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제약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배당은 또 줄였다. 차입금이 대폭 늘어난 데 따른 부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오너일가가 지분을 매도하고 있는 데 따라 배당에 대한 니즈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배경으로 꼽고 있다.
이연제약은 2022회계연도 배당을 주당 15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선주의 배당도 150원으로 동일하다. 배당금 총액은 27억3791만원이다. 시가배당률은 0.7%다. 전년도와 비교해 주당 배당이 100원 줄었다. 2021회계연도의 주당 배당금은 250원으로, 전체 배당금 총액은 45억6319만원이었다.
이 같은 배당축소는 역대 최대 호실적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연결기준으로 매출은 1540억원, 영업이익은 9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매출은 7.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세배 가까이 확대됐다. 당기순이익은 58억원으로 5.7% 늘었다.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 기준으로 봐도 역대 최대실적이다.
아직 사업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았지만 3분기 누적 실적을 통해 실적을 살펴보면 판관비 감축이 영업이익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판관비는 3분기 누적으로 전년대비 2% 줄었다. 특히 연구개발비가 37억원으로 전년도 80억원보다 절반 줄었던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연제약은 배당 축소 기조를 계속 이어가는 분위기다. 2018회계연도 배당을 주당 500원으로 결정하고 총 82억원을 쓴 이후 계속 줄이고 있다.
당시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 지분 매각 차익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을 단행했다. 차익규모는 약 900억원에 달했다. 오너 2세 체제에 접어들며 주주환원을 강조했던 데 따른 배당 확대 정책이 추진됐다.
공교롭게도 2014년 타계한 창업주 유성락 전 회장이 별세한 뒤 상속세 마련이 필요한 시점과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지분 및 경영을 승계한 장남 유용환 대표 및 일가가 낼 상속세만 수백억원에 달했다. 최근까지도 유 대표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팔 정도였다.
2019년까지 31.7%에 달하던 유 대표의 지분율은 2020년 30.3%, 2021년 28.8%로 축소됐고 작년 연말 또 지분을 팔아 현재 28.5% 수준이다. 따라서 오너의 지분율 축소가 배당축소와 영향이 있다는 업계의 평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연제약의 재무적 부담이 배당축소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연제약의 현금흐름을 보면 2020년 이후 작년 3분기까지 투자활동으로 총 2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순유출 된 것으로 집계됐다. 충주에 바이오 및 케미칼공장을 각각 800억원, 2100억원을 투자해 마련한 게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영업활동으로 유입된 순현금은 208억원에 그친다.
대규모 투자금을 마련키 위해 차입을 썼다. 총 차입금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2074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단기차입금이 225억원, 장기차입금이 699억원이다. 고금리에 이자부담도 가중됐다. 2021년 말 기준 2~3% 대였던 장기차입 이자는 현재 4.17%로 확대됐다.
이연제약은 내년부터 장기 차입금을 약 40억원씩 매년 갚아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금재원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작년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369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연제약은 주주환원 정책으로 배당을 꽤 적극적으로 하던 회사"라면서도 "몇해 전부터 배당축소하는 기조가 나타났고 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