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리서치가 최대주주에 오르며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맞은 씨티씨바이오의 시가총액 추이가 심상치 않다. 일반적으로 경영 참여 의도를 밝힌 주요주주들이 대거 포진한 상태에서 경영권을 둔 각축전은 주가에 호재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대주주가 바뀐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모멘텀은 오히려 아래로 향하고 있다.
시장에선 씨티씨바이오의 새 최대주주 파마리서치가 제시할 결합 구상이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앞서 주가 부양을 이끌었던 2021년경 주요 주주의 주식매수와 달리 이번 최대주주로 오른 파마리서치의 사업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경영 참여' 목적의 최대주주 변경에도 '경영권 분쟁=주가 상승 공식' 깨져씨티씨바이오는 지난달 24일 최대주주가 기존 이민구 대표(특수관계인 포함)에서 파마리서치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파마리서치는 장내매수를 통해 씨티씨바이오 지분 13.14%를 확보했다. 특히 인수 목적을 '경영참여'로 밝히면서 씨티씨바이오의 경영권에 변동을 줄 것을 공식화했다.
씨티씨바이오는 김성린·조호연·우성섭·성기홍 씨 등이 1993년 공동 창업해 약 30년간 경영을 주도해왔다. 2021년 이민구 대표가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민구 대표의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총 12.47%다.
이 대표는 SD바이오센서 및 바이오노트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사다. 코로나19 팬데믹 형국에서 해당 업체의 진단키트를 꾸리는 주요 제품을 의료기기 부자재 유통회사 더브릿지 납품했다. 이 과정에서 확보하게 된 막대한 현금을 씨티씨바이오의 미래에 투자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대표가 2021년 최대주주 오르면서 기존 이사진들이 대거 교체되는 손바뀜이 나타났다. 다만 여전히 기존 씨티씨바이오 창업주 측과 이 대표 측, 그리고 동구바이오제약을 연결하는 구심점엔 항상 SD바이오센서가 있었다. 이를 고려했을 때 기존 이 대표 측은 경영권 분쟁보단 사업 시너지를 목적에 둔 협업 가도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번에 경영권 분쟁을 선언한 파마리서치의 경우 씨티씨바이오 인수를 통해서 얻게 될 사업 성과가 다소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의 시각은 최근 보툴리눔톡신 시장이 균주 출처 이슈 등으로 파마리서치가 사업 성과를 내기 어려워지자 새로운 출구이자 일종의 고육책으로 씨티씨바이오를 택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같은 시장 인식은 씨티씨바이오의 주가 추이에 그대로 나타났다. 파마리서치가 씨티씨바이오 최대주주에 오른 24일 이후 씨티씨바이오의 시가총액은 줄곧 감소세를 기록했다. 3일 기준 씨티씨바이오의 시가총액은 2200억원 안팎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타 업계 사례를 볼 때 이번 주가 침체는 설명이 쉽지 않다"면서도 "방향성이나 M&A를 통한 미래 비전 제시가 쉽지 않은 의사결정으로 시장이 해석할 경우 반드시 경영권 분쟁이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일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최대주주 파마리서치의 과제 '시너지 입증, 주요주주 포섭'관건은 파마리서치 측이 향후 씨티씨바이오 M&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시장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다. 파마리서치 측에서 밝힌 씨티씨바이오와의 접점은 분리된 유전자(DNA) 분절체이자 자가재생 촉진제를 앞세웠다.
파마리서치의 주력 사업은 보툴리눔톡신과 리안점안액, 피부 개선 효능을 입증한 의료기기 리쥬란, 관절강 주사 콘쥬란 등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 세포재생물질(PDRN) 의약품이자 연어의 생식세포에서 분리한 'PDRN·PN' 제조 기술로 만든 리쥬비넥스주도 있다. 특히 'PDRN·PN' 기술은 특허 소송에서도 승소한 상태다.
다만 파마리서치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현재 근소한 차이(약 1%)로 기존 최대주주 지분을 앞섰지만, 씨티씨바이오에 지분을 보유한 다른 대주주들을 설득해 우호지분으로 포섭하는 작업이다.
씨티씨바이오는 세부적으로 6.46%(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한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계열사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를 대주주로 두고 있다. 더불어 앞서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도 특수관계인들과 함께 5%에 육박하는 지분을 보유 중인 캐스팅 보트다. 파마리서치는 지분율을 더욱 끌어올려야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파마리서치 및 씨티씨바이오 대주주 측은 이번 지분 투자 및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