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섭게 크고 있는 에코프로가 재무에서도 공격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성장 드라이브'를 걸면서 그룹사 전반적으로 차입을 확대 중이다. 연결 순차입금이 이미 1조원을 넘겼지만 조달활동이 주춤하긴 커녕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는 에코프로그룹의 지주사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과 미세먼지 저감, 온실가스 감축 등의 환경사업을 종속 계열사들을 통해 거느린다. 매출 구성을 살피면 에코프로비엠이 매출의 77.8%를 차지하는 간판회사고 나머지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10.2%), 에코프로이노베이션(6.6%), 에코프로HN(2.9%) 등이 채우고 있다 .
종속회사들을 포함한 연결기준으로 에코프로의 총차입 규모는 작년 9월 말 1조8896억원을 나타냈다. 2020년 4200억원 수준에 불과했는데 이듬해 1조원을 넘겼고 이제 2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6년 이후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투자를 늘리면서 차입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차입 구성을 보면 리스부채는 28억원뿐이고 대부분은 은행 대출로 이뤄졌다. 단기차입금 9336억원, 장기차입금 7734억원 등이다. 거래처의 경우 산업은행(4700억원), 수출입은행(1850억원), 농협은행(600억원+1000만달러) 등 특수은행에서 가장 많은 돈을 빌렸고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과도 다양하게 거래관계를 맺고 있었다.
대출과 관련해 에코프로는 상장주식을 포함, 토지 및 건물과 기계장치 등 1560억원 규모의 자산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해둔 상태다. 또 국민은행, 하나은행과는 약 600억원 규모의 매담대(매출채권 담보대출) 계약도 체결하고 있다.
시장성 조달은 거의 하지 않는 편으로 회사채가 899억원에 불과했다. 다만 작년 9월 말 기준 전환사채(CB) 874억원과 종속회사 에코프로비엠이 찍었던 교환사채(EB) 5억원이 남아 있다. CB의 경우 에코프로가 2021년 1500억원 규모(233만2814주)로 발행했는데 에코프로비엠의 유상증자 출자에 썼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인 ‘제로(0)’ 금리 CB이며 작년 7~9월에 약 60만주에 대한 전환권이 행사됐다.
만기 구조를 보면 상당히 단기화된 편이다. 차입금 가운데 68% 수준인 1조2832억원이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 빚 대부분은 차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금의 가용현금과 현금흐름으로는 상환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에코프로의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303억원)을 포함해 3391억원에 그쳤다. 2018년 159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20배 이상이 늘었지만 당장 차입금을 갚기엔 한참 부족하다. 캐시플로우 역시 넉넉하지 못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에코프로는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내면서 연결 기준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가 4352억원으로 전년 동기(953억원)보다 4.5배 이상 뛰었다. 그러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9505억원을 기록했다.
에코프로가 영업활동으로부터 창출된 현금흐름에 대한 세부내역을 밝히고 있진 않지만 음(-)의 현금흐름을 나타낸 이유는 운전자본 부담 때문으로 파악된다. 에코프로는 2021년 말과 비교해 2022년 3분기 말 매출채권이 6365억원, 재고자산은 9780억원 늘어나면서 현금흐름을 갉아 먹었다.
반면 CAPEX(설비투자)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1000억원대였지만 이듬해 2000억원을 넘어섰고 2021년엔 45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출했다. 작년의 경우 9월 말까지만 4446억원을 썼는데 전년 같은 기간에 설비투자로 나간 액수보다 1500억원가량이 더 많다.
이 탓에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액과 배당금을 뺀 잉여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마이너스 1조4372억원까지 치솟았다. 남는 현금이 없으니 필요한 돈을 계속 차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금이 쌓이는 속도가 지출에 뒤처지면서 2022년 3분기 말 에코프로의 순차입금은 -1조5505원까지 확대됐다. 1년 전(5734억원)과 비교해 거의 3배가 불어났다.
하지만 차입 확대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에코프로는 2027년 가족사 전체의 매출 가이던스로 30조원을 제시했다. 연평균 성장률(CAGR)로 따지면 39%를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5년간 투입될 CAPEX 규모로 11조원을 제시했으니 조달을 늘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