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가 적극적으로 자기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일 년 내 100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약속했다. 미상환 전환사채(CB)가 1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주가를 부양해 투자자의 전환권 행사를 유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작년 10월 이후 자사주 100억 취득 목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아에스티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보통주 3만8373주를 약 19억9539만6000원에 장내 매수한다. 취득 예상 기간은 오는 10월 26일까지다.
앞서 지난해 10월 향후 일 년 동안 100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다.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보통주 13만6692주를 75억6000원에 매수했다.
이번 계획대로 자사주 취득을 마무리하면 목표로 한 100억원 자사주 매입을 달성하게 된다. 취득 이후 동아에스티는 보통주 기준 자사주 총 17만5065주를 보유할 예정이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861만4708주)의 2%에 해당한다. 자사주 취득에 투입한 금액은 95억원가량이다.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가 부양 정책으로 꼽힌다. 기업이 자사주를 직접 사들이면 주식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기존 유통 주식의 가치가 높아진다. 또 주주 입장에서 세금(배당소득세)을 내야 하는 배당과 달리,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가 올라 이익을 봤을 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있다.
◇미상환 CB 1000억, 주가 부양 힘 쏟는다 동아에스티가 주가 부양에 열을 올리는 배경엔 CB가 있다. CB는 채권자가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연계채권이다.
2021년 8월 CB 1000억원어치를 공모 발행했다.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1000억원 가운데 420억원을 미국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 바이오시밀러 'DMB-3115' 연구개발(R&D)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DMB-3115는 임상 3상을 마친 후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1일 기준 CB 발행 잔액은 997억9005만원이다. CB 발행 한 달 뒤부터 전환권 효력이 시작했으나, 주식 전환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주가 변동에 따라 전환가격을 조정하는 리픽싱 조항에 따라 전환가액이 7만2359원까지 내려왔음에도 주가가 CB 전환가격을 밑도는 상황이다. 현재 동아에스티 주가는 5만원대 초반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당장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진 않다.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1%로 이자율이 낮은 데다 만기일이 2026년 8월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 다만 DMB-3115 등 신약 개발에 적잖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투자자의 전환권 행사를 유도해 부채를 줄일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환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단순한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각하지 않은 자사주는 언제든 시장에 매물로 다시 나올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유사시 오너 일가가 자사주를 우호적 투자자(백기사)에게 매각해 경영권 강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3월 말 기준 동아에스티 최대주주는 그룹 지주사 동아쏘시오홀딩스다. 동아에스티 주식 23.31%를 보유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경우 오너 3세 강정석 회장이 지분 29.38%를 가졌다. 그는 동아에스티 지분 0.33%도 소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