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가 CJ그룹 정통 재무라인을 거친 임원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했다. 그동안 기획 역량을 겸비한 임원을 배치했던 인사와 다른 흐름이다. 내년에 쓸 운영자금 조달을 끝낸 뒤 재무 관리 전문가를 CFO로 앉혔다. 국내외 극장사업에서 수익성 창출을 뒷받침하면서, 재무상태를 개선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CJ CGV는 지난달 정기 임원인사 이후 CFO가 최정필 경영지원담당(경영리더)으로 바뀌었다. 기존 CFO였던 정승욱 경영리더는 경영지원담당에서 중국법인총괄로 업무가 변경됐다. 중국법인장 인력 공백이 생기면서 연쇄 이동이 있었다.
CJ CGV 신임 CFO인 최 리더는 재무 분야에서만 커리어를 쌓았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CJ 재경실을 거쳐 2016년 CJ제일제당 경리팀장으로 왔다. 지난해 12월 임원(경영리더)으로 승진해 CJ제일제당 재무운영담당으로 활동했다. CJ그룹은 지난해부터 사장 이하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했다.
CJ CGV는 최 리더의 CFO 데뷔 무대다. CJ제일제당에서는 천기성 재무운영실장(CFO) 직속 임원으로 있었다. 재무운영실은 경리, 세무, 내부회계를 담당하는 곳이다. CJ제일제당은 재무 조직을 재무운영실과 재무전략실로 이원화했다. 자금, 투자자 소통(IR), 인수·합병(M&A) 등을 담당하는 재무전략실은 강경석 CFO가 이끌고 있다.
CFO에 오른 최 리더는 자금 운용과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재무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전임 CFO였던 정 리더는 코로나 고비를 넘길 자금 조달에 열중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신종자본차입 위주로 조달 활동을 펼치며 기존 차입금 만기와 운전자금 소요에 대응했다. 덕분에 지난 3분기 말 CJ CGV 별도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보다 1783억원 늘어난 5540억원(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이다.
포스트 코로나로 극장사업이 다시 활기를 찾으며 실적은 회복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분기에는 연결 기준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코로나 이후 첫 분기 흑자다. 3분기에 거둔 매출은 4051억원, 영업이익은 77억원이다. 누적 기준 매출은 9468억원, 영업손실은 634억원이다.
사업장별로 성적표는 갈렸다. 중국과 튀르키예에서는 지난 3분기까지 적자 흐름을 끊어내지 못했다. 중국은 적자 폭이 가장 컸다. 지난 3분기에도 분기 기준 영업손실 196억원 발생했다. 중국(사이트 145곳, 스크린 1158개)은 CJ CGV가 국내(사이트 189곳, 스크린 1327개)와 버금가는 규모로 극장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곳이다. 전임 CFO인 정 리더를 소방수로 보낸 곳이기도 하다. 튀르키예에서는 3분기에 영업손실 67억원이 발생했다.
해외법인 재무 관리도 최 리더가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로 꼽힌다. CJ CGV는 주요 종속기업 다섯 곳 중 두 곳이 자본잠식 상태다. 베트남 영화관 운영 법인(CJ CGV VIETNAM)은 지난 3분기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891억원이다. 중국 영화관 운영 법인(GUANGZHOU CGV CINEMA)도 자본총계가 -188억원이다. 베트남에서는 코로나 회복에 따른 영업 정상화로 실적을 회복하고 있지만, 중국은 코로나 영향이 지속되며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여건이다. 종속기업 재무 여건을 개선할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CJ CGV 관계자는 "코로나19 전에는 극장을 늘리는 확장 전략을 폈다면 지금은 수익성 중심 경영 전략으로 전환했다"며 "이익, 현금흐름이 나는 곳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말했다.