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투자증권이 수요예측 결과에 맞춰 공모 회사채 발행 규모를 조정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실사기간까지 연장해 증권신고서 내용을 정정했다. 이는 미매각의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PF 관련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회사채 발행액을 기존 8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줄이고 발행일을 4일에서 8일로 연기했다. 발행 규모는 28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받은 주문량인 480억원과 비슷한 규모이고 금리는 희망밴드 상단인 1년물 7.0%, 1.5년물 7.3%로 설정됐다.
발행사인 다올투자증권과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은 24일까지이던 실사기간을 수요예측 이후인 8월1일까지 연장했다. 이 영향으로 정정 증권보고서 역시 수요예측 후 3영업일째가 되서야 공시됐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실사기간 연장은 한쪽의 제안이나 요구가 아닌 양사 협의의 결과물"이라며 "발행 규모 축소는 주관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회사채의 발행규모가 축소되긴 했지만 다올투자증권이 목적으로 내세웠던 만기구조 장기화 효과는 기존보다 뛰어나다. 1년물 200억원, 1.5년물 300억원을 발행하면서 1.5년물의 규모가 더 큰 형태가 됐다. 수요예측 전 기존 발행계획은 1년물 600억원, 1.5년물 200억원이었다.
◇채무보증 규모 축소 강조, 크레딧업계는 회의적 다올투자증권은 추가 실사를 통해 1분기 기준이었던 재무제표 수치를 반기로 갱신했다. 이는 부동산PF와 관련된 채무보증 규모가 줄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다.
상반기 기준 채무보증 규모는 2043억원이다. 우발부채 인수의 영향으로 1분기 3343억원에서 3개월 만에 39.9% 줄어든 것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중도 27.2%로 전체 금융투자업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 51.8%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다올투자증권 측은 "자기자본대비 채무보증 규모를 안정적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관리해 나가고 있다"며 "글로벌 신용경색과 같이 예측하지 못한 경제상황 등이 발생할 경우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신고서 제출일 현재 당사 우발채무는 PF확약건 중 시장에 매출 및 차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대적으로 우량한 건으로 현실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향후 신규 사업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기존의 우발채무 수준을 감안해 선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크레딧업계에서는 다올투자증권을 바라보는 우려섞인 시선이 쉽사리 걷히기는 힘들 것으로 바라본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일단 재무제표 상에서는 우발부채 관련 위험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긴 하다"며 "하지만 신용평가를 할 때 우발부채 인수물량 역시 잠재적 재고 위험으로 분류해 우발부채와 합해서 보기 때문에 실질적 재무위험은 이전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딜이 종료돼 회수가 된 것이 아닌 이상 형식만 달라졌을 뿐 부담은 변하지 않는다"며 "부동산PF 관련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을 추가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유동성 확보 강조, 자회사 매각 지연 대책까지 다올투자증권은 유동성과 관련된 내용도 추가했다. 상반기 기준 다올투자증권의 유동성 비율은 112.4%로 기준 수치인 100%를 상회하고 있다. 다만 2023년 1분기말 기준 증권사 평균 유동성 비율 120.3%와 비교하면 소폭 하회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올해 초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 다올신용정보의 대주주 변경승인 지연으로 자금 유입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유동성 부족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채권중개 운영자금 규모를 줄여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6월 말 발표된 한국신용평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3월 말 다올투자증권의 요주의이하자산은 2393억원(고정이하 705억원 포함)으로 브릿지론 등 부동산금융 부실화로 인해 2021년 말 대비 크게 증가했다. 다올투자증권의 부동산금융 상당부분은 2023년 이내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실사기간 연장 후 다시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 PF 관련 수치가 줄고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에 대해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