원 증가했고, 단기금융상품은 797억원 감소했다. 은행 단기예금으로 대표되는 단기금융상품은 필요에 따라 즉각적인 유동화가 가능해 현금성자산으로 분류한다.

기업의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현금성자산이 1조4000억원선을 넘어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총자산의 32.8%에 달한다. 유동성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총차입금(장·단기차입금+사채)은 총자산의 9.4%인 4094억원이었다. 당장 총차입금을 모두 상환한다고 해도 1조원 넘는 대규모 현금실탄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실적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상반기 다소 주춤한 실적을 선보였다. 매출액 9190억원, 영업이익 116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5.2%, 68.1% 감소했다. 현금창출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순이익도 49.5% 줄었다. 실제로 현금창출력 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순유입(+) 73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3.2% 위축됐다.

현금창출력 저하에도 현금성자산이 늘어난 이유는 투자 규모가 줄어서다. 기업의 투자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인 투자활동현금흐름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상반기에는 순유출(-) 1949억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순유입 2220억원으로 전환했다. 새로운 자산에 투자한 현금보다 기존 자산을 처분해 회수한 현금이 많았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동안 기존 자산을 처분해 회수한 현금은 도합 2조6678억원으로 지난해(2조6762억원)와 대동소이 했다. 하지만 새로운 자산에 투자한 현금 규모는 2조4458억원으로 지난해(2조8712억원)보다 적었다.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취득 규모가 52.9% 감소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장은 신작 개발비 위주로…M&A 가능성 열려 있어

앞으로의 관건은 현금실탄 용처다. 당장은 개발비 위주의 보수적인 운용이 예상된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매출구조를 살펴보면 간판 게임인 리니지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의 80% 이상이 리니지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에서 나왔다.

하지만 리니지를 모방한 유사 게임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리니지 위상도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경쟁사들은 리니지의 조작방식과 인터페이스, 게임시스템을 철저히 벤치마킹했다. 그만큼 리니지 이용자가 경쟁작으로 넘어가는 이동장벽이 높지 않았다. 이는 올해 상반기 엔씨소프트 매출이 역성장한 배경 중 하나로도 거론된다.

현재 엔씨소프트 핵심 게임은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다. 모두 리니지 IP 기반 모바일게임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살펴보면 △리니지M 2579억원(0.3% 증가) △리니지2M 1350억원(39.5% 감소) △리니지W 2253억원(62.2% 감소)로 나타났다.

엔씨소프트 IP별 분기 매출 추이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9일 진행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시중에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기존 리니지 IP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장욱 IR실장도 "(리니지2M과 리니지W가) 원래 예상했던 매출 안정화 추세에서 이탈한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신규 IP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신작 모두 리니지 IP 기반 게임이 아니다. 장르도 다양하다. 구체적으로 △퍼즈업(퍼즐게임) △쓰론앤리버티(MMORPG) △배틀크러쉬(난투형 대전 액션게임) △BSS(수집형 RPG) △프로젝트G(MMORTS) 등이다.

물론 풍부한 현금성자산을 인수합병(M&A) 실탄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홍 CFO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현금성자산이 너무 오래 잠을 자고 있다"라는 주주의 지적에 "적절한 지적"이라며 "현금성자산을 활용해 에비따(EBITDA)의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며 M&A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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