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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토헬스케어, 우선주 발행으로 본 성장전략

RCPS·CPS로 총 200억 조달, 상장 전 헥토이노베이션·파이낸셜과 유사한 행보

김슬기 기자  2022-11-23 15:22:24
헥토헬스케어(옛 바이오일레븐)가 올 들어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우선주(CPS) 발행으로 200억원을 조달했다. 헥토헬스케어는 설립 후 처음으로 우선주를 발행하면서 2000억원대로 평가받았다. 다만 올해 기대만큼 매출 성장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전환가액 조정 조건에 따른 기업가치 재조정은 불가피해보인다.

헥토그룹은 벤처캐피탈(VC)이나 사모펀드(PEF) 등을 통한 자금 조달에 익숙하다. 그룹 내 상장을 가장 먼저 했던 헥토이노베이션(옛 민앤지)은 상장 전 다수의 VC 투자를 받았고 2016년 인수했던 헥토파이낸셜(옛 세틀뱅크) 역시 PEF가 참여한 바 있다. 헥토헬스케어 역시 여타 계열사들과 비슷한 행보를 걷는 것으로 보인다.

◇ LSK인베, RCPS 전량 인수, 매출 1000억 미만이면 전환가액 조정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헥토헬스케어는 RCPS와 CPS를 각각 1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RCPS의 발행주식수는 13만7931주이며 CPS는 13만7930주가 발행됐다. 1주당 발행금액은 7만2500원이었다. 해당 우선주는 거래 완결일의 다음날부터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즉 2025년 2월 5일부터 주주청구에 의한 상환 청구가 가능하다.

RCPS는 LSK인베스트먼트의 'LSK 헬스케어 4호 펀드'가 전량 배정받았고 CPS는 계열사인 헥토이노베이션과 헥토파이낸셜이 각각 50억원씩 받았다. LSK인베스트먼트는 국내 최초의 바이오 전문 VC로 김명기 대표가 이끌고 있다. 과거 SCM생명과학, 에스바이오메딕스, 피플바이오 등에 투자했고 다양한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을 발굴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헥토헬스케어가 우선주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자금조달을 하면서 평가받은 주식 100%에 대한 가치는 2100억원대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457억원, 영업이익은 22억원이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42억원이며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224억원으로 이를 반영한 에비타멀티플은 40배 정도다.


헥토그룹 창업자이자 현재 헥토헬스케어의 대표인 이경민 의장이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2016년 8월엔 헥토이노베이션이 지분투자를 단행하면서 헥토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2016년 이후 유증 등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는 2016년 55억원, 2017년 105억원, 2021년 1113억원으로 커졌다. 이번 우선주 발행으로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뛰었다.

다만 우선주에는 전환가액 조정 조건이 달려있었다. 올해 연결 재무재표상의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일 경우엔 발행가액인 7만2500원을 유지하지만 900억~1000억원 미만일 경우 6만5250원(발행가액의 90%), 900억원 미만일 경우 5만8000원(발행가액의 80%)으로 조정하게 되어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434억원으로 조정이 불가피하다.

연초까지만 해도 헥토헬스케어는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부 투자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헥토헬스케어는 2021년말 현금성자산 226억원 보유하고 있었지만 상반기까지만 해도 신약개발 등에 소요되는 연구개발비로 인해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신약개발을 중단하면서 분기 흑자로 전환했다.

◇ 헥토그룹 계열사, '우선주 발행→IPO→FI 엑시트' 수순

이번 헥토헬스케어의 자금조달은 기존의 헥토그룹의 행보와도 비슷하다. 그룹의 핵심인 헥토이노베이션은 2009년 설립됐고 2013년부터 VC 투자를 받았다. 스틱인베스트먼트,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했고 2015년 상장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해줬다.

초기 투자자였던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스틱팬아시아테크놀로지'를 통해 구주와 RCPS를 인수했다. 당시 총 7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스틱인베스트먼트는 IPO 구주 매출과 장내매각을 통해 4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회수했다. 2015년 9월 이후 지분율이 5% 미만으로 하락했다. 장내 매각을 통해 전량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헥토그룹의 또다른 핵심계열사인 헥토파이낸셜 역시 외부 투자를 통해 인수했다. 헥토이노베이션은 2016년 10월 보유 현금과 프리미어파트너스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헥토파이낸셜의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 당시 프리미어파트너스는 헥토이노베이션의 RCPS를 인수했다. 이후 프리미어파트너스는 헥토파이낸셜에도 직접 투자, 지분을 보유한 바 있다.

프리미어파트너스가 헥토파이낸셜에 투자한 금액은 250억원 정도였고 2019년 7월 IPO를 통한 구주매출과 시간외매매(블록딜)을 통해 현금회수를 했다. 700억원 가량을 회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외부 투자 유치를 받은 후 IPO를 통해 자금 회수 기회를 열어주는 구조였던 것이다. 헥토헬스케어 역시 이와 비슷한 흐름을 가져가고 있다.

이번 헥토헬스케어 우선주 발행에 있어서 전환가액 조정 조건에는 IPO 관련 내용도 들어가있다. 조건을 보면 "IPO를 통해 주식을 상장하거나 주권상장법인 또는 교환비율 등의 산정을 위한 주식평가액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종류주식의 전환가액을 하회하는 경우, 전환가액을 공모단가 등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조정한다"는 단서가 있다. 보통주 전환이 가능해지는 2025년 3월 이후가 IPO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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